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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차가 떠나는 마을, 곡성


 

곡성역

현재의 곡성역은 옛 성벽 모양을 해 운치를 더한다.

 

용산역에서 전라선 KTX 첫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자 수확을 기다리는 노란빛의 논이 펼쳐졌다. 익산과 순천을 잇는 전라선은 섬진강변을 따라 1933년에 개통해 1999년까지 운행하다, 전라선 직선화 사업을 통해 현재 노선으로 변경되었다. 과거 곡성을 지나는 노선은 섬진강과 가장 가까이 달려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천천히 달리는 무궁화호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을 상상하니 못내 아쉬웠다. 다행히 곡성엔 그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곳이 있다. 2005년 곡성군이 철도청으로부터 폐쇄된 철로를 매입해 관광용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운행 중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성면의 옛 곡성역사에서 출발한다. 이 옛 곡성역을 중심으로 열차 테마파크인 섬진강 기차마을을 조성했다. 읍내에 있는 현 곡성역에서 도보로 약 5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특실 객차, 통일호 등이 전시되어 있고 후문 초입에는 열차를 개조해 만든 펜션도 있다. 소도시의 테마파크라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4만 제곱미터 규모의 장미공원이며 놀이동산인 드림랜드, 섬진강변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생태학습관, 레일바이크 경주를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VR체험관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기차마을

가을을 알리듯 코스모스가 핀 섬진강 기차마을.

 

가볍게 산책하기에 장미공원이 제격이었다. 장미가 한창일 때는 지났지만 입구에는 아직도 피어 있거나 봉오리를 맺은 장미가 지천이었다.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분포된 1004종의 장미가 모여 있어 색도, 모양도 다양하다. 이토록 장미의 모양이 제각각인 걸 처음 알았다. 꽃에는 꿀을 가져가려는 벌이 얼굴을 박고 있었다. 장미철인 초여름에 왔더라면 더 화려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가을볕을 받은 잔잔한 꽃밭을 보는 일은 도리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공원 중심에 있는 커다란 연못을 따라 한 바퀴 걷고 나오니 레일바이크가 보였다. 소풍을 온 중학생 무리가 레일바이크에 탄 채 페달을 세게 밟으라며 짜증을 내더니 곧 웃음을 한바탕 쏟아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그들이 탄 레일바이크를 힐끔 쳐다보며 지나치자 곧 옛 곡성역사가 나왔다. 1933년에 지어진 역사는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등록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과 창틀, 의자는 손때가 묻어 하나같이 반질반질했다. 밖에서 증기기관차의 기적 소리가 들려왔다.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옛 기차를 본떠 만든 것으로 마치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간 듯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옛 곡성역과 폐역인 가정역을 오가는데, 시간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본 구간이 섬진강 둘레길과도 닿아있어, 둘레길을 걸으며 기차가 오가는 강을 보기로 했다. 

 

 

 

<2018년 11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백지현

취재 협조 곡성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