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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아시아
마지막 왕조의 흔적, 후에

다낭, 호이안, 후에의 시간을 걷다③

 

베트남 후에

정원처럼 아름다운 민망 황릉.

 

후에는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수도 하노이에서 540킬로미터, 남부 최대 도시 호찌민에서는 약 640킬로미터 떨어진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베트남은 위아래로 길쭉한 모양이라 북부와 중부, 남부의 역사, 문화, 언어 차이가 크다. 보통 후에를 기점으로 남북을 구분하는데, 후에는 ‘후에 방언’이라고 불리는 사투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고유의 문화와 풍경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베트남 최초의 통일 국가이자 최후의 왕조인 응우옌 왕조 때문이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후에를 거점으로 중남부 지역을 통치한 왕조다. 1945년 하노이가 수도로 승격되기 전까지 후에는 줄곧 베트남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3세기에 걸쳐 13대 왕이 거쳐간 후에는 곳곳에 역사의 자취를 남겼지만, 지난한 현대사를 지나오며 많은 부분 훼손된 상태다. 베트남전쟁 중 가장 많은 피를 흘린 것으로 잘 알려진 후에 전투의 무대가 바로 이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의 위엄을 잘 보여주는 유적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베트남 후에
베트남 후에

후에 왕궁에서 만난 사람들.

 

베트남 후에

세월이 느껴지는 후에 왕궁.

 

대표적인 곳이 후에 왕궁이다. 응우옌 왕조가 통치하던 3세기, 약 200년 동안 총 13대의 왕이 살았던 곳이다. 베트남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중국 자금성을 모티브로 했다고 전해진다. 성벽을 높게 쌓고, 다시 해자(성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 물을 채워 넣어 못으로 만든 경우가 많다)로 둘러싸 외부의 침입을 철저히 막았다. 왕궁 안의 길을 모두 연결하면 10킬로미터가 넘을 만큼 내부가 넓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투어를 신청해 왕궁을 찾는다. 화려한 색감을 사용한 건물들에 남은 전쟁의 상흔을 채 정비하지 못한 모습에서 후에의 지나온 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응우옌 왕조의 흔적은 이게 끝이 아니다. 각각의 특색을 가진 황릉을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민망 황제와 카이딘 황제의 능은 서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2대 황제였던 민망은 국가의 틀을 마련하고 강력한 중앙집권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황제를 더 유명하게 만든 사실이 있으니, 이름처럼 조금 민망한 이야기인데, 500명의 부인과 150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이다. 민망 황릉은 민망 본인과 왕조의 세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웅장하게 지었다. 베트남에 현존하는 황릉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초승달 모양의 인공 호수와 60개의 건축물이 마치 공원처럼 펼쳐져 있고, 유해는 통제된 영역에 안치되어 있다.

 

 

베트남 후에
베트남 후에

사치스러움이 묻어나는 카이딘 황릉.

 

반면 카이딘 황제의 능은 다른 곳과 확연히 구분되는 형태다. 카이딘 황제는 재위 기간 동안 프랑스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일삼아 백성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응우옌 왕조의 12대 황제다. 나라가 위태로웠던 시기, 이렇게 화려한 황릉을 축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의 땀이 필요했을까. 그는 외모를 치장하는 것뿐 아니라 건축에도 관심이 많아 황릉 건축을 직접 진두지휘했는데, 그래서인지 입구부터 내부의 세심한 부분까지 정교하고, 감각적이다. 유럽과 청나라, 힌두교 사원의 양식 중 화려한 것들은 모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20년부터 1930년까지 무려 10년에 걸쳐 건축된 탓에 정작 카이딘 본인은 완공된 황릉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황제의 유해는 황릉 내부, 옥좌 아래 깊은 땅속에 묻혀 있다.

 

 

베트남 후에

화려한 플레이팅의 궁중 요리.

 

베트남 후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여행자의 거리.

 

정신없이 역사 투어를 한 뒤, 도시에 내리는 어둠을 바라보며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베트남은 인구의 약 60퍼센트가 만 35세 이하로, 매우 젊은 나라다. 로컬의 젊은이들은 밤마다 먹고 마시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멀리서부터 소란스러움이 느껴지는 곳, 여행자의 거리로 향했다. 후에를 찾는 여행자라면 대부분 이곳에서 밤을 즐긴다. 베트남의 전통적인 가게보다는 서양식 바, 레스토랑이 많아 ‘유러피언 거리’라고도 불린다. 거리 초입에 있는 펍의 노천 테이블에서는 해가 지기도 전에 로컬과 여행자들이 한데 어울려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하루 종일 걸었다면 맥주 한잔이 간절할 터. 눈앞에 보이는 펍에 서둘러 자리를 잡고 후에에서만 마실 수 있는 로컬 맥주, 후다Huda 한 병을 주문해보자. 가격까지 저렴하니 여행의 마무리로 완벽한 선택이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송혜민

포토그래퍼 강신환

취재 협조 하나투어 다낭팀 www.hana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