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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아시아
호이안의 풍경 속으로

다낭, 호이안, 후에의 시간을 걷다②

 

 DAY 

 

호이안
호이안
호이안
호이안
호이안

호이안은 다낭에서 남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해안가 도시다. 다낭에서 하루를 보낸 뒤 이른 아침 호이안으로 떠났다. 가는 동안 여러 번 창밖으로 소나기가 쏟아졌다. 차로 40분 남짓, 마침내 도착한 호이안 구시가는 어딘가 맑은 모습이었다. 길가의 나무에, 노란색 건물 벽에, 거리에 매달린 등에 저마다 맺힌 빗방울 덕분이었다. ‘반짝거리는 도시’ 호이안의 첫인상이었다. 구태의연한 표현을 쓰자면, ‘한눈에 반한’ 이 거리를 빨리 둘러보고 싶었다. 호이안은 기원전 2세기경 항구로 성장해,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 번성했다. 이후 다낭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경제는 침체했으나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한 덕에 20세기 중반 베트남 전역에 전쟁이 격렬했을 때도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긴 시간 축조된 도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이유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올드 타운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항구도시들이 으레 그렇듯이 호이안 또한 바다 건너 나라들과의 교역으로 인해 다양한 문화권의 문물이 견고하게 맞물려 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포르투갈까지 서양의 왕래도 잦았다. 그 흔적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호이안 구시가 투어의 핵심이다. 마을 초입의 목조 다리, 내원교는 일본인의 흔적이다.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중국 상인, 왼쪽은 일본 상인들의 거주지였다. 지어진 지 200년, 호이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풍흥의 집은 일본인 마을 쪽에 있다. 베트남 양식과 중국 양식이 섞인 건물에 일본식 지붕을 얹었다. 다시 내원교를 건너 구시가 중앙으로 나오면 중국 상인들이 무역회관으로 사용하던 복건회관, 광동회관이 늘어서 있다. 투본강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풍흥의 집 못지않게 역사가 오래된 떤끼의 집이 나타난다. 비가 올 때 이 집이 물에 잠기는 정도로 투본강의 범람 수위를 알 수 있었다고 해서 ‘기상청의 집’으로도 불린다. 건물 안쪽 벽에는 물이 차오른 정도를 표시한 스티커가 겹겹이 붙어 있다. 수시로 물에 잠기고도 200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건물의 주재료인 흑단목 덕분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아주 비싸게 거래되는 고급 목재다. 돌처럼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고급 목재로 이토록 큰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니, 당시 호이안에 얼마나 많은 부가 드나들었을지 짐작이 된다. 마을의 대표 관광지를 어느 정도 둘러보고 나니 해가 머리 위로 높게 떠 있었다. 그늘을 찾아 골목의 작은 카페에 들렀다. 베트남의 전통차인 연꽃차를 주문했다. 베트남의 상징 중 하나인 연꽃은 지조와 순수를 의미한다. 얼음을 넣어 내어주는 연꽃차는 계피 향이 감도는 달달한 맛이다. 우리나라 수정과와 매우 닮았다. 땀도 식힐 겸 자리 잡고 앉아 골목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구시가 안에서는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다닐 수 없어 유독 한산한 모습이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마저 느리게 보이는 풍경이었다. 호젓한 호이안의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NIGHT 

 

호이안
호이안
호이안
호이안

밤의 호이안은 놀랍도록 새롭다. 그 모습이 낮에 본 것과는 영 딴판이다. 강 너머로 해가 기우는 모습부터가 장관이다. 붉게 물든 하늘이 강 가까이 내려앉아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뒤이어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한다. 완연한 어둠이 찾아올 즈음 인파는 절정에 이른다. 손으로 노를 젓는 나룻배들도 등을 달고 투본강으로 나선다. 낮에는 문을 닫았던 강변의 로컬 식당과 펍, 마사지 숍이 저마다 문을 열어젖히느라 분주하다. 말간 인상이었던 구시가도 어느새 불을 밝히고 여행자들을 맞았다. 길거리에 모여 앉아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는 사람들을 지나 강가의 로컬 음식점에 자리 잡고 앉았다. 파파야와 새우, 돼지고기를 느억맘(베트남식 피시소스)에 무친 샐러드와 꼬치에 끼워 구운 고기를 채소와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반쌔오, 쌀국수, 볶음밥 등 베트남 요리를 골라 주문했다. 다낭, 호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라루Lalue 맥주 한 잔도 곁들인다. 베트남에 온 지 이틀 만에 맛보는 제대로 차린 현지 음식이었다.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투박하고 거친 모양새였지만 감칠맛은 제대로였다. 배가 부르니 몇 시간은 더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식당을 나와 여전히 인산인해인 인파를 뚫고 안호이 다리를 건넜다. 투본강에 떠 있는 작은 섬, 안호이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다. 섬 입구는 밤마다 야시장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색색의 등을 밝힌 좌판이 맨 앞에서 발길과 시선을 잡아 끈다. 크기와 모양,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10만 동(우리 돈 5000원) 정도면 근사한 등 하나를 구매할 수 있다. 불빛을 뒤로하고 웨딩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도 눈에 띈다. 길을 따라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베트남 전통 모자 논non을 비롯한 각종 수공예품이 주렁주렁 매달린 채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길에서 마주한 사람들 손에 저마다 하나씩 들린 라탄 가방도 여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떠들썩한 사람들 사이로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 튀기듯 구운 팬케이크에 바나나를 올린 간식, 숯불에 구운 꼬치구이를 판매하는 좌판이 정취를 더했다. 한바탕 먹고 마시고 쇼핑까지 마치고 나면 안호이 다리로 발길을 돌릴 시간이다. 주변이 충분히 어두워진 이때가 호이안의 명물, 소원 배를 타기 딱 좋은 때다. 다리 아래에서 출발해 구시가 입구까지 이동하는 코스를 택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소원 배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는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또 흥정하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사공과 적당히 실랑이를 벌이다 배에 올랐다. 지나치는 배마다 초를 밝힌 등을 손에 들고 소원을 비느라 여념이 없는 여행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음 문제고, 그 자체만으로도 로맨틱하고 특별한 기억이 되겠지. 나룻배 위에 앉아 멀어져가는 구시가의 불빛을 바라봤다. 하루 온종일을 보내고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만큼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이곳에 다시 오게 해주세요’ 하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내 몫의 소원 등을 투본강 위에 띄웠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송혜민

포토그래퍼 강신환

취재 협조 하나투어 다낭팀 www.hana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