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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아시아
치앙라이 여행 키워드

타이 최북단에 숨은 초록빛 예술 도시, 치앙라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5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그린 라이프

 

그린 라이프
그린 라이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사방이 온통 푸르다. 첩첩이 포개진 산과 들, 살갗을 스치는 공기마저 연한 초록빛으로 빛난다. 오늘날 치앙마이와 더불어 타이 북부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지만, 치앙라이는 여전히 무구한 전원도시다. 아직 치앙마이만큼 현대적으로 개발되거나 여행객들이 밀려들진 않은 상태. 그렇기에 여유로운 일상, 깨끗하고 풍요로운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지인의 삶도 한결 목가적이고, 고산지대의 선선하고 건조한 기후 덕분에 차나 커피를 키우기도 알맞다. ‘타이의 알프스’라 불리는 도이퉁Doi Tung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악명 높은 마약 생산지였으나 1990년대 왕실의 주도하에 타이 3대 커피 산지로 거듭난 이 산악마을에는 현 국왕의 조모이자 일대의 변화를 이끈 스리나가린드라 대비의 로열 빌라가 자리한다. 그는 말년을 이곳에서 보내며 인근 양귀비밭을 개간해 거대한 스위스풍 정원인 매파루앙 가든Mae Fah Luang Garden을 조성했는데, 색색의 꽃과 나무에 청명한 공기가 포개져 사시사철 수려한 풍광을 이룬다.

 

WEB 매파루앙 가든 www.maefahluang.org 추이퐁 티 www.chouifongtea.com
사왕본딘 팜 & 홈스테이 www.facebook.com/Sawanbondin.farm

 

그린 라이프
그린 라이프
그린 라이프

도이퉁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이번엔 해발 1200미터의 구릉지대를 따라 광활한 차밭이 끝도 없이 물결친다. 우롱차와 녹차로 유명한 타이 최고급 전통차 브랜드 추이퐁 티Choui Fong Tea의 농장이다. 추천하는 방문 시각은 일몰 직전. 붉게일렁이는 농장 전체를 바라보며 정상부 카페에서 즐기는 녹차라테 한잔의 여유는 가히 치앙라이 여행의 백미라 할 만하다. 만약 좀 더 아담하고 소박한 현지 농가의 일상을 체험하고 싶다면 사왕본딘 팜 & 홈스테이Sawanbondin Farm & Home Stay를 찾으면 된다. 포토그래퍼 출신 젊은 오너가 운영하는 유기농 차 농장으로, 노천카페와 도예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시설을 갖춰 이미 젊은 배낭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싱그러운 수목으로 감싸인 자연 친화적 삶이 낯선 여행자의 마음을 안온하게 한다.

 

예술가적 기질

 

예술가적 기질

타이 북부는 란나 왕국의 낭만적 기질을 물려받아 예술적인 분위기가 유독 강하다. 이미 예술 도시로 이름 높은 치앙마이와 마찬가지로, 치앙라이 역시 자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대거 배출한 지역. 가장 유명한 이가 타이의 국민 화가라 불리는 타완 두차니다. 치앙라이 북쪽에는 그의 작업실 겸 저택이었던 ‘반 담 뮤지엄Baan Dam Museum’이 자리한다. 검은 집(반 담)이란 이름답게 수십 채의 크고 작은 ‘검은색’ 건물이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데, 그의 작품은 물론 동물의 뼈와 가죽, 돌과 나뭇조각 등 방대한 규모의 수집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괴팍한 컬렉션이지만, 종교와 철학, 인간 내면의 어둠을 파고드는 그의 예술가적 기질만큼은 매번 압도적인 힘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반 담 뮤지엄을 벗어나 남쪽으로 달리면 이번엔 시리도록 눈부신 백색 사원이 나타난다. 모서리마다 뒤덮인 섬세한 곡선이며 거울 조각, 집요하리만치 손으로 자르고 붙여 포개놓은 화려한 장식들까지, 사원이라기보단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 같다.

 

예술가적 기질
예술가적 기질

이곳은 ‘화이트 템플’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왓롱쿤Wat Rong Khun. 불교 화가이자 건축가인 찰름차이 꼬싯삐빳(타완 두차니와 친구 사이였다)의 역작인데, 예술가로 크게 성공한 뒤 자비를 모아 사원을 짓기 시작했단다. 윤회를 상징하는 둥근 다리를 지나 지옥에서 벗어나면 그제야 본당 앞 천국의 문에 다다른다. 207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데다 워낙 대중적인 관광지라 한가롭게 산책하기가 쉽지 않지만, 오직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이 사원에선 모두가 천국을 마주하게 된다. 화이트 템플을 마음에 둔 여행자라면 치앙라이의 또 다른 명물인 ‘블루 템플’도 놓칠 수 없다. 정식 이름은 왓롱스 아뗀Wat Rong Suea Ten. 찰름차이 꼬싯삐빳의 제자인 풋타 깜깨우의 작품으로, 신비롭고 청량한 푸른색 사원이 남국의 짙은 습기마저 한순간에 잊게 해준다.

 

WEB 왓롱쿤 watrongkhun.org 반 담 뮤지엄 www.thawan-duchanee.com
TEL 왓롱스아뗀 +66-82-026-9038

 

공원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공원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공원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타이 여행자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로컬 브랜드가 있다. 바로 싱하Singha다. 1933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타이 최초의 맥주이자 오늘날 창Chang, 레오Leo와 더불어 자국 3대 맥주로 꼽히는 싱하는 타이인의 오랜 자존심과도 같다. 그 싱하 그룹이 조성한 380만 제곱미터 규모의 공원이 이곳 치앙라이에 자리한다. 이름하여 싱하 파크. 해발 450미터 대지에 과일 농장과 차밭, 호수, 동물원은 물론 스포츠 & 레크리에이션 센터까지 갖춘 농업형 테마파크다. 다분히 인공적인 공간이지만, 기획 단계부터 치앙라이의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가족 단위 여행객이 자연과 더불어 즐길 만한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농장 투어를 통해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거나 기린, 얼룩말, 큰뿔소 등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백조가 노니는 호수를 돌며 우아하게 차 한잔을 즐길 수도 있다. 사실 싱하 파크 투어의 백미는 스포츠 &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즐기는 각종 액티비티 프로그램이다. 특히 집라인의 인기가 높은데, 25미터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서 줄을 타고 내달리다 보면 사방으로 탁 트인 농장지대며 도이창Doi Chaang 산자락의 수려한 전망이 한눈에 담긴다.

 

공원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공원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집라인을 성공적으로 체험한 뒤 좀 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불타오른다면 이번 목표는 어드벤처 루프 코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루프로 연결한 뒤 밸런싱 워킹 브리지, 플라잉 바이크, 플라잉 서프보드 등 14가지 방식으로 이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좀 아슬아슬해 보이긴 해도 전문가가 늘 함께하기 때문에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로프와 몸, 나무 사이를 끊임없이 연결시키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즐거움이 무척이나 색다르다. 내친김에 50미터 높이의 암벽등반까지 도전해 충분히 에너지를 쏟았다면 마지막 투어 코스는 ‘푸피롬Bhu Bhirom’ 레스토랑에서의 만찬과 시원한 싱하 맥주 한잔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 싱하 그룹이 지역사회 지원의 일환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인 만큼, 싱하 파크의 수익은 프로젝트 직원과 지역사회에 돌아간다.

 

WEB www.singhapark.com

 

저녁에는 시장으로

 

저녁에는 시장으로
저녁에는 시장으로

남국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야시장이다. 타이 어느 도시를 가든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야시장 문화가 발달했는데, 북부 도시인 치앙라이 역시 마찬가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야시장은 버스터미널 뒤쪽 타논 탄사이Thanon Thansai에서 열리는 치앙라이 나이트 바자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매일같이 장이 서는 데다 도심부의 상징인 시계탑과도 멀지 않아 늘 현지인과 여행객으로 붐빈다. 치앙마이 같은 대도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고산족이 직접 만든 견직물, 수공예 장식품 등 질 좋고 저렴한 구경거리가 다양하다. 물론 의류, 가방, 신발 같은 공산품이나 튀김, 꼬치, 국수처럼 야시장다운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도 적지 않다. 광장에서 수시로 펼쳐지는 전통 공연을 감상하거나 입구 가까이의 노천 식당을 찾아 푸짐한 현지 야식을 야무진 가격에 맛볼 수도 있다. 가벼운 주전부리 대신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원한다면 추천하는 메뉴는 타이식 샤부샤부인 무쭘. 여기에 차가운 로컬 맥주나 열대과일 슬러시까지 곁들이면 어느 고급 타이 레스토랑의 디너 코스 부럽지 않은 정찬이 완성된다.

 

저녁에는 시장으로
저녁에는 시장으로
저녁에는 시장으로

일정에 여유가 좀 있다면 주말에만 열리는 야시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치앙라이에선 토요일과 일요일 야시장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토요 시장의 무대는 시계탑에서 고작 1~2분 거리인 타논 타날라이Thanon Thanalai. 오후 5시경이면 500미터가량 이어진 거리 양쪽으로 노점이 빼곡하게 들어서는데, 엄밀히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의류와 생활 잡화, 간식, 과일 등이 대부분이다. 일요일에는 타논 상코노이Thanon Sangkhonoi의 약 1킬로미터 구간을 따라 야시장이 선다. 언뜻 봐도 비슷하게 겹치는 가판대가 많은 건 토요 시장의 상인 상당수가 노점을 그대로 옮겨와 장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단, 일요 시장에선 먹거리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시장 초입에 일렬로 늘어선 푸드 트럭의 커피며 아이스크림부터 갓 구워낸 소시지와 오징어, 막 갈아낸 과일 주스와 사탕수수 주스까지, 사방에서 펼쳐지는 타이 길거리 음식의 향연이 여행자의 미각을 끝없이 자극한다.

 

 

골든 트라이앵글, 삼국의 국경에 서다

 

골든 트라이앵글, 삼국의 국경에 서다
골든 트라이앵글, 삼국의 국경에 서다

치앙라이 북부 메콩강 유역에는 한때 세계적으로 악명 높던 국경지대가 자리한다. 강줄기를 경계로 타이와 미얀마, 라오스의 국경이 만나는 삼각지, 골든 트라이앵글이다. 이 지역에 관한 오랜 악명은 1980년대까지 일대를 아시아 최대의 마약 생산지로 등극시킨 대규모 양귀비밭에서 기인하지만, 엄밀히 스리나가린드라 대비의 로열 프로젝트 이후 모두 과거의 일이 됐단다. 이미 골든 트라이앵글 주변의 소수민족은 아편 대신 커피 농사에 매진한 지 오래다. 일대의 어떤 허름한 카페에서든 높은 품질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건 그 때문. 특히 가까이의 도이창 산지에서 아카족이 재배한 도이창 커피는 오늘날 타이를 대표하는 주요 커피 원두 중 하나다. 골든 트라이앵글 여행은 보통 3국의 전경을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는 치앙샌Chiang Saen의 뷰포인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천년 고찰 왓프라탓푸카오Wat Phra That Phu Khao가 위치한 고지대 끄트머리에 오르면, 언덕 아래 갈지자로 휘어진 메콩강 줄기 너머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경지대가 한눈에 담긴다.

 

골든 트라이앵글, 삼국의 국경에 서다
골든 트라이앵글, 삼국의 국경에 서다

어느 나라 땅 할 것 없이 신록이 무성한 데다 강변을 따라 도열한 집과 호텔, 유유히 황톳빛 강물을 휘젓는 작은 유람선들이 오래도록 봐도 질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한다. 왓프라탓푸카오를 가로질러 입구 쪽 계단으로 내려오면 제법 여행객으로 붐비는 항구지대가 펼쳐진다. 메콩강을 도는 보트나 유람선이 이 부근에서 출발하는데, 도이창 커피를 파는 카페부터 3국의 전통 의상을 갖춘 옷가게, 기념품 상점 등이 즐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기 일쑤다. 사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는 고대 요새도시 치앙샌의 오랜 역사가 숨어 있다. 치앙샌은 중국 윈난성 출신인 타이족이 일대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된 도시다. 과거 란나 왕국을 건설한 망라이 왕 역시 이 지역 출신. 덕분에 유서 깊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꼭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1290년 처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왓프라탓체디루앙Wat Phra That Chedi Luang을 추천한다. 현재 치앙마이의 주요 명소 중 하나인 동명 사원의 전신이다.

 

 

 

<2018년 11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태국정부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