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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겪어보지 못한 세계, VR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미래 로봇을 조종하고 알파인스키를 즐겼다. VR 게임으로 만난 놀라운 가상현실의 세계.

 

VR 스테이션

아버지 손을 잡고 용산전자상가에 간 날, 그러니까 약 20년 전 컴퓨터게임이란 것을 처음 접했다. 그래픽이 화려해질 때마다, 컴퓨터가 아닌 다른 기기에 최적화된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요즘 게임에는 클래식함, 아날로그함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차츰 게임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와 오랜만에 게임을 즐겼다. VR 게임이었다. 친구는 자연스럽게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쓰고 허공에 양팔을 휘저었다. “좀 유치하지 않아?” VR 게임방에서 2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독특한 조작 시점과 색다른 플레이 방식, 고백하건대 VR 게임은 재미있다. 오늘날 게임 시장은 VR에 주목하고 있다. VR이란 Virtual Reality의 약자로 ‘가상현실’, 즉 가상을 현실처럼 구현한 공간 또는 세계를 의미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주인공이 머리에 기기를 쓰는 순간 펼쳐지는 풍경, 이것이 가상현실이다. 그런데 이제 VR은 더 이상 영화에나 등장하는 꿈 같은 세계가 아니다. 주말 저녁, 번화가에 자리한 VR 게임방에는 유명 맛집 버금가는 웨이팅이 기다린다. 밥 한 끼 먹는 돈이면 전혀 다른 공간과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대. 가상현실의 ‘현실화’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눈앞에 다가왔다.

 

 

VR 스테이션
VR 스테이션

지난 11월 30일, 서울 강남에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현실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에 한껏 기대감을 안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VR 스테이션. 입장과 동시에 게임을 도와줄 서포터들이 VR 초심자들을 환영한다. 이용 방식은 놀이공원과 비슷하다. 기호에 따라 빅 4, 빅 6 등의 패키지권을 결제하면 팔에 팔찌를 걸어준다. 이 팔찌를 바코드 인식기에 태그해 입장하면 게임을 할 때마다 이용 가능 횟수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입장을 마친 뒤 건물 전체를 둘러보았다. 총 4층으로 이루어진 VR 스테이션은 약 3967제곱미터 공간에 20여 종의 게임과 카페테리아, 피겨 상점 등을 갖추고 있다. 작은 방에서 빔프로젝터를 내리고 즐기던 VR 게임방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체험에 앞서 어떤 게임이 가장 주목받는지 물었다. “마리오 카트, 에반게리온, 갤러그 등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콘텐츠가 인기가 많아요.” VR 스테이션은 다른 VR 테마파크와의 차별화를 위해 일본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와 VR 콘텐츠를 독점 공급 계약했다. 지하 1층, 지상 1층에 배치된 11종의 게임은 현재까지 오직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들이지만, VR을 처음 체험하는 사람도 단숨에 몰입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이제 게임을 체험할 시간. 가장 먼저 레이싱에 도전하기로 했다. 카트에 올라 마리오 카트 게임을 시작했다. 5분 남짓 지났을까, 2등으로 결승점에 골인하며 게임이 종료됐다. 아쉬운 표정으로 카트에서 내리는 내게 서포터가 말했다. “VR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기기를 오래 사용하면 어지러움을 느껴요. 5분은 게임을 즐기기에 나름대로 적당한 시간이죠.” 이러한 이유로 VR 스테이션의 모든 게임은 4~6분 정도 이어진다.

 

 

VR 스테이션
VR 스테이션

2층과 3층에는 국내 중소기업의 VR 게임이 자리한다. 3층에서 눈에 띄는 것은 VR 시네마. 4DX를 접목시킨 VR 전용 영화관으로 모션 체어가 영화를 더 실감 나게 감상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모션에 따라 영상이 변하는 ‘VR 미디어 아트’, 웹툰을 VR로 볼 수 있는 ‘VR툰’도 같은 층에서 만날 수 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좀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VR 스테이션을 나왔다. 입김이 솔솔 나오는 12월의 강남역, 다시 현실이다. 회사원들로 분주한 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마 우리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처음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방식은 비행기가 아닌, VR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VR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VR 스테이션의 인기 게임 4

 

VR 스테이션

1 에반게리온
<에반게리온>은 첫 방영 이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덕후’를 양산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게이머는 파일럿이 되어 초호기, 영호기, 2호기, 마크 6까지 총 4대의 에반게리온에 탑승한다. 주어진 미션은 인류를 위협하는 사도에 맞서 싸우는 것. 밖에서 보기에는 정적이어도 HMD를 쓴 뒤에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 팔걸이의 트리거를 이용한 실감 나는 전투가 기다린다. 에반게리온 팬이라면 꼭 한번 체험해볼 만하다. 
2 공중 자전거
공중 자전거로 폭포와 절벽 사이를 날아 결승점에 도달하는 게임이다. 자전거를 타며 VR 세상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아바타>를 5분 동안 감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바람 등으로 나아가기 힘든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여야만 한다. 고소 공포증이 있다면 도전에 앞서 한 번 더 고심해보길. 진짜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그래픽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동안 여러 번 탄성이 터져 나온다.
3 드래곤볼
만화 <드래곤볼> 속 메인 캐릭터들의 가르침을 받아 궁극의 기술, 에네르기파를 날리며 대결하는 모션 게임. HMD외에도 손, 허리, 발에 모션 감지 센서를 착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를 모으고 발사하는 과정을 배우는 튜토리얼도 하나의 재미다. 마이크에 대고 기합 소리를 크게 내고 양팔을 이용해 제대로 동작을 구현해야만 기술이 발현되니 말이다. 원작 팬이라도 에네르기파를 날린 뒤에는 약간의 민망함이 찾아올 수 있다.
4 마리오 카트
마리오와 루이지가 되어 카트 레이싱을 펼친다. 최대 4명까지 멀티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혼자 또는 서포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핸들, 페달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고 뿅망치, 거북 등껍질 등의 아이템을 이용해 상대방의 진로를 방해한다. 손에도 센서를 장착해 아이템이 보이는 순간 손을 휘두르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입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VR 스테이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다. 서포터들의 응원 때문에 게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석병
취재 협조 VR 스테이션 강남점 www.h-vrst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