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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테마여행
찬바람이 부는 맛

상주의 한옥 툇마루에는 벌써 곶감이 널렸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다는 뜻이다.

 

상주의 한옥 툇마루

상주에서 무수히 많은 감나무를 만났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고 불리는 750년 된 감나무부터 길가에 낮게 서 있는 주인 없는 감나무까지. 감나무에 따라 감의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떨어진 연시의 맛이 그토록 달콤한 것도 처음 알았다. 가득 주워 온 연시를 냉동실에 꽁꽁 얼려놓고 하나씩 녹여 먹는 재미는 이 시기가 지나면 느낄 수 없는 행복이다. 그중에서도 곶감은 시간이 내어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동화 속 연지네 집 처마 밑엔 벌써부터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을 주렁주렁 널어놓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감꼭지는 남기고 껍질을 벗긴 뒤 줄에 차례로 매달아 처마 밑에 널어둔다. 50년 이상 감을 만진 숙련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널려진 감들을 손으로 꾹꾹 주물러가며 겨우내 불어오는 바람을 맞게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추운 겨울이 지나야 말랑말랑하고 맛있는 곶감이 된다”는 대사처럼, 시간이 만들어낼 곶감의 맛이 기대된다.
촬영 장소 경북 상주시 곶감 공원

 


<2019년 11월호>


에디터 이지혜
포토그래퍼 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