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PEOPLE
LIFESTYLE - PEOPLE
김성령, 마우이의 여신

배우 김성령과 함께 마우이로 떠났다. 변치 않는 기품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은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천혜의 풍광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김성령

백 오픈 톱과 스커트. 니나리치 볼드한 이어링. 뚜아후아 룩에 포인트를 주는 스니커즈. 닥스 슈즈

 

김성령

블랙 슬립 드레스. 미스지컬렉션 브레이슬릿. 존하디 이어링. 고이우 슬링백. 닥스 슈즈

 

김성령

핑크 리넨 드레스와 재킷. 제인송 브레이슬릿. 고이우 화이트 옥스퍼드 슈즈. 닥스 슈즈

 

따뜻하고 습하지 않은 공기. 코트야드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 내리자 ‘천국의 공기’가 와 닿았다. 마우이는 두 번째 방문이다. 이번엔 배우 김성령과 함께 찾았다. 8시간 30분의 비행시간,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마우이로 환승. 배우가 지치지 않았을까 걱정됐다. 공항에 도착해 김성령의 얼굴부터 살폈다. 그녀는 촬영팀 중 가장 생생했다. “아, 배고프다. 우리 저녁부터 먹으러 가요.” 늦은 밤 마우이에 도착한 촬영팀은 공항 근처의 마트로 향했다. 호텔에서 먹을 과일과 치즈, 와인 등을 샀다. 마우이 남서쪽 와일레아 해변에 위치한 그랜드 와일레아 호텔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어언 11시. 체크인을 하고 김성령의 객실에 스태프 몇 명이 모였다. 와인과 함께 일정 중반 즈음 먹으려 했던 컵라면을 꺼냈다. 라면은 꿀맛이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조식을 먹으러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해보니 김성령과 스태프는 식사를 거의 마친 후였다. 이렇게 부지런한 배우를 봤나. “제가 원래 아침형 인간이에요. 아침을 거르지 못해요.”   


이번 화보 촬영 일정은 김성령이 한창 영화 <콜>을 촬영 중일 때 계획됐다. 촬영 약속을 잡고 로케이션 장소를 고르기 시작했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배우니, 화려한 마천루가 솟은 도시가 낫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최근 <정글의 법칙>(이하 ‘<정법>’)에서 본 야생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그려졌고, 그때 하와이 마우이가 떠올랐다. 하와이의 유럽이라 불릴 만큼 고급스러우면서도 하와이 특유의 아름다운 날씨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섬. 

김성령이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콜>은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 김성령은 박신혜가 맡은 서연의 엄마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의 비밀의 열쇠를 쥔 천재 과학자, <미세스 캅>의 뉴욕에서 온 슈퍼 미세스 캅, <독전>의 마약 조직의 실질적인 후견인 오연옥까지, 김성령이 맡았던 캐릭터 중 어느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다. 그녀의 ‘예쁨’은 ‘예쁜 엄마’ 캐릭터 안에 그를 가두지 않았다. 어떤 엄마를 해도, 그 안에는 주체적인 ‘자신’이 있었고,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었다.

 

 

김성령

언밸런스 디테일의 수영복. 코스 더블 브레스트 재킷. 브루넬로 쿠치넬리 레드 컬러 뱅글. 블랙뮤즈 이어링. 고이우 체크 패턴 뮬. 닥스 슈즈

 

김성령

실크 시폰 소재의 옐로 드레스. 포츠 볼드한 이어링. 고이우 발등 부분에 포인트 장식을 더한 화이트 슬링백. 닥스 슈즈

 

김성령

화이트 니트 톱. 데무 시폰 와이드 팬츠. 쁘렝땅 브레이슬릿. 존하디 니트 소재의 스니커즈. 닥스 슈즈

 

지난해 김성령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30년 동안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어요. 작년부터는 앞으로 나아갈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죠. 작품 욕심이나 인기 욕심은 조금씩 줄어드는 거 같아요. 내가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해졌죠. 배역 선택 기준도 달라졌고요. 예전에는 감독, 작가, 함께 출연하는 배우 등등 많은 것을 따졌지만 지금은 억지로 해야 하는 건 안 해요. 결과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즐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생활 하면서 김성령이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바로 자기 관리 비결이다. “비결이 있다면 끈기? 지구력? 무엇이든 하다 말다 하진 않아요. 한번 시작하면 최하 5년은 하죠. 운동도 한번 하면 꾸준히 해요. 평생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몇 달 하고 말진 않아요.”


촬영은 그랜드 와일레아 호텔과 호텔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베이비 비치에서 진행됐다. 야자수와 순도 높은 햇살, 대부호의 별장에라도 온 듯 우아한 아치형 기둥이 서 있는 리조트가 배우와 잘 어우러졌다. 리조트에서 촬영을 마치고 바닷가로 향했다. 화산 폭발 때 날아온 돌이 진흙에 박혔다가 파도에 씻겨 알을 까듯 모습을 드러낸 이국적인 바닷가에 드레스를 입고 선 김성령의 모습은 마치 마우이의 여신 같았다. 오후 4시쯤 촬영을 마치고 파이아로 향했다. 히피 감성이 물씬 풍기는 빈티지한 마을에는 웨즈 웨더슨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서퍼들이 거닐고 있었다. 편안한 차림에 운동화로 갈아신고 거리를 산책했다. 김성령은 촬영 후 리조트에서 망중한만 즐기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듯, 다음 스케줄을 궁금해했다.


“여행을 원래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제 평소 스케줄을 보면 일주일에 3일은 운동을 하죠. 댄스도 배우고 마사지도 해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너무 금방 가요. 여행을 좀 다니기 시작한 건 3년 전, 혼자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예요. 샌프란시스코에 한 달 정도 머물고 보름 동안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까지 자동차 여행을 했거든요. 처음엔 혼자였지만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 같이 자동차 여행을 가면서 멤버가 늘었어요. 그때 조금 용기가 생겼달까.”


지난해 김성령은 <정법>을 찍으러 파타고니아에 다녀왔다. 초반엔 다른 병만족과 달리 여유롭게 품위를 유지했지만,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걸 내려놓은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어 화제가 됐다.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까지 가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칠레를 언제 가겠어요. 비박 같은 걸 언제 해보겠어요. 국내에서도 캠핑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드라마 촬영이 아닌 일로 해외를 가보고 싶었어요. 화장 안 하고 머리도 안 하면 기분이 어떨까. 그렇게 자유롭고 싶어서 갔어요.” 오지에서 김성령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벌에게 귀여운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내뱉으며 야성미를 발산하는가 하면 옷이 젖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파도를 맞으며 열심히 조개를 캐는 극강의 생존력을 보여줬다. 센 불에서 옥수수를 굽다 얼굴까지 익고, 얼굴에 거뭇한 숯이 묻어 제대로 망가진 비주얼도 보여주었다.

 

 

김성령

브라톱과 쇼츠. 미스지컬렉션 브릭 컬러의 사파리 재킷. 쁘렝땅 플라워 모티브 장식을 더한 스니커즈. 닥스 슈즈

 

김성령
리엔케이 모이스트 래디언스 컬러 크림

BEAUTY NOTE 마우이 화보 촬영에서 김성령이 사용한 리엔케이 모이스트 래디언스 컬러 크림. 오랜 시간 화사한 광채 피부를 유지해주는 물빛 톤업 크림으로 물과 땀에 강한 워터프루프 기능과 가볍고 산뜻한 플루이드 크림 제형으로 모방할 수 없는 피부 빛을 선물한다. 리엔케이

 

“사람들이 하도 예쁘다 동안이다 해서, ‘아니거덩. 내가 쌩얼 한번 보여줄 테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항상 예쁘다 동안이다, 하는 것이 나를 옭아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김성령 늙었어. 확 갔어. 관심 갖지 마. 그런 반항심이 들 때도 있어요.”


화보 촬영을 마친 다음 날 혹등고래 워칭 투어에 나섰다. 오전 7시 30분 출발. 키헤타를 지나 올로왈루 해변의 탁 트인 해안선을 따라 40분 정도 달려 마우이 동북쪽에 위치한 라하이나 항구에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승객들을 실은 배가 상쾌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우이와 라나이 사이의 바다는 외부 침입이 적어 혹등고래가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마우이에서 20년을 산 가이드가 이야기한다. “11월에서 3월 중순까지 마우이에서 혹등고래를 볼 확률은 95퍼센트나 됩니다.” 항해를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 혹등고래가 출현했다. 엄청난 크기의 고래가 바다 표면 위로 올라와 물을 내뿜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고래 투어를 마친 후엔 호텔 근처에 위치한 시크릿 비치로 향했다. 까만 화산석과 금빛 모래가 함께 깔린 바닷가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책을 읽고, 배드민턴을 쳤다. 오후 햇살이 푸른 바다와 금빛 모래에 부서졌다. 이토록 평화로운 풍경이라니.  


“여행을 한두 번 갔다 왔다고 갑자기 어떤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런 경험이 자꾸 쌓이면, 작은 변화는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엔 스킨다이버 자격증도 땄어요. 1단계 오픈 워터 자격증이에요. 전 원래 물을 무서워해요. 그런데 바닷속에 들어가니 그곳에 또 다른 세상이 있더라고요. 아이러니한 게, 물이 너무 무서운데 동시에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식당에 가면 새로운 메뉴가 있으면 그 맛이 궁금해서 꼭 맛을 봐야 해요. 사실 전 집이 가장 편해요. 그런데 여행 가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뭘 느끼는 걸까 궁금해지고 나도 그걸 느껴보고 싶어요.”


그런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지금의 김성령을 만들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배우고,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태도. 마우이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마우이 브루잉 컴퍼니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며 저녁 식사를 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음, 한 도시에서 몇 달간 살아보고 싶어요.” 하와이는 어떻겠냐고 물었다. “음, 물가가 좀 비싼데…(지극히 현실적인 대답) 하와이는 너무 풍요로운 땅이죠. 호놀룰루는 전 세계 사람들이 놀러 와서 마시고 놀고 망중한을 즐기는 곳이잖아요. 하나님이 열심히 일한 사람 쉬라고 지구상에 천국 같은 곳을 하나 만들었다면 그곳이 바로 호놀룰루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살기에는 마우이가 좋을 거 같네요. 여유가 느껴지고 자연도 더 아름답고요.”


김성령의 버킷리스트는 자꾸 추가되고, 매일 수정될 것이다. 두려운 것은 한번 해보고야 마는 것으로 깨버리는 사람이니, 이 호기심 많은 배우가 내년 이 즈음에는 어디에 가 있을지 기대가 된다.

 

 

<2019년 4월호>


에디터 정은지(화보), 여하연 (인터뷰)
포토그래퍼 전재호
메이크업 이경은(하르앤뮤)
헤어 홍지선(하르앤뮤)
스타일리스트 마연희
취재 협조 그랜드 와일레아 월도프 아스토리아 리조트 www.grandwailea.com 하와이안항공 www.hawaiianairlines.co.kr 마우이관광청 www.visitmaui.com 아일랜드 익스클루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