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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미의 아키타 설국 여행

여행이란 쉬어가기 그리고 비워내기라 말하는 임세미. 그녀와 일본 아키타로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떠났다.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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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를 가로지르는 내륙종관열차를 타고 열차 여행을 떠났다. 사 람들은 창밖으로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가쿠노다테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30분 뒤 무인역인 마쓰바역에 정차했다. 사람이 없는 역은 고요하지만, 쓸쓸하지 않다.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차분한 캐멀 컬러의 코트. 비지트인뉴욕 체크 패턴이 돋보이는 슈트. 인스턴트펑크 블랙 터틀넥 니트. 캘빈클라인 베이식한 앵클부츠. 라그라치아

 

 

개인적으로 아키타는 꼭 한번 다시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2년 전 떠났던 3박 4일간의 아키타 겨울 여행은 행복했고, 그때 본 풍경들은 매번 눈이 내릴 때마다 잔상처럼 어른거렸다. 그리고 이번에 배우 임세미와 함께 아키타를 찾았다. 지난 해 종영한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그녀는 국정원의 엘리트 요원 유지연으로 변신했다. 그 전 작품인 <어바웃 타임>에서는 금수저 배수봉을 연기했다. 유지연도 배수봉도 냉철하고 도도한 캐릭터였다. 임세미를 처음 만난 날, 그녀가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TV 밖 임세미는 언제나 해맑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오후 6시, 집을 떠난 지 13시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조금은 고단했던 시작. 그녀는 저녁 식사 후 방에서 쉬는 대신 산책을 택했다. “겨울과 하얀 설원 풍경을 좋아해요. 여기는 공기까지 참 맑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머지않아 그녀도 분명 아키타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일본은 도쿄나 오사카처럼 대도시를 여행할 기회만 있었어요. 온천 료칸에서 푹 쉬고 자연을 여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 이미지 때문에 당연히 도시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도시보다 자연을 선호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한 것처럼 그녀의 취미는 등산이다. “사계절을 즐기기에는 산만 한 곳이 없어요. 물도 좋아하는데, 산에는 계곡도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하죠.” 눈 쌓인 설벽과 너도밤나무 숲을 신나게 걷는 모습을 보며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산과 겨울을 좋아하는 그녀와 아키타가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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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는 료칸의 천국. 전통적인 료칸과 모던하고 세련된 고급 료칸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도시를 잊는다’는 뜻을 가진 온천 료칸 미야코와스레는 후자에 해당한다. 각기 다른 료칸을 아우르는 공통점은 조용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하이넥 오버핏 원피스. 씨엘제로 가죽 소재의 앵클부츠. 라그라치아

 

 

뉴토온천향
임세미
임세미
뉴토온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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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온천향은 7개의 신비한 온천이 모인 곳이다. 여행자들은 온천 료칸에서 숙박하거나 하루 정도 버스를 타고 온천을 순회하며 몸과 마음을 힐링한다. 흰눈 사이로 료칸을 찾아 다니는 동안 산이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든다.
후드가 달린 캐주얼 코트. 폼더스튜디오 블루 컬러 코듀로이 와이드 팬츠. 아워코스모 하이넥 스타일 니트. 쁘랭땅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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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슈를 신고 너도밤나무 숲을 걷는다. 파우더 스노 위에 있지만, 스노슈 덕분에 발걸음은 가볍다. 눈으로 반짝이는 겨울의 숲은 어느 계절에 비할 데 없이 환상적이다. 트레킹 후 규카무라 온천의 온천수에 몸을 녹이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버건디 컬러의 더플코트. 버버리 코듀로이 소재 팬츠. pdf 네크라인을 강조한 니트. 아워코스모 그레이 계열 부츠. 어그 네이비 캡. 캉골

 

 

그녀는 이렇게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것이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임세미에게 여행이란 비워내기 그리고 쉬는 시간과 같은 존재다. “일상에서 여행의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요. 스케줄 도중 잠시 쉬고 싶을 때면 하늘도 보고 시간을 내 좋아하는 공간에 가서 가만히 숨을 쉬기도 하죠. 그 순간이 저에게는 여행으로 느껴져요. 내가 쉬고 있구나, 잠시 일상에서 여행을 떠나왔구나, 생각하면서요.”

 

쉬어가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드라마 <어바웃 타임>, <내 뒤에 테리우스>로 지난 한 해를 바쁘게 보낸 뒤 숨 고르기를 하는 그녀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 연기 철학, 배우로서의 목표와 같은 질문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다음 작품 계획’ 대신 ‘다음에 떠나고 싶은 곳’을 물어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까지 오로라를 보고 싶어 아이슬란드 여행을 생각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한 달 살아보기’를 해볼까 싶어 치앙마이를 찾아본 적도 있고요. 참, 걷는 것을 좋아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꼭 가보고 싶어요. 딱히 어딘가를 다음에 꼭 갈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실은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네요.”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임세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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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진돗개가 있다면 아키타에는 아키타견이 있다. 아키타견은 미인, 수호신 나마하게와 함께 아키타를 대표하는, 아키타의 상징이다. 몸집은 커도 성격은 온순하다. 아마도 소탈하고 다정한 아키타 사람들을 닮아서일 거다. 
머플러 쇼트 패딩. 분더캄머 그린 컬러 니트. 캘빈클라인 그레이 톤의 편안한 팬츠. 폼더스튜디오 트레이닝 슈즈. 아디다스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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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아키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길을 내기 위해 지난 밤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이다. 아키타에서는 누구나 멋진 벽을 만드는 건축가가 된다. 비밀스러운 가니바 온천의 설벽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맑은 온천에 다다른다.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카디건. 써스데이아일랜드 브라운 섀미 스커트. 앤아더스토리즈 화이트 컬러의 터틀넥 니트. 블랑쉬 앵클부츠. 닥터마틴

 

 

아키타
아키타
아키타

아키타에서 만난 이는 배우 임세미라기보다 여행자 임세미에 가까웠다. 그녀는 촬영 기간 내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온천과 풍경을 마음껏 누렸다. 현지 사람에게는 다정하게 먼저 인사를 건넸고, 그들의 환대를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앞서 걸었고, 한 장소를 떠날 때면 느린 걸음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호기심도 많아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자만큼이나 많은 질문을 했다. 사실 취재를 준비한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다. 마지막 날 현지 담당자가 “그녀가 이번 촬영을 통해 진심으로 아키타를 여행으로 즐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털털하고 배려심 넘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까지도 즐길 줄 아는 사람.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춰보건대, 낯선 곳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고 같이 여행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마지막까지도 우리가 함께 떠날 다음 목적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 건 이번 여행이 그만큼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더는 설레지 않다면, 잠시 여행을 쉬어야 할 때라고. 얼마 전 내게도 이런 시기가 찾아왔었다. 그러던 도중에 떠난 임세미와의 여행. 갑자기, 순식간에 내가 사랑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키타 여행 이후 피로감 가득한 새벽의 비행기 안, 쓸쓸하게 느껴졌던 한밤중의 공항은 어느새 세상 어느 곳보다 설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무엇이 나를 달라지게 했을까. 임세미는 그 이유를 아키타에서 찾았지만, 나는 그녀 덕분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2019년 2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이혜련
모델 임세미
스타일리스트 한승희(HANstyle)
헤어 이소영(제니하우스 청담힐)
메이크업 정혜선(제니하우스 청담힐)
취재 협조 아키타현,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 사무소(인페인터글로벌) www.aki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