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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레이 김영선의 맛있는 프랑스 이야기

프랑스 현지의 맛을 그대로 펼쳐낸 뚝심 있는 젊은 셰프를 만났다. 프랑스에서 10년 동안 살며 미식 경험을 쌓은 김영선이다.

 

쏠레이

모던한 유럽풍 인테리어로 꾸민 쏠레이는 작지만 알차다.

 

쏠레이

쏠레이는 프랑스어로 '태양'이란 뜻으로 셰프 이름 '선'에서 따왔다.

 

김영선 셰프

한국에서 첫 레스토랑을 연 김영선 셰프.

 

청담동의 작은 프랑스, 쏠레이
요즘 주목받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셰프 김영선의 쏠레이Soleil다. 프랑스어를 전공해 프랑스 보르도로 어학을 위한 유학을 떠났던 그는 요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비뇽의 호텔학교와 리옹의 폴 보퀴즈에서 요리를 배웠다. 이후 5년 동안 파리의 크고 작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때 그는 프랑스에서의 미식 경험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 ‘조제의 맛있는 프랑스 이야기’에 꾸준히 올렸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캐주얼 레스토랑까지 두루 다룬 블로그 포스팅 덕분에 프랑스 미식과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파리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레스토랑을 만들 꿈을 꾸던 그가 한국에 돌아와 지난가을 쏠레이를 열었다. 이곳에서 그가 맛보고 경험했던 프랑스 요리를 그만의 방식으로 선보인다. “현지 음식을 많이 경험해본 분들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맛이 다소 강하다고 해요.” 프렌치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런치는 가볍게 간을 한다. 대신 디너 메뉴는 현지 맛을 충실하게 낸다. “메인 메뉴는 양고기, 소고기, 생선 중 선택 가능한데 각각의 소스를 그 재료에서 뽑아내어 만들어요.” 각 메뉴에 맞는 소스를 만들기 위해선 육수를 뽑고 조리하는 데 2~3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프랑스에서도 규모가 큰 레스토랑에서만 이러한 방식으로 소스를 만든다고 한다. 손은 많이 가지만 재료의 맛이 풍성해진다. 메인 메뉴의 가니시로는 호박, 고구마 등 친근한 채소가 곁들여지는데 모두 그가 부모님과 함께 원주에서 농사지은 것들이다. “여유가 생기면 팜투테이블을 해보고 싶어요. 직접 키우는 만큼 재료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프렌치 요리 재료 중 수급이 어려운 것은 국내산으로 대체하는데 의외의 재료가 프렌치 요리에 섞여 조화로운 맛을 낸다.  

 

 

쏠레이

부드러운 감자 폼을 얹은 돼지머리테린과 방풍나물 폼을 곁들인 버섯라자냐.

 

농밀한 프랑스의 맛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돼지머리테린이에요. 처음엔 코스의 일부였는데 지금은 디너에 서비스 요리로 제공해요.” 테린은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하게 섞인 고기를 잘게 썰어 익혀서 차갑게 내어주는 요리로 쏠레이에선 우리나라의 편육처럼 돼지머리로 테린을 만든다. 여기에 부드러운 감자 폼을 얹는데, 진한 고기 향이 풍긴다. 일반적으로 고기 냄새를 없애는 우리의 조리 방식과 달리 프랑스에선 고기 향을 끌어 올리는데, 이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거죠. 이런 전통 음식은 프랑스 리옹에서 많이 맛볼 수 있어요.” 그가 요리를 배웠던 리옹에선 고기나 고기 부속이 들어간 요리를 정찬으로 내어주는 ‘부숑Bouchon’이 유명하다. 다양한 종류의 부숑 중에서도 김영선 셰프가 추천하는 건 ‘앙두예트Andouillette’다. 돼지 창자에 각종 부속을 넣어 만든 요리로 돼지 특유의 향이 강해 누린내를 참지 못하는 이들에겐 어려울 수 있으나, 프랑스 미식 경험을 위해선 도전해볼 만한 요리다. “좋은 요리란 어느 나라를 따지지 않고 정성과 시간을 들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레스토랑을 처음 열었을 당시 단품으로 제공했던 뵈프부르기뇽을 그는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메뉴로 꼽았다. 와인에 소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쪄 국물이 자박자박한 요리로 대표적인 프랑스 가정식이다. 감자퓌레나 파스타 면을 곁들이면 식사로도 안주로도 훌륭해 모임 자리에 잘 어울린다. “꾸준히 찾는 단골이 있는 레스토랑이고 싶어요.” 문을 연 지 두 달째, 김영선 셰프는 앞으로도 자신이 하고픈 요리를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후 그가 내어준 눅진한 돼지머리테린에 레드 와인을 곁들이며, 그만의 맛있는 프랑스 이야기가 쏠레이에서 오래 펼쳐지기를 소망했다.

 

 김영선 셰프의 프랑스 미식 여행법
“지역에 따라 특징이 있어요. 파리는 대도시인 만큼 프랑스 각지와 세계 음식을 모두 만날 수 있어요. 아비뇽에서는 해산물, 토마토, 올리브유를 사용한 지중해 요리가 유명하고, 리옹은 전통 음식인 부숑이 유명하죠. 프랑스의 전통을 맛보고 싶다면 리옹을 추천해요. 우리의 순대 골목처럼 부숑 골목이 형성되어 있고 그곳에 약 20개 이상의 부숑 전문 레스토랑이 있어요. 소 혀나 돼지머리, 내장 등을 활용하는데 처음엔 강한 맛과 향에 힘들 수 있어도, 먹다 보면 고기 향의 매력을 알게 되죠.”

 

 

리옹
리옹

LYON
20세기 유명한 미식가 퀴르농스키는 리옹을 ‘미식의 수도’라 말했다. 지리적으로 론알프에 위치한 리옹은 교통의 중심지로서 외부로부터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이 유입되었다. 여기에 먹거리가 풍부한 환경과 상업도시로 발전한 부유한 역사도 미식을 발전시키는 데 밑받침이 되었다. 리옹에서 유명한 건 ‘부숑’이다. 1차세계대전 이후 일자리를 잃은 여성 요리사들이 차린 가게로, 주로 서민이 찾았다. 돼지고기 부속이나 양배추, 감자처럼 값이 저렴하고 흔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 맛이 훌륭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시에서 부숑 전문 레스토랑을 관리해 인증 마크를 준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강신환
사진 제공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취재 협조 쏠레이 010-8010-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