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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 존재의 이유에 답하다

오랜 공백기간을 깨고 6년 만에 10집 정규 앨범을 발표한 국민 록밴드 YB를 서교동 카페에서 만났다. 두 달간의 산중 생활에서 탄생한 낯설고 또한 낯익은 공존의 음악과 여행 이야기.

 

록밴드 YB

YB 음악은 지켜야 할 것과 진화시킬 것 사이
밴드 음악이 살아남기 힘든 음악시장에서 데뷔 25년을 맞은 YB(보컬 윤도현, 베이스 박태희, 드럼 김진원, 기타 허준, 기v타 스캇 할로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정작 YB는 ‘월드컵 밴드’, ‘국민 밴드’라는 수식어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와 새로움을 택했고, 스물다섯 청년 밴드의 진화를 담은 결과물이 정규 10집 앨범 <트와일라잇 스테이트Twilight State>다. 
‘낯설다’, ‘지금까지 해오던 음악 스타일이 아니어서 당황스럽다’, ‘솔직히 물음표다’. 처음 데모곡을 들었을 때 YB 멤버들이 받은 첫 느낌은 그랬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두고 YB는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고,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도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비로소 ‘딴짓거리’, ‘생일’, ‘나는 상수역이 좋다’를 메인 타이틀로 한 총 13곡의 트랙 리스트를 지난 10월 공개했다. 사회적인 이슈나 현상이 아닌 개인의 소소한 감정과 철학적 태도를 음악에 담은 이번 앨범에 대해 윤도현은 “YB가 지켜야 할 것과 진화시킬 것을 공존시키려 했다”라고 자평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 그 정체성이 YB가 지켜야 할 것이다. ‘나는 상수역이 좋다’처럼 1990년대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를 통해 오랜 팬들과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 또한 지켜야 할 것 중의 하나다.” 동시에 YB는 음악적 진화를 위해 그동안의 틀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얼터너티브,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것은 물론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슬프고, 우울하고, 기쁜 감정을 은유적인 가사로 풀어냈다. 음악적으로는 비움의 미학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이전에는 사운드가 꽉 차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스페이스를 많이 만들고, 그 공간 자체도 하나의 음악으로 구현했다.” 음악의 진화를 위해 윤도현은 이전과는 다른 작업 방식을 선택했다. 두 달 동안의 자발적인 산중 음악 유배 여행이 그것. 그는 양평군 명달리에 위치한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작업에만 몰두했다. 소란스러운 도시를 벗어나되 너무 깊은 산중이 아닌 자연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느낀 시간,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번 앨범은 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그는 단언했다. “음악 장비와 조명 등을 싸들고 산중으로 들어갔다. 늦은 밤 조명을 켜고 혼자 춤추고, 노래하고, 책 읽으며 다 풀어헤친 상태에서 지냈다.” 마치 프레디 머큐리가 스위스 몽트뢰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듯 윤도현 또한 양평의 적당한 고요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음악을 탄생시켰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

<비긴 어게인>에서 버스킹 공연을 한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
 

프랑크푸르트안데어오데르

<폴 & 록 페스티벌> 기간에 여행한 프랑크푸르트안데어오데르.

 

그리스 멜리사니 동굴

<이타카로 가는 길>에서 윤도현이 하현우와 함께 찾은 그리스 멜리사니 동굴.

 

폴란드 <폴 & 록 페스티벌> 무대

폴란드 최대 음악 축제인 <폴 & 록 페스티벌> 무대.

 

여행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하는 음악 여정
YB의 존재감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록의 본고장인 영국,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30여 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수많은 공연을 함께했지만 멤버들의 가슴을 울린 공연은 각자 달랐다. 윤도현은 99퍼센트에 달하는 백인 관객과 음악으로 경계를 허물고 기립 박수를 받았던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미주 투어 오프닝 공연을 첫손에 꼽았다. 김진원은 “텍사스 오스틴 6번가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진행돼 마치 음악의 소나기를 맞는 듯 황홀했던 <SXSW 페스티벌South by Southwest Festival>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허준은 운 좋게도 두 번씩이나 무대에 오른 평양 공연을, 스캇은 얼어 있던 관객들이 무대 말미에 180도 바뀌었던 일본 도쿄돔 시티홀 공연을 베스트로 꼽았다. 박희태는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공연 문화가 인상적이었던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공연과 함께 <폴 & 록 페스티벌Pol & Rock Festival>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작년 YB는 폴란드 최고의 록 페스티벌인 <폴 &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 최초로 자신들의 스테이지를 선보였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63만 명에 달하는 관객과 뮤지션이 하나가 되어 ‘사랑과 평화, 우정’을 공유한 공연에서 YB의 존재 이유를 발견했다”며 박희태는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현장성과 관객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YB는 얼마 전 홍대에서 게릴라 버스킹을 진행했다. “길 위에서 오직 음악하는 사람으로 관객과 만나는 거리 공연은 진솔함과 솔직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 말하는 윤도현은 해외 버스킹 프로그램인 <비긴 어게인>과 <이타카로 가는 길>을 통해 국적과 인종,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그리고 풍경화 같던 스위스 몽트뢰에서는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녹음실을 찾았다. “퀸이 작업했던 스튜디오 콘솔 안에는 당시 녹음 트랙이 남아 있어서, 방문객이 직접 트랙을 조정할 수 있었다. 기타 소리를 올리거나 드럼 소리를 내리면서 퀸의 발자취를 더듬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YB에게 음악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자, 삶의 여정이자, 존재의 이유다. 멕시코, 쿠바 등 지금껏 가보지 못한 미지의 하늘 아래서 열정적인 무대를 꿈꾸는 YB를 보며 10집 앨범 타이틀 곡 ‘생일’에 등장하는 소년을 떠올린다. 그리고 가사를 되뇐다. “소년아 오늘이 너의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세상 끝에 서 있어도 꿈꿀 수 있게.”

 


<2019년 12월호>


이장숙(프리랜서)
사진 제공 디컴퍼니
에디터 여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