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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갤러리 그 이상, 더 레버리 사이공

베트남에서 호사를 누릴 자유③

 

더 레버리 사이공

중세 유럽풍의 더 레버리 사이공 스위트. 짙은 녹색의 벨벳으로 꾸몄다.

 

더 레버리 사이공

화려한 모자이크 벽화로 꾸민 체크인 카운터.

 

더 레버리 사이공

로비에 놓인 발디사의 시계.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땅으로 내려앉는 비행기 창밖이 화창했다. 4일 만에 보는 베트남의 햇빛이었다. 덕분에 땅에 발을 딛자마자 비죽비죽 땀이 배어 나왔지만 맑은 날씨만으로도 어디든 뛰쳐나가고 싶은 활기가 돌았다. 시내로 이동하는 내내 스쿠터 행렬로 길이 꽉 막혔다. 덕분에 이곳이 호찌민임을 실감했다. 도착한 곳은 (공식적이진 않지만) 6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더 레버리 사이공이다. 베트남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 정도 급의 럭셔리 호텔은 본 적이 없었다. 목이 아프도록 높은 천장을 두리번거리며 7층에 위치한 로비로 올라갔다.


체크인을 마치고 호텔을 둘러보러 나섰다. 로비에 막 도착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으리으리한 디자인의 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1867년 설립된 이탈리아 브랜드 발디Baldi의 작품이다. 오직 더 레버리 사이공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무게만 무려 1톤이 넘는다. 그 옆으로 놓인 거대한 소파와 게스트 서비스 데스크는 132년 역사의 브랜드, 콜롬보 스틸Colombo Stile의 작품이다. 복도를 지키고 선 날개 달린 장식장까지 같은 브랜드의 것으로, 로비는 마치 콜롬보 스위트의 쇼룸처럼 보였다. 로비에서부터 시선을 압도당한 채 객실로 향했다.


더 레버리 사이공에는 12개의 객실 타입이 준비되어 있는데, 각각의 객실도 이탈리아 장인 정신이 담긴 브랜드의 스토리와 아이덴티티를 담아 꾸몄다. 처음 둘러본 로맨스 스위트는 30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베네치아 패브릭 브랜드 루벨리Rubelli의 수공예 패브릭을 벽지로 썼다. 엄청나게 화려하지만 결코 경박해 보이지 않는 패턴을 보며, 루벨리 장인들의 치밀함에 감탄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파노라믹 스위트. 가장 오랜 시간 감상한 객실을 꼽으라면 여기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조르제티Giorgetti의 갤러리 같은 객실이다. 180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브랜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모던하고 실용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가구를 선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 디자인의 대부라 불리는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을 맡은 제품이란다.

 

 

더 레버리 사이공

호텔 소유의 요트를 타고 느긋하게 달리며 사이공강의 일몰을 본다.

 

더 레버리 사이공

더 사이공 스위트의 럭셔리한 모습.

 

더 레버리 사이공

프랑스 식민 시절 지어진 건물은 현재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더 레버리 사이공

호텔 내 중식당에서의 근사한 저녁.

 

여기까지도 충분히 럭셔리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더 사이공 스위트The Sigon Suite와 더 레버리 스위트The Reverie Suite가 남았다. 가장 높은 두 층에 걸쳐 있는 객실들이다. 더 사이공 스위트는 이탈리아 명품의 현재를 엿볼 수 있게 꾸며졌다. 아래층 거실에는 디자인 애호가들의 로망인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의 체스터 소파가 놓여 있다. 브랜드 창립자 렌조 프라우가 디자인한 모델이다. 이 밖에도 카시나Cassina의 아이코닉한 의자와 20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알비니의 것을 재현한 벨리에로 책장 등 눈 닿는 곳곳이 예술 작품이다. 더 레버리 스위트는 어떤가. 엄숙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이탈리아 고전 디자인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짙은 녹색과 올리브, 골드 컬러의 벨벳으로 벽을 감싸고 같은 색의 패브릭 침구를 깐 객실에선 박수가 절로 나왔다. 벽에 건 그림부터 양탄자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호텔에서 딱 하루만 묵을 수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더 레버리 스위트를 선택하고 싶었다.


객실만 둘러봤는데도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수십 개의 명품 브랜드가 모여 만들어진 단 하나의 호텔. 거대한 갤러리를 둘러본 듯 마음이 들떴다. 저녁에는 사우나를 갖춘 스파와 근사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은 호텔 소유의 요트를 타고 사이공강의 일몰을 바라볼 예정이다. 베트남에서 이런 호사는 기대해본 적 없었는데,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특별해지는 기분이었다.

 

 

<2019년 5월호>


에디터 송혜민
취재 협조 더 레버리 사이공, 베트남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