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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를 여행하는 법, 프레지던트 크루즈

베트남에서 호사를 누릴 자유②

 

프레지던트 크루즈

갑판 위에 서서 본 크루즈의 모습.

 

프레지던트 크루즈

배 주변에서 맥주, 과자를 파는 나룻배 상인과 아이.

 

하롱베이에서는 크루즈를 탈 계획이었다. 야속하게도 날씨가 흐렸다. 기대했던 푸른 하늘도, 그보다 더 푸른 물과 섬도 없었지만, 걱정과 달리 비 온 뒤의 하롱베이도 꽤나 근사했다. 짐을 챙겨 프레지던트 크루즈라고 이름을 쓴 배를 찾았다. 이 바다의 유일한 5성급 크루즈로 지난해 11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신생’ 크루즈다. 5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한 총 46개 객실에는 모두 발코니가 딸려 있다.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은 스타 셰프 존 버턴 레이스John Burton Race가 개발한 코스 요리도 즐길 수 있다. 밤이면 재즈 공연이 열리는 3층 피아노 라운지에 앉아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가니 크루즈에서 즐길 만한 프로그램 리스트가 놓여 있다. 시간별로 출발하는 스폿 투어부터 2박 3일 이상 묵을 때에만 참가할 수 있는 데이 보트 투어까지 리스트가 알찼다. 대표적 휴양지인 크루즈에 탑승했지만 더 부지런히 돌아다녀볼 생각이었다.

 

 

프레지던트 크루즈

하롱베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승솟 동굴 입구.

 

프레지던트 크루즈

소이심섬의 해변에서는 해수욕을 즐겨도 좋다.

 

첫 일정은 스피드보트를 타고 이웃 섬의 승솟 동굴Hang Sung Sot을 탐험하는 투어다. 지금은 활동을 멈춘 동굴이라 더 이상 종유석이나 석순이 몸집을 키우지는 않는다. 천장과 바닥은 해변의 백사장처럼 잔물결이 나 있었다. 동굴 안으로 바닷물이 파도 치던 시절의 흔적이 남은 것이다. 가늠하기도 힘든 먼 과거에 여기는 바닷속이었구나. 당장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물결 속을 지나며 자연과 시간의 신비로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다. 꽤 규모가 커서 다시 크루즈로 돌아왔을 때에는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배는 어느 물 위에 정박한다. 어두울 때는 항해할 수 없으니 멈춰 서서 밤을 보낸다.


그렇게 첫 밤을 마무리하고, 다음 날은 데이 보트에 몸을 실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하롱베이의 섬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투어다. 첫 목적지는 소이심섬Dao Soisim.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경치가 장관이다. 시야를 조금 가리는 안개 덕에 겹겹이 농담을 다르게 한 한폭의 수묵화 같았다. 하롱베이는 흐린 날도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프레지던트 크루즈

하롱베이 곳곳에서 카야킹을 즐길 수 있다.

 

프레지던트 크루즈

끄어반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작은 몸으로 노를 잘도 젓는다.

 

다음은 틴누Thinh Nu섬과 끄어반Cua Van 마을에 차례로 들른다. 틴누섬은 스피드보트가 아닌 카약을 타고 들어간다. 생애 첫 카야킹이었다. 피부에 닿는 습한 공기가 좋아서 속도를 내며 달렸다. 섬을 구경하고 돌아나올 때에는 노 젓기가 제법 숙련돼 좀 더 빠른 속도로 카약을 몰았다. 다시 올라탄 데이 보트는 뱃머리를 돌려 끄어반 마을로 향했다. 물 위에 집을 짓고 수천의 섬과 석회동굴을 지붕 삼아 사는 사람들이 있는 어촌마을이다. 13제곱미터 남짓한 플로팅 하우스나 작은 보트가 이들의 집이다. 상상해본 적 없는 생의 모습이 여기에 있었다. 하롱베이에는 끄어반과 비슷한 어촌마을이 많게는 7개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2개만 남아 있다. 주민도 100명 남짓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도 능숙하게 노를 저어 물을 건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현지 가이드는 성인이 되고 끄어반을 떠난 아이들 중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아이는 거의 없다는 말을 내게 전했다. 저 아이들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게 될까. 그 흔한 라디오 소리, 엔진 소리조차 쉬이 들리지 않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 있으면서도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을 마을에 남겨둔 채 크루즈로 돌아왔다.


해는 또 한 번 수평선 너머로 지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육지로 돌아간다. 물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삶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저마다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고 온 탓인지, 이 바다가 꼭 다시 그리워질 것 같았다.

 


<2019년 5월호>

 

에디터 송혜민
취재 협조 프레지던트 크루즈 presidentcruisehalong.com 베트남항공 www.vietnamairlin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