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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의 자유,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산과 바다를 오가며 말레이시아의 자연을 만끽했다. 휴양지에 기대한 풍경과 즐거움이 이곳에 있었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에서 보낸 3일간의 완벽한 휴식.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일곱 살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엄마와 아빠의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 앞에서, 둘 중 더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야 하는 순간. 산과 바다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나의 심정이 딱 그렇다. 사실은 산도 바다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만을 물색했다. 가장 중요한 건 도시 삶에 찌든 몸을 자연 속에 숨길 수 있고, 쉬러 가겠다 결심했을 때 여행을 계획하거나 준비할 필요 없이 마음껏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Club Med Cherating Beach로 떠난 이유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6시간 45분. 여기서 2시간의 환승 시간을 보낸 뒤 다시 40분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비로소 말레이시아 콴탄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용 차량을 타고 다시 1시간.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비밀스러운 정글에 당도하기 위해서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했다. 3박 5일이라는 일정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버스가 멈췄다. 드디어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다. 리조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 G.O의 안내에 따라 방에 도착한 건 오후 9시. 첫날 일정은 여기서 끝이다. 바삭거리는 이불을 파고들며 깊은 잠에 빠졌다.
 

 

Day 1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전체를 잇는 목조 건축물은 말레이시아 전통 양식을 본떠 디자인됐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3일 동안 머문 객실. 동남아 휴양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렘불란 레스토랑의 디너. 코스 요리로 제공되며 저녁은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식사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가능하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평화로운 젠풀의 전경.

 

AM 8:30 알람 없이 눈을 뜰 수 있는 아침이 얼마나 될까. 늦잠을 자거나 새벽부터 해변을 걷거나. 무엇을 하든 자유다. 오늘 할 일은 빌리지 투어 하나다. 오전 10시, 어젯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한국인 G.O 타샤를 따라 리조트 투어를 시작했다. 할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분명 리조트에서만 3일을 머물러도 시간이 모자랄 게 빤히 보였다. 방 안에만 있어도 좋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시선은 오늘의 이벤트 일정과 손에 쥔 리조트 정보지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강요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번 여행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게 될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키즈 클럽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타는 그네에도 한번 앉아보고, 기념품 숍에서 화려한 원피스도 만지작댔다. 특별한 것 없는 아침이었지만, 모두 휴양지에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PM 12:00 조금 걷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열대기후의 도시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곧장 뛰어들 수 있는 바다나 수영장이 가까운 리조트를 선호한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가 좋은 점은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영복을 챙겨 향한 곳은 젠풀Zen Pool. 모든 연령대가 이용 가능한 메인 수영장과 달리 젠풀은 오직 성인만 입장할 수 있다. 조용히 휴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인 셈. 바에서 레드 와인 한 잔,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받아 선베드에 몸을 기댔다. 수영장, 선베드, 바를 바삐 오가며 와인을 마시고 수영을 즐겼다. 수영장 앞으로 펼쳐진 바다도 욕심나 짐을 챙겨 프라이빗 비치로 향했다. 오후 2시, 카약에 앉아 잔잔한 해변을 유랑하고 패들보드에도 도전했다. 가장 흥미로운 수상 스포츠는 세일링이었다. 바람과 파도가 적당해야 하고, 늘 대기가 길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이날 밤, 세일링을 함께한 스포츠 G.O를 통해서였다. 그는 내일 오전에 다시 세일링을 하러 오라며 자꾸만 맥주잔을 부딪쳤다.
PM 7:00 물놀이에 낮잠까지 즐기니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다. 클럽메드에는 총 3곳의 식당이 있다. 메인 레스토랑인 무티아라Mutiara,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렘불란Rembulan 그리고 누들 바Noodle Bar다. 오늘 저녁은 렘불란으로 정했다. 말끔히 차려입은 유러피언 여행자들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입장했다. 오후 7시가 되자 클래식 연주가 만찬의 시작을 알린다. 해 지는 사이, 준비된 4코스 요리가 차례대로 등장했다. 버섯수프, 훈제오리 애피타이저, 비프필레, 디저트까지. 파도 소리, 따뜻한 바람,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가운데 해변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Day 2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트리톱 챌린지에 도전하는 아이. 이미 며칠 전부터 이곳에 온 까닭에 나무와 나무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했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메인 레스토랑 무티아라에서 점심을 맛봤다. 매번 음식을 바꿔 삼시 세끼를 이곳에서 해결해도 질리지 않는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스릴 넘치는 암벽 등반. 스포츠 G.O가 함께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AM 8:00 발코니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을 깼다. 전날 입은 수영복이 바싹 마른 걸 보니 어제보다 더 쾌청할 것 같다. 이런 날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주어야 한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리조트’로 등재돼 있다. 굳이 밖을 걷지 않아도 리조트 안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자외선을 걱정하는 내게 큰 장점이었다. 어제는 바다를 즐겼으니 오늘은 정글로 향할 차례. 아침 식사 후 로비를 지나 깊은 숲으로 향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로프와 집라인으로 이동하는 액티비티인 트리톱 챌린지Treetop Challenge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외줄 위를 뛰다시피 했다. 그 뒤를 따라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움찔한 까닭에 지상에 발이 닿은 것은 그로부터 5분이 지난 뒤였다. 땀으로 샤워를 했지만 낙오하지 않고 무사히 도전을 마친 것이 자랑스러웠다.
AM 11:30 곧 점심이었지만 짧은 운동에 대한 보상 심리로 핑거푸드에 맥주를 곁들였다. 맥주잔을 단숨에 비운 뒤 걸음을 옮긴 곳은 무티아라 레스토랑.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의 아침, 점심, 저녁을 책임지는 곳으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말레이시아 로컬 음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한식 코너의 오늘 특별 메뉴는 라면. 딱히 한국 음식이 생각난 건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남이 끓여준 라면을 먹는 드문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날씨가 좋아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메인 수영장에서는 수중 에어로빅 클래스에 이어 널찍한 수영장을 가로지르는 카약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참 넋을 놓고 구경하던 중 검은 그림자가 접시 위를 스쳤다. 아, 오리엔테이션 중 G.O가 했던 말이 그제야 생각났다. “리조트 곳곳에 원숭이가 많으니 놀라지 마세요.” 접시에서 낚아챈 수박을 야금댄 원숭이는 포크에 꽂힌 과일까지 노리는 눈치다. 스태프들은 분무기를 무기 삼아 점프할 기세의 원숭이를 쫓아냈다. 정글에 있다는 것을 가장 실감한 순간이었다.
PM 3:00 이곳 G.O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액티비티는 암벽등반과 정글을 걷는 네이처 워크Nature Walk다. 꼭 한번 해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당당히 암벽등반장으로 향했다. 사실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어느새 암벽에 매미처럼 매달려 있었다. 목표를 향해 손과 발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순간 머릿속이 맑아졌다. 120미터 높이의 거친 암벽과 주변을 둘러싼 풍경은 장관이었다. 마지막 2미터를 남겨놓고 내려왔지만, 생애 첫 암벽등반 치고는 나름 괜찮은 성적이다. 줄에 매달려 에너지를 온통 쏟고 나니 엔도르핀이 돈다. 내친김에 자연 전문가 G.O와 함께하는 네이처 워크도 참여했다. 이곳의 숲길은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니었다. 신비한 식물들이 사는 정글에서 바다를 마주하며 든 생각은 산과 바다 둘 중 하나를 고르기란 한결같이 어렵고, 그렇기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것이었다.
PM 9:00 해 진 뒤 한갓진 동네에서 할 일이란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머무는 곳이 클럽메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체러팅 비치가 가장 들썩이는 때는 오후 9시부터다. 매일 밤 9시면 공연장에서 G.O들이 준비한 쇼가 펼쳐진다. 이날 밤도 점심을 함께 먹은 G.O, F & B 매니저 등 익숙한 얼굴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막을 내린 후, 밤의 열기는 메인 바에서 한층 더 뜨거워졌다. 춤추는 G.O들과 여행객 사이를 비집고 바에 자리를 잡았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지만, 넘치는 흥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은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조용한 정글을 울리는 음악 소리와 환호성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Day 3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네이처 워크 중에 만난 절경. 오직 이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볼 수 있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매일 밤 9시에는 공연장에서 G.O들이 준비한 화려한 쇼가 펼쳐진다. 쇼가 끝난 뒤에는 메인 바에서 나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이어진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요가 전문 G.O를 따라 남중국해가 바라보이는 테라스에서 요가를 경험했다.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

리조트 중심에 자리한 메인 수영장.

 

AM 8:30 체러팅에서의 마지막 날.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받아 요가로 아침을 시작했다.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에서 하타 요가 수업이 진행됐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외면한 요가를 무려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경험했다. 몸도 마음도 개운했던 1시간 내내 서울에 가면 다시 요가를 하리라 다짐했다. 수업 전 “요가는 공복에 하라”던 옛 강사의 말이 떠올라 아침은 패스했다. 수업은 끝났고 점심 식사까지는 여유가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누들 바의 문을 열었다. 늦은 아침, 점심, 저녁을 제공하는 곳으로 즉석에서 면 요리를 만들어준다. 한 그릇을 금세 비운 뒤 미처 못해본 액티비티들을 하나둘 기웃댔다. 공중그네와 양궁을 체험하는 아이들을 구경한 뒤 무대와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서 줌바를 열심히 따라 했다. 그간 모르고 살던 운동의 즐거움을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발견할 수 있었다.
AM 11:00 잘 먹고, 잘 쉬고, 운동까지 열심히 한 3일. 굳이 피로라고 할 것도 없지만 스파를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웠다. 운동도 끝냈겠다,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 스파로 입장했다. 리조트에 있지만, 가격이 합리적이고 프로그램까지 다양해 그 자리에서 곧장 발리네스 마사지 코스를 예약했다. 진저티를 마시며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아로마 오일을 골랐다. 찻잔을 다 비울 즈음, 테라피스트가 6개의 스파 룸 중 싱글 룸으로 안내했다. 섬세한 마사지 덕에 베드 위에서의 50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마사지의 높은 퀄리티는 물론이고 잔잔한 음악과 창밖으로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었다. 평소 출장이나 여행 이후에는 늘 하루 이상 침대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여독이 심한 편이다. 이번 여행 뒤에는 여독 따위가 찾아올 리 없겠지만, 마사지는 늘 여행의 가장 완벽한 마무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PM 1:00 체크아웃을 끝냈지만 비행기 탑승 전까지는 아직 반나절이나 남았다. 보통은 미리 공항 근처에 가 쇼핑을 하거나 주변을 맴돌며 어떻게든 시간을 빨리 보낼 방법을 물색해야 했다. 클럽메드 이용객은 체크아웃 후에도 리조트를 떠나기 전까지 객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리조트를 누릴 생각으로 다시 수영복을 꺼내 입고 메인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첫날 전용 차량을 함께 타고 온 일본인 여행객도 옆 선베드에 누워 남은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여유 덕에 한참이나 같은 페이지에 머물러 있던 책 한 권을 끝냈다. 나의 말레이시아 여행도 여기서 끝이 났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이 72시간의 자유를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말레이시아항공

고품격 항공 서비스, 말레이시아항공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항공만이 인천과 클럽메드 체러팅 비치와 가까운 콴탄을 당일 연결한다. 승객들은 탑승과 동시에 말레이시아의 전통,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수상 경력에 빛나는 승무원 유니폼은 말레이시아 문화를 반영해 디자인했다.

 

 

<2019년 4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강신환
취재 협조 클럽메드 코리아 www.clubm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