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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메뉴와 냉동고가 없는 중식 오마카세, 이

마카오로 통하는 미식의 문을 열다, 호텔 모르페우스④

 

오마카세, 이

21층에 자리 잡은 중식당 이Yi는 자하 하디드가 풍수의 5가지 요소를 반영하여 완성한 공간이다. 용의 비늘을 형상화한 곡선형 벽으로 이루어진 테이블 좌석에 착석한 순간, 불친절한 메뉴판을 보고 당황할 수도 있다. 딱 10개의 단어. 요리 이름은 없고 soup, fresh, seafood, noodle 같은 단어만 나열돼 있고, sweets가 끝이다. 이Yi는 중국 고전 <역경易經>의 중국어 발음인 이징에서 따온 이름이다. 입은 물론 정신까지 즐거운 식생활을 추구한다는 웰니스 정신과 뜻을 함께한다. 메뉴는 단 하나. ‘오마카세’ 스타일을 고수한다. 웰컴 드링크로 준비된 백차를 마시며 제비집, 산라탕을 먹는 동안 식탁은 고요했다. 크리스피 아몬드로 용의 비늘을 형상화한 꽃게 집게발 요리가 도착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맛은 물론이고 담음새가 한 폭의 동양화였다. 이때부터 셰프가 하고 싶은 말을 접시에서 읽어내기 바빴다. 히말라야에서만 채취된다는 암미(바위에서 자라는, 쌀의 식감을 주는 식물)의 맛을 본 직후, 묵직한 항아리에 살짝 불에 지핀 레몬그라스를 깔고 그 위에 구운 비둘기구이가 얹어 나왔다. 캐러멜소스로 코팅한 듯한 표면은 전기구이 통닭 같은 식감으로 쫄깃하고, 풍성한 육즙과 레몬그라스의 훈향이 어우러졌다. “오, 나쁘지 않아!” 테이블 여기저기서 호평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디저트 접시를 보는 순간 모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미니 슈와 함께 이곳 마카오 카지노를 상징하는 주사위 모양의 초콜릿 봉봉이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자 모두가 궁금했던 셰프 2명이 등장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윌슨팜킨와, 그리고 마카오 출신의 안젤로웡이다. 두 사람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오전 마카오 재래시장에서 함께 2시간 정도 장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뒤 주방으로 돌아와 전 스태프와 구체적인 메뉴와 플레이팅을 논의하고 오후 5시부터 요리를 시작한다. 간단한 재료를 보관할 작은 냉장고는 있지만 냉동고는 없다고 한다. 이Yi의 또 하나 자랑은 티 소믈리에가 상주해 음식에 맞게 엄선한 티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웰컴 티 외에 식사 중 티 마스터가 엄선한 두 종류의 차를 제공하는데 이날은 작설과 메밀차였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디저트와 함께 ‘작이망반’이라는 재치 있는 이름의 차가 마지막으로 나왔는데 ‘이Yi에서의 시간이 너무나 즐거워 집에 가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실제로 다음 날 속이 편안했는데 티 소믈리에가 페어링한 차의 효과인 듯했다. 오마카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꼽은 두 셰프는 아주 평온해 보였다. 전쟁터를 예상했던 그들의 주방 또한 고요했다. 디너의 마무리는 “이Yi에서의 식사가 짧은 트립이 아니라 긴 여정이 되길 바란다”는 낭만적인 명언이 곁들여진 그들의 배웅이었다.

 

 

<2019년 1월호>


이화정(프리랜서)
취재 협조 모르페우스 호텔 www.cityofdreamsmacau.com
에디터 여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