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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SEOUL FINDINGS
도시와 자연 그 사이, 불광천을 걷다

도시와 마주한 불광천을 걸었다. 호젓한 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불광천
불광천

잊히거나 방치되던 것이 새 생명을 얻는 일은 언제나 벅차다. 그중에서도 자연이 생명력을 회복하는 과정은 볼수록 경이롭다. 불광천도 예외는 아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 마포구를 가로질러 한강까지 흘러드는 이 하천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가 와야 물이 흐르는 건천乾川이었고, 당시 쓰레기장으로 사용되면서 오물과 악취로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하천 경로를 재정비했다. 지하수를 끌어 올려 사계절 물이 흐르는 자연 하천으로 탈바꿈하자 불광천은 빠르게 주민들의 삶으로 스며들었다.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의 날씨를 기록했던 날, 불광천을 찾았다.


비가 오지 않은 지 꽤 되었는데도 넉넉히 흐르는 물, 그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는 오리 가족. 체조나 산책을 하는 사람까지. 모든 것이 불광천의 원래 풍경 중 일부인 듯 자연스러웠다. 인공적으로 정돈된 모습까진 지울 수 없었으나 분명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면 새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천변을 따라 마냥 걸어봐도 들썩이거나 소란스러운 곳은 없었다.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평화로운 그 모습을 사랑하노라고 말한다. 자연을 일상처럼 거닐고 이따금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조금은 오래 걷고 싶은 날, 불광천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근린커피

 

근린커피
근린커피
근린커피

‘가까운 이웃’이라는 의미의 근린커피는 이곳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자처한다. 나무와 식물을 메인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해 주변 자연과 이질감 없이 녹아들도록 했다. 지역 어르신이나 불광천을 산책하던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외부에는 벤치도 마련했다. 도시와 자연 사이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근린커피의 상징과도 같은 스폿이다. 실제로 날씨가 따뜻할 때에는 이곳에 앉아 쉬다 가는 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판매하는 음료도 인위적인 맛을 최대한 덜어냈다. 연유를 넣은 라테와 달지 않은 밀크티는 겨울에 잘 어울리고, 고유의 맛을 진득하게 담아낸 말차크림, 초코크림은 맛과 색감을 함께 즐기기에 그만이다. 베이컨, 대파가 사이사이 박혀 있는 스콘을 비롯한 각종 빵과 디저트도 직접 만들어 정직하고 든든하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응암로21길 23

TEL 070-7715-5300

 

 

플로

 

플로
플로
플로

플로flot는 프랑스어로 물결, 파도, 흐름을 뜻한다. 이름처럼 카페 플로의 공간에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조화롭게 흐른다. 근사한 대문과 작은 정원이 인상적인 카페 건물은 본래 식당으로 사용되던 평범한 주택이었다. 각각 커피, 패션, 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던 김윤성, 박소윤, 함승민은 설계부터 디자인, 시공까지 모두 직접 작업해 카페를 꾸몄다. 소파, 조명, 소품 하나도 심혈을 기울여 골라 정성이 가득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크림 위에 프랑스산 천일염을 올린 ‘플로커피’로,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자랑한다. 동네 주민들과 가까이 있는 카페인 만큼 어린이 손님을 위한 논커피 메뉴도 풍부하게 갖췄다. 모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깔끔한 맛의 소금빵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 20-1

TEL 02-355-4862

 

플로

Q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적당히 조용하고 신비로운, 너무 상업적이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Q 앞으로 선보일 계획이 있는지?
여러 물건을 모으고 있다. 시기는 미정이지만 작은 편집 숍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Q 주변에서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골목식당, 울릉도라는 이름의 작은 동네 밥집들이다. 이미 주민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다.
김윤성 (‘플로’ 대표)

 

 

 

로라

 

로라
로라

불광천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레스토랑, 로라Rora다. 오너 셰프 오지석의 딸, 오로라의 이름을 땄다. 그 마음과 꼭 어울리는 따뜻한 색의 타일과 조명, 사랑스러운 소품을 사용해 누구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와 반려동물 동반도 환영한다. 로라는 캐주얼한 다이닝을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감자뇨키가 시그니처 메뉴다. 강원도 출신의 오지석 셰프가 좋아하는 감자전의 조리법을 활용했다. 오븐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살렸다. 여기에 바질, 단호박으로 풍미를 더한 소스를 곁들인다. 라구 파스타나 봉골레, 라자냐, 수프, 샐러드도 근사하다. 언제나 평화로운 불광천을 바라보며 식사를 해도 좋고, 커피나 음료만 마셔도 좋다. 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개인 컵을 지참하고 방문하면 커피 메뉴를 할인해주는 팁도 알아두자.

 

LOCATION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32길 23-8

TEL 02-6083-0812

 

로라

Q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핫플레이스’인 곳은 편하지 않다. 장사가 잘되어도, 잘되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동네를 찾았다.
Q 공간을 꾸밀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곳이었으면 했다. 손님뿐 아니라 직원도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에 가게에 스태프 룸을 따로 만들었다.
Q 주변에서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우드사이드 커피라는 카페와 봄이 되면 벚꽃과 라일락이 피는 불광천.
오지석(‘로라’ 대표)

 

 

동감

 

동감
동감
동감

지하철 6호선 새절역에 내려 언덕을 10분 정도 오르면 주택가에 홀연히 자리 잡은 카페, 동감이 나타난다. 외관 인테리어라고는 낡은 자전거 한 대와 나무 테이블이 전부고, 카페 이름을 적은 간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래머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이유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와 독특한 비주얼의 디저트 메뉴 덕분. 시골 들녘에서 구한 망초대로 발을 엮고 통나무를 잘라다가 테이블을 만들었다. 조금은 투박한 모습이 카페에 정취를 더한다. 디저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김에 크림치즈를 돌돌 말아 꿀을 뿌린 ‘김치’다. 그 모양이 꼭 김밥 같은데, 고소하고 짭짤한 김에 아이스크림 같은 식감이 더해져 신선한 맛이 난다. 진득한 말차크림을 얹은 아이스크림과 빵도 인기 메뉴. 핸드 드립 커피는 원두 로스팅부터 주인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15나길 1

TEL 010-7186-8187

 

 

스데반카레

 

스데반카레
스데반카레
스데반카레

독특한 분위기의 스데반카레는 일본식 드라이카레를 판매하는 신응암시장의 맛집이다.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장이 직접 작업한 그림과 오브제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 드라이카레는 후쿠오카 유학생 시절 아르바이트했던 이자카야의 조리법을 공수했다. 카레에 들어가는 채소에서 나오는 수분만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적당한 농도와 질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이틀가량 시간을 들여 조리한다. 이렇게 정성 들인 카레는 한 번에 섞지 않고 밥과 카레의 비율을 조금씩 달리하며 연구하듯 섞어 먹어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닭고기를 갈아서 만든 완자에 육수를 붓고 채소와 함께 끓이며 먹는 신메뉴, ‘토리당고나베’는 겨울을 위해 준비한 것이니 추위가 다 가기 전에 들러서 맛볼 것을 추천한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응암로22길 5-3

TEL 02-3157-0207

 

 

매력대학, 호쿠로쿠 빌라

 

매력대학, 호쿠로쿠 빌라

매력대학은 지방 소도시 활성화를 연구하는 매력도시연구소의 또 다른 프로젝트다. “개성 넘치는 사회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만든다”는 모토 아래, 한 분야에 깊은 경험을 쌓은 개인이 교수를 맡고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는 수업을 연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다 떨며 시간을 보내는 식의 수업이다. 매력대학에서는 개개인의 관심사를 ‘개인학’이라 하는데, 수업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나의 개인학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이 된다. 호쿠로쿠 빌라는 매력대학의 응암동 캠퍼스인 작은 빌라다. 평소에는 공유 오피스로 사용하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주제에 맞는 강의실로 탈바꿈한다. 올해 초 문을 열고 음악이며 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비정기적으로 개설되고,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에 공지된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불광천길 450

WEB attractiveuniv.kr

 

매력대학, 호쿠로쿠 빌라

Q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주거지와 상업지가 적절히 섞여 있으면서도 너무 들뜨지 않는 동네 분위기가 좋았다. 빌라 마당의 커다란 감나무 두 그루도 마음에 든다.
Q 기억에 남는 수업 혹은 수강생이 있다면?
수강생으로 왔던 분이 교수가 되어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늘 마시던 걸로 학>의 왕나라 교수다.
Q 주변에서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불광천 돌다리. 계절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
허주혜(‘매력대학’ 큐레이터)

 

 

 

따뜻하게 술 한잔하기 좋은 곳 3


1 벤조롱
레스토랑이나 카페처럼 보이는 아기자기한 외관의 벤조롱은 동네에서 치킨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벤조롱은 제주도 방언으로 ‘젊다’는 뜻이다. 클래식한 매력의 프라이드치킨은 물론 크림과 고구마 무스, 치즈를 사용해 다양하게 변주한 치킨 메뉴를 만날 수 있다. 홍합스튜나 감바스 알 아히요 등 술안주 삼기 좋은 사이드 메뉴도 갖췄다. 매주 수요일은 ‘치킨 데이’로 치킨 메뉴에 한해 5000원 할인 이벤트를 연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니 불광천을 산책하고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불광천길 486
TEL 010-7128-0335

2 플롭 플롭
PLOP은 Pizza Lots of Pleasure의 약자로, 캐주얼하고 트렌디한 분위기의 신상 피자 가게다. 지난가을 문을 열었다. 독특한 구조의 바 테이블을 두어 처음 만난 옆자리 손님과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다. 피자는 치킨, 쉬림프, 페퍼로니 등 여러 가지 토핑을 섞어 2가지 혹은 4가지 맛까지 조합이 가능하다. 그득히 올라간 토핑 덕분에 미국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맥주뿐 아니라 소주까지 드링크 메뉴를 다채롭게 갖췄으며 가볍게 피맥하러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불광천길 338
TEL 02-303-1195

3 이상향
젊은 감각의 퓨전 중국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역촌역과 응암역, 구산역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중국집이라기에는 심상치 않은 조명과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오픈된 주방을 통해 화려한 조리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묘한 신뢰감을 준다. 매콤달콤한 쓰촨식 소스를 더한 ‘사천 꿔바로우’와 ‘마라샹궈 스테이크’, 페투치니 면으로 만든 ‘짜장 파스타’처럼 낯설지만 호기심이 발동하는 메뉴가 인기다. 이과두주나 고량주 같은 중국술 한잔을 곁들이면 기분 좋게 취할 수 있겠다.
LOCATION 서울시 은평구 진흥로5길 17
TEL 070-4045-7206

 

 

<2019년 1월호>


에디터 송혜민
포토그래퍼 강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