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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SEOUL FINDINGS
보타닉 서울, 서울식물원

서울의 마지막 평야라 불리던 마곡지구에 식물원이 문을 열었다.

2019년 5월, 정식 개원을 앞둔 서울식물원을 미리 만나고 왔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좀 걷고 싶은 날이었다. 가을은 짧으니 이 계절을 천천히 즐기기에 걷기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마침 10월 11일에 서울식물원이 임시 개장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었다. 11월 첫 주의 아침, 공항이 아 닌 식물원에 가기 위해 김포공항행 열차에 올랐다. 집을 나선 지 40분 만에 마곡나루역에 도착했다. 그동안 국내 유명 수목원과 식물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꼬박 들여 교외로 나가야만 했다. 식물원의 부재는 서울에 사는 것이 아쉬운, 몇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서울 시민에게 식물원이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먼 존재일 수밖에 없던 셈이다. 식물원 개장 첫날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한동안 ‘서울식물원’이 빠지지 않았고, 주말에는 줄을 서서 식물원에 입장할 정도였다. 식물원에 대한 시민들의 오랜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식물원이 들어선 곳은 과거에 ‘김포평야’라 불리던 땅이다. ‘서울의 마지막 농경지’를 꼽을 때면 누구나 이곳을 떠올렸다고 한다. “1960년대에 서울에 편입되지만, 개발 붐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죠. 2007년에 마곡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며 이 땅에 공원을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2015년 11월에 착공식을 하고 딱 만 3년이 되는 해에 서울식물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식물원 전시교육과 정수민 주무관의 말이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광장에 들어서면 참나무, 벚나무가 둘러싼 잔디마당이 펼쳐진다. 가을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 커피를 손에 든 인근 회사원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걸으며 보이는 풍경은 식물원이 아니라 마치 공원 같다. “서울식물원은 영국 콘월의 에덴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황폐한 땅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을 지은 에덴 프로젝트는 도시 재생의 좋은 사례로 꼽히죠.” 서울식물원의 면적은 여의도공원의 2.2배 크기에 달하는데, 열린숲을 포함해 호수원, 주제원, 습지원까지 크게 4곳으로 구성된다. 현재 습지원 쪽은 공사가 한창이지만, 완공 이후에는 김포나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식물원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식물원

열린숲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한 걸음은 곧장 주제원으로 이어진다. 주제원은 한국의 식물, 식물 문화를 보여주는 주제정원과 온실이 있는 공간으로 서울식물원의 핵심이다. 주제정원은 이름처럼 8가지 주제의 정원을 갖추고 있다. 바람의 정원, 추억의 정원, 치유의 정원 등 한국 정원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다양한 테마로 선보인다. 꽃이 피는 계절에 온다면 야외 정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겠다. 주제정원을 지나면 식물문화센터에 다다른다. 식물원의 하이라이트인 온실도 이곳에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식물문화 센터는 건물 자체가 볼거리다. 대다수의 온실은 돔형을 띠고 있는 반면, 이곳의 온실은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빛이 가운데로 모이는 돔 형태의 온실에는 중앙부에 많은 일조량이 필요한 식물을 심는다. 그릇형 온실에는 식물이 온실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서 있다. 덕분에 온실을 산책하는 동안 식물과 바깥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입구 근처에는 식물원에서 가장 기대했던 공간인 온실이 자리하고 있다. 온실은 열대 식물이 있는 열대관과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 있는 지중해관으로 나뉜다. “서울식물원은 약 3000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식물 단일로는 가장 많은 종을 갖춘 식물원이죠. 현재 온실에는 500여 종의 식물이 있 는데, 800여 종까지 차차 늘릴 계획이에요.” 열대관으로 들어서니 후끈한 공기가 콧등을 스친다. 재킷을 벗고 느린 걸음으로 구석구석을 걸어본다. 온실에서 바라본 하늘과 풀의 빛깔이 유난히 더 선명하다. 서울식물원은 그저 진귀한 식물을 모아둔 곳이 아니다. 시민에게 식물과 올바른 식물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지역의 역사, 자생종, 생태계 등을 배우는 투어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서울식물원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전 세계의 이름 모를 낯선 식물이 모여 있지만, 마치 태초부터 한 정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것 같다. 봄과 여름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숲속에 자리를 펴고 다정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느새 신록 고운 숲길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식물원은 ‘기다림’이라 했다. 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긴 세월 대물림되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2019년 5월, 어엿한 모습으로 피어날 식물원의 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2018년 12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석병

취재 협조 서울식물원 www.botanicpark.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