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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SEOUL FINDINGS
겨울밤의 책 한잔

책 읽고 술 한잔하고 싶은 겨울밤을 위해 술과 책이 있는 아늑한 공간 3곳을 찾았다.

 

백색소음

 

 

동네책방 주책 

 

동네책방 주책
밤에 우리 영혼은
오로지 먹는 생각

동네책방 주책의 이근희 대표는 술을 곁들이며 책을 볼 만한 곳이 많지 않아 늘 아쉬웠다고 했다. 책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문화, 취미와 관련된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고 싶었다. 올해 3월, 그녀는 다양한 취향을 모은 동네책방 주책의 문을 열었다. “이 근방으로는 문화생활을 할 만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주책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연다. 주인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까닭이다. 대신 주말이면 이곳에서는 필사 모임, 드로잉 모임 등 다양한 클래스가 열린다. 책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함께하고 싶다면 주말을 오롯이 이곳에서 보내도 좋겠다. 이근희 대표는 어번 스케치에 관심이 많다.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게 아쉬워 책을 냈는데(그녀는 두 권의 여행 드로잉 책을 낸 작가다), 이후 독립출판물에 마음이 갔다. 먼 곳에서 찾아와 책 한 권 사고 가는 사람도 꽤 많다. 이 사랑스러운 책방과 친언니 같은 책방 주인을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거여동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동네책방 주책
동네책방 주책

이근희의 서재 <오로지 먹는 생각> 음식 책에 빠져 있다. 마키노 이사오라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밤에 우리 영혼은> 옆에 누군가가 누워 있다는 건 꽤 큰 위안이 된다. 사람 사이의 교감, 따뜻함이야말로 이 겨울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이 마시는 술 ‘서초’를 마시고 있다. 맥주의 가벼움이 마음에 든다. 광화문, 강서 등 최근 들어 서울 지역 이름을 달고 나온 맥주들이 유난히 당긴다.


LOCATION 서울시 송파구 거마로9길 18-12 1층
TEL 010-6271-3852

 

 

살롱드북 

 

살롱드북
하염없이 눈 내리는밤
이야기와 가까운

“술 마시고 책 사는 데 돈을 많이 썼어요. 나를 위한 술 파는 책방을 차린 것이 살롱드북의 시작이었죠.” 술이 좋고 책이 좋아 만든 책방이었다. 이제는 이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까지도 좋다고 강명지 대표는 말한다. 살롱드북을 찾는 대다수는 단골이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대신 책방을 봐주거나 셀프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정도로 손님들과 주인 사이가 막역하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누구나 편안하게 책과 술을 즐길 수 있다. 2018년 8월, 살롱드북은 리모델링을 마쳤다. 책방 분위기는 ‘잔디밭 캠핑장’에서 ‘바’로 변신했다. 책이 없다면, 아니 책이 있어도 캐주얼한 동네 바라고 해도 믿겠다. 바 한쪽 면을 차지한 청록색 벽은 손님들이 나서서 페인트칠을 도왔다. 매주 금요일에는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듣고 보면 유쾌한 동네 아지트 같지만, 술을 파는 ‘책방’의 역할은 톡톡히 한다. 시, 소설, 에세이, 각종 독립출판 서적이 책장과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술’이 있는 공간이라는 콘셉트에도 충실하게 바 안쪽으로 맥주와 위스키가 빼곡하다.

 

살롱드북
살롱드북

강명지의 서재 <하염없이 눈 내리는 밤> 독립출판물에는 이런 맛이 있다. 김종완 작가가 집에 있는 프린터로 출력한 가내 수공업의 산물이다. <이야기와 가까운> 겨울 바다와 같은 시집. 이도형 시인의 따뜻한 단어, 문장들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주인이 마시는 술 살롱드북에서 인기 있는 술 중 하나는 상그리아. 맥주도 위스키도 좋지만 역시나 겨울에는 뱅쇼만 한 것이 없다. 


LOCATION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231길 11 태주빌라 1층
TEL 070-4007-2466

 

 

백색소음

 

백색소음
당신 인생의 이야기
페루에 가서 죽다

술집, 책방, 음식점은 많아도 술을 마시고 음식을 맛보고 동시에 책까지 볼 수 있는 공간은 흔치 않다. 오픈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지만, 백색소음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연희동 골목의 고요한 분위기는 금세 잊힌다. 미러볼 아래에서 앞치마를 동여매는 임호준 대표를 만났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책장입니다. 집에 있던 책을 거의 다 가져오고, 운영을 도와주는 친구의 책을 보태 벽면을 채웠죠.” 책장에 있는 책은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판매용 도서는 한쪽 편에 가지런히 자리한다. 직장인의 삶은 책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퇴근 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에 오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그러니 퇴근길 맘 편히 책을 읽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클래식한 멋이 있는 이곳에서 술 한잔을 시키고 책을 펼치면 밤이 깊어져도 일어나기 싫다. 매월 내놓는 두 권의 추천 도서는 소설을 좋아하는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술과 음식이 있는 곳이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기에 한 팀당 4인 미만으로 방문하길 권한다. 

 

백색소음
백색소음

임호준의 서재 <당신 인생의 이야기> 그동안 갖고 있던 장르 문학에 대한 편견이 이 책으로 완전히 깨졌다. 11월의 추천도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책 속 열여섯 편에 이르는 단편들이 모두 주옥같다. 
주인이 마시는 술 온더록스로 ‘와일드 터키’ 마시길 좋아한다. 책에 완전히 몰입하기 전에 이 술을 홀짝이다 보면 어느새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LOCATION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38-12 지하 1층
TEL 070-7755-9296

 

 

 

<2018년 12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강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