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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SEOUL FINDINGS
서울 힙스터의 아지트, 을지로 3가
을지로3가에 숨어 있는 공간을 찾았다.
주인장의 개성을 담은 가게들은 하나같이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곳이었다.

을지로3가
을지로3가
을지로3가
을지로3가

을지로3가 지하철역에서 나오자, 1980~90년대에 지어진 옛 건물들 사이로 인쇄소와 공장이 보였다. 몇 해 전부터 이 회색빛 건물 안에 카페와 펍, 작업실이 눈에 띄게 늘더니 인부들과 양복 입은 회사원, 외국인 여행자, 그리고 아티스트와 힙스터가 을지로3가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들여다볼수록 다채롭게 반짝이는 만화경처럼 을지로3가에는 서울의 다양한 얼굴이 모였다. 사실, 취재 섭외를 할 때 을지로3가의 많은 공간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들의 거절 사유는 간단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두렵다는 것. 홍대, 이태원이 그랬듯 젊음과 예술이 모이는 곳은 항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어야 했다. 지역 문화의 기틀을 다지는 데 일조했던 전방위 아티스트들은 결국 그곳을 떠나고, 빈자리는 거대 자본이 채우는 식으로 그러는 사이 동네가 가졌던 고유의 멋은 사라져갔다. “을지로는 아는 사람만 오는 아지트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여기에는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여기만의 문화가 있거든요.” 을지로3가에서 만난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자 바람이었다. 그들이 말한 ‘여기만의 문화’를 담은 공간을 찾았다. 끊임없이 증축과 개보수를 거쳐 독특한 형태를 지니게 된 을지로3가의 옛 건물들 속 작은 간판을 따라 들어서면 각기 다른 개성을 뿜어내는 공간이 펼쳐진다.

 

소쇼룸
소쇼룸
소쇼룸
소쇼룸
소쇼룸은 갤러리이지만 일반 갤러리와는 다르다. 이름 그대로 쇼룸에 가깝다. 작가의 작품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 일반 전시 공간과는 달리, 소쇼룸은 원룸 사이즈의 방에 작품을 전시해서 관객이 작품을 구매해 자기 공간에 들였을 때의 느낌을 보여준다. 일종의 리빙 제품 쇼룸처럼 어떤 작품을 공간 어디에 둘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쇼룸은 선정된 작가의 작품에 맞춰 6주간 작품과 어울리는 리빙 공간을 연출한다. 9월 한 달 동안은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호상근 작가의 작품으로 공간을 꾸렸는데, 그의 작품과 어울리는 전시 공간은 서울 길가 느낌이 들게 공간을 꾸몄다. 10월에는 6주 정기 프로젝트 대신 젊은 작가 3명의 개인전 및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공간에선 전시 외에 매 시즌 달라지는 수제 음식 거리도 판매한다. 현재는 수제 애플파이 토스트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을지로2가 101-12 미광빌딩 601호
WEB  soshoroom.wixsite.com/soshoroom


소쇼룸 대표
황아람 & 김민경(‘소쇼룸’ 대표)

을지로3가의 매력은? 작가나 디자이너 스튜디오가 많다. 을지로3가는 오래된 건물이 대다수인데 그중 1, 2층은 상가, 3~5층은 작업실이 많다. 때문에 어디선가 무엇을 하다 보면 곧잘 친구가 생긴다. 
Q 을지로3가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사진은 조광사진관, 음악과 술은 신도시. 소쇼룸과 비슷한 갤러리인 원룸. 원룸은 전시뿐 아니라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Q 을지로3가에 자리 잡은 이유는? 처음에는 작업실로 들어왔다. 가격 대비 교통편이 좋고 아이디어를 제작물로 구체화할 때 필요한 재료를 주변에서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다. 


십분의 일
십분의 일
십분의 일
십분의 일
십분의 일
을지로3가 좁은 인쇄소 골목에 자리한 카페 겸 와인 바 십분의 일은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계단을 올라 마주한 허름한 철문에는 거짓말처럼 “커피, 치즈, 와인, 맥주, 각종 안주, 소주 없음”이란 문구가 보인다. 갸우뚱한 마음을 다잡고 철문을 열면 경기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산장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 10명이 각자의 월급 10퍼센트씩을 투자해 만든 곳으로 10명이 경제 공동체를 이뤘다. 낮 시간에는 카페로, 밤에는 와인 바로 변신해 밤낮으로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카페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쿠반 커피’. 쿠바 스타일 커피로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머랭을 친 설탕크림을 얹은 진한 커피다. 와인은 병당 최대 5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한번 골라, 운영자 10명이 시음해본 뒤 결정한 것으로만 꾸렸다. 치즈, 감바스 알 아히요 같은 와인 안주는 물론 ‘짜파게티’ 같은 간편 요리도 판매한다. 다락방 같은 분위기와 비교적 저렴한 음식과 와인을 갖춰 친구들과 가볍게 찾기에 좋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수표로 42-9 2층
TEL 010-9167-8051


물결
물결
물결
물결
“잠시 동안 우리는 물결 속에서.”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에 나오는 문장이다. 유년시절부터 물가를 좋아했던 금속 공예가 권가인은 이 문장을 보고 ‘물결’을 만들었다. 공간은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 바로 앞 건물에 있지만 간판이 없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찾은 문을 열고 이곳으로 들어가면 모래가 가득 담긴 테이블과 어항, 수영장 타일과 사다리로 채워진 벽면이 보인다. 마치 물속 같은 환상적인 공간으로,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 든다.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카뮈의 문장 아래에서 맥주와 와인, 다양한 음료와 음식에 취할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레몬과 자몽을 함께 갈아 즙을 낸 과일 맥주로 훌훌 마시다 취하기에 좋다. 바 오픈 시간 전에는 권가인 대표의 금속 공예 공방으로 사용되는데, 낮에는 금속 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종종 전시회와 플리마켓, 드로잉 모임 등을 연다. 자세한 일정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을지로 130-1 401호
TEL 070-4142-7202
WEB www.instagram.com/mulgyeol


물결
권가인 (‘물결’ 대표)

Q 을지로3가의 매력은? 작업하기 좋은 동네다. 어떤 재료든 10분만 걸으면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근방에서 작업을 하는 친구가 많다. 새로운 친구를 여럿 사귈 수 있는 곳인 셈이다. 
Q 을지로3가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청계천 산책을 좋아한다.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동대문에 다다른다. 을지로를 좀더 알고 싶다면 을지로 골목 투어를 하는 ‘을지유람’에 참여해볼 것을 권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분위기의 골목과 건물,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다. 을지로 주민센터에서 신청하거나 지도를 볼 수 있다. 
Q 나에게 을지로3가란? 한군데 모인 다양한 것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곳? 물결같이.


원룸
원룸
원룸
원룸
원룸
세운상가 다동인 삼풍상가 앞에는 쓰임이 다채로운 공간이 있다.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갤러리, 국내외 서적을 다루는 서점 혹은 도서관, 의류와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쇼룸, 원 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작업실, 영화 상영관까지 하나의 목적으로 정의될 수 없는 공간, 원룸이다.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을 공부하는 송하영과 건축가 최조훈의 작업실이기도 한 원룸은 제한된 공간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공간을 용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해야 하기에 모든 가구는 손쉽게 옮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들 가구는 공간 이름인 ‘원룸’처럼 소파와 행어, 책상, 책장 등 일상적인 가구를 배치했는데, 분기별 전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10월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주슬아, 임석호 작가의 2인전이 계획되어 있으며, 수시로 열리는 워크숍과 이벤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만 오픈하니, 방문 전 문의한 후 찾아가는 게 좋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을지로20길 24 5층  
분카샤
분카샤
분카샤
분카샤
분카샤
최근 SNS에서 인기 있는 카페 겸 바 분카샤. 일본에서 공예 공부를 한 경험이 있는 대표는 인쇄소가 많은 골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이름이 뭘까 고민했다. 그렇게 ‘문화사’의 일본어 발음인 분카샤가 탄생했다. 낮에는 볕이 잘 들어 한없이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자, 밤에는 분홍빛 조명에 취해 술 마시기 좋은 공간으로 변모하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후르츠산도’다. 생크림, 망고, 키위, 바나나, 딸기를 촉촉한 식빵 사이에 넣은 일종의 샌드위치로 매일 아침 매장에서 만들어 신선하다. 새콤달콤한 과일과 부드러운 생크림이 입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본 메뉴 외에도 생과일을 얹은 디저트 메뉴가 있다. 음료도 신선함을 느끼기에 좋다. 제철 오미자로 담근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 라임 소다는 후르츠산도와 궁합이 좋다. 과일의 신선함이 절로 느껴지는 메뉴의 모양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근사해진다. 애견 출입도 가능하니, 가을날 선선한 바람 따라 나들이하듯 가기 좋은 공간이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수표로 65 
TEL 010-2590-6086


녁
녁
녁
녁
녁
녁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이자 바, 카페다. 이탈리아와 북경에서 셰프 경력을 쌓은 백승진 과 바리스타 국가대표 코치를 맡았던 백승민, 그리고 광고업계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박정묵이 공동 대표를 맡아, 한 공간에서 3가지 일을 완벽하게 해낸다. 어떤 무렵을 뜻하는 ‘녘’에서 따온 이름처럼 3명의 대표도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저마다의 어떤 무렵으로 어우러지자는 의지와 바람을 담고 함께 일하는 중이다. 이곳 메뉴에도 공간의 가치관을 담았다. 갈비, 치즈, 보리와 버섯이 함께 어우러지는 ‘갈버치버 리조또’는 이를 대표하는 요리다. 보리의 탱탱한 식감과 갈비의 부드러운 식감, 치즈와 버섯의 풍미가 각기 살아 있으면서도 한데 어우러지는 맛을 낸다. 저녁이면 레트로나 하우스 음악이 흐르며 파티 분위기로 탈바꿈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계절에 따라 메뉴를 개편해, 자주 찾아도 물리지 않는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수표로 65
TEL 070-4150-0504


혜민당
혜민당
혜민당
혜민당
혜민당
을지로3가역 1번 출구 방향의 좁은 골목을 헤매다 보면 개화기 풍경을 자아내는 양과자점 혜민당을 발견할 수 있다. 혜민당은 을지로3가의 마스코트 카페, ‘커피한약방’을 운영하는 강윤석 대표의 두 번째 가게다. 과거 조선시대 의약과 일반 서민의 치료를 맡은 일종의 종합병원 역할을 했던 ‘혜민서’ 터에 자리를 잡아, 그 정신을 이어 받는다는 뜻으로 혜민당이라고 지었다. 커피한약방처럼 개화기 느낌의 공간으로 꾸며 입장하는 순간 다른 시대의 서울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벽지에는 아기자기한 꽃들을 그려넣었고 기둥은 개화기 부잣집에서 볼 법한 고풍스러운 형태로 화려하게 꾸몄다. 옛날 양과자점에서 팔았을 듯한 디저트 외에도 파이나 하드 브레드 등 다양한 빵을 판매한다. 특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크루아상이 인기가 많은데, 맛도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커피한약방의 커피도 이곳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공간이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12길 
16-7 
TEL 070-4148-4242


서울털보
서울털보
서울털보
서울털보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모아 억지스럽게 1990년대 분위기를 만들어둔 곳은 많다. 진짜배기 서울의 1990년대 정서를 느끼고 싶다면 서울털보를 찾아갈 것. 주변 인쇄소와 공장이 하나둘 문을 닫아 한적한 인현시장 골목에 자리한 서울털보에 가면 1990년대로 회귀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보던 추억의 불량식품, 한때 집집마다 하나쯤 있었던 자개장과 천장용 선풍기인 실링 팬 등이 가게를 채웠다. 이 가게의 덩치 큰 털보 주인은 푸짐하게 음식을 주었던 1990년대의 식당처럼 접시 위에 소복하게 쌓은 카레를 내어준다. 그런 덕분에 이곳엔 20대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한다. 낮에는 20인분 한정 크림카레를, 저녁에는 각종 튀김과 술을 판매한다. 저녁 메뉴 중 주인장의 추천은 가라아게다. 튀김의 바삭함과 닭고기 살의 쫄깃함은 어떤 술과도 궁합이 맞는다. 남산타워가 보이는 창가 자리는 술맛을 특히 돋운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6길 12
TEL 010-3043-2848


서울털보
이관호 (‘서울털보’ 대표)

Q 을지로3가의 매력은? 이 동네에는 말도 안 되는 골목에 가게가 있다. 탐험하는 느낌이랄까. 스마트폰 맵을 보고 어딘가를 찾아가다가도 뜬금없는 곳에서 보물 같은 가게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Q 을지로3가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이색적인 분위기에 취하고 싶을 때면 ‘물결’에 곧잘 놀러 간다. 또 좋은 실과 좋은 기술이 있는 가죽 공방 MKLW에도 자주 가서 구경하고 쇼핑한다. 
Q 을지로3가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많은 가게가 들어와 상권이 살아나는 건 좋지만 아무래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무섭다. 바라건대 집주인이 임대료를 함부로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지금처럼 이 지역의 문화를 지키고 싶다.


지도


을지로3가의 노포들
지금의 을지로3가를 만든 건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다.

오구반점 1953년에 문을 연 중국집이다. 붉은색 타일과 간판, 매장을 채운 오래된 가구가 60년이 넘은 세월을 짐작게 한다. 현재 2대째 가게를 잇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군만두다. 돼지고기와 부추로 통통하게 속을 채워 바삭하게 튀긴 만두는 소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수표로 60
TEL 02-2267-0516


을지OB베어 저녁이 되면 골목길 가득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늘어선다.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풍경이다. 1980년에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이 골목에서 처음 노가리를 판매한 곳이다. 잘 고른 노가리를 연탄불에 구워 특제 소스와 함께 내어주는데, 여기에 신선한 생맥주를 더하면 가을밤이 완벽해진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충무로9길 12
TEL 02-2264-1597


을지다방 여전히 진한 쌍화차에 달걀노른자를 톡 올려주는 다방이 있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 앞에 있는 을지다방이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 이곳에 자리한 다방엔 과거 을지로를 풍미했던 노신사와 인근 회사원들이 찾아온다. 땅콩, 대추, 잣 등 국내산 견과류를 넣은 쌍화차는 숙취 해소에도 좋다.

LOCATION 서울시 중구 충무로 72-1
TEL 02-2272-1886


<2017년 10월호>

김민수(프리랜서)
포토그래퍼 김은주, 강신환
에디터 권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