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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대로의 분기점, 천안삼거리

역사를 따라가는 길, 천안①

 

천안삼거리

천안삼거리공원의 고즈넉한 풍경. 호숫가에 자리한 영남루가 눈에 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민요 덕에 전 국민이 다 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삼거리인 천안삼거리다. 천안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통하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병천을 거쳐 청주, 상주, 대구, 동래 등 영남지방을 지나 남해로 통하는 길이 하나, 공주를 지나 논산, 광주, 순천, 여수 등 호남지방으로 가는 길이 또 하나다. 여기에 서울을 오가는 길까지 더해져 총 3개. 그리하여 천안삼거리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이라 불린다. 조선시대에 편찬한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천안 고을 남쪽 6리에 세 갈래 길인 ‘삼기三岐’와 길손을 재워주는 ‘원院’, 즉 ‘삼기원’이 있다고 실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천안삼거리다. 후삼국시대,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천안을 전진기지로 택한 것은 천안이 전국 어디로든 이동하기 좋은,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천안삼거리

삼남대로를 잇는 길이던 천안삼거리에는 현재 초등학교가 들어섰다. 

 

천년 역사의 길. 그러니 이곳을 직접 걷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벅찰까. 천안에서의 첫 여정. 기대와 달리 원삼거리가 있던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천안삼거리초등학교와 빈터였다. 천안이 막 개발되며 도시에 꼭 필요한 도로와 건물들을 지어 올려야 했던 까닭이다. 초등학교 뒤편, ‘천안삼거리’라 쓰인 기념비마저도 없었더라면, 미처 모르고 지나쳤을 터였다. 삼거리가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은 천안 시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잠시 머물다 가는 객보다 더 아쉬운 건 이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천안시는 천안의 상징인 삼거리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기억하고자 천안삼거리공원을 조성했다. 삼거리와 그다지 멀지 않다는 문화관광과 담당자의 말에 곧장 공원으로 이동했다.


천안삼거리공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차장, 공연장을 지나니 드디어 제법 운치 있는 길이 등장한다. 고요한 호숫가를 산책하다 천천히 영남루에 올라본다. 1602년에 창건한 화축관의 문루로 당시 임금이 행차할 때 행궁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본래 중앙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이 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덕분에 임금이 서 있던 곳에서 겨울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려본다. 호숫가를 둘러싼 능수버들은 겨울이라 가지만 앙상히 남았는데, 여름보다 봄, 새싹이 날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봄에 다시 천안에 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천안삼거리 민요를 흥얼거리는 동안 문화관광과 담당자가 한마디를 덧붙인다. “천안삼거리공원은 천안 최초의 자연공원이기도 하지만 천안을 대표하는 축제인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죠. 9월 축제 기간에는 이 넓은 주차장이 천안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으로 꽉 찹니다.” 올해 축제는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아직 여섯 달은 더 남았다. 아쉬운 대로 주변을 맴돌며 천안삼거리의 과거 풍경을 상상해본다. 보부상과 선비들이 전국 각지에서 한양으로, 한양에서 영남과 호남으로 향하며 아픈 다리를 쉬어간 길. 술 한잔 기울이며 밤새 두런두런했을 주막. 깊은 산골과 도시의 문화가 어우러지고 이내 각자 제 갈 길을 향해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까지도 머릿속에 펼쳐졌다.

 

 

<2019년 3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천안시 문화관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