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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바람 따라 삶에서 풍경으로

겨울바람에 이끌려 태백으로 향했다. 스산하고 쓸쓸한 폐광 너머에 이 도시가 꿈꾸는 미래가 있었다.

 

추전역 대합실

추전역 대합실에는 기념사진 촬영용 역무원 복장과 모자가 구비돼 있다.

 

통리 5일장

통리 5일장은 매달 5일, 15일, 25일에 열린다.

 

황지연못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은 태백 시내 중심부에 숨어 있다.

 

역사촌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자몽 티 한 잔에 언 몸을 녹이고 나니 어느새 오후 3시 30분. 고원 도시의 겨울 한낮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아는 터라 남은 일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오늘은 매달 5일, 15일, 25일에만 열리는 통리 5일장의 장날이었다. “1998년 개설됐으니 역사가 그리 깊은 건 아니지만, 태백은 물론 봉화나 삼척, 영월, 정선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꾸준히 모여드는 장이에요. 최근엔 외지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고요.” 사실 통리 5일장이 태백 여행 코스에 이름을 올리게 된 데는 인근에서 촬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향력이 제법 커 보였다. 지난해 통리에 완공한 태양의 후예 공원 역시 관광객 유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양이었다. 오후 4시경, 가판이 하나둘 철거될 무렵 장터에 도착해 잠시나마 강원도의 장날 풍경을 감상한 뒤 곧장 추전역으로 향했다. 해발 855미터에 위치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역. 1973년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이후 석탄산업의 쇠퇴와 함께 이용이 급감해 현재 여객 및 무연탄 수송이 모두 중지되고 태백선 운행 열차만 간간이 들고 나는 공간이었다. 텅 빈 선로 앞에 서서 기차가 한 대라도 지나가길 기다릴 참이었으나 사실 그조차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칼날처럼 매서운 바람이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그만 가시죠.”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이 그렇게 아쉽고도 반가울 수 없었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바람의 언덕 정상에 오르면 태백의 주요 산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바람의 언덕에 밤이 찾아왔다.

 

태백에서의 마지막 목적지는 현지인이 손꼽는 일몰 명소, 일명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였다. 대략 132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고랭지 배추밭을 돌고 돌아 정상부에 오르자 세차게 움직이는 풍력발전기들 너머 백두대간의 명산들이 한눈에 담겼다. 사방에 어둠이 짙어질수록 능선은 점점 더 우아해졌고, 멀리 산간도로의 불빛이 어둠을 뚫고 구불구불한 빛의 길을 열었다. 태백의 밤은 이런 색깔이구나, 혹독한 바람 속에서도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가장 추운 밤에 만난, 가장 아득한 풍경이었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tour.taebaek.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