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OMESTIC TRAVEL
DOMESTIC - DOMESTIC TRAVEL
태백, 오래된 탄광 도시의 미래

겨울바람에 이끌려 태백으로 향했다. 스산하고 쓸쓸한 폐광 너머에 이 도시가 꿈꾸는 미래가 있었다.

 

태백

태백에 대한 첫 기억은 짙은 모노톤이었다. 유년 시절이었고, 겨울이었고, 어머니의 고향인 삼척으로 가던 중 잠깐 지나치던 길이었다. 그땐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연탄 가루와 눈으로 뒤덮인 탄광 도시는 스산하고 고적했다. 사방이 온통 흑과 백. 그 대비가 너무나도 명명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인적 없는 거리와 어두침침한 하늘, 고요하게 흩날리는 솜털 같은 눈발. 급격한 번영과 쇠락을 동시에 겪은 도시들이 그러하듯, 묘한 비애감이 거리 곳곳에 감돌았다. 이후 나는 다시 태백을 찾지 않았다.


마치 꿈이었던 듯 아득해진 옛 기억에서 이 도시를 꺼내 마주한 건 지난겨울, 태백산 눈축제에 관한 뉴스 때문이었다. 눈꽃이 올올이 맺힌 TV 속 거대한 설원도 눈부셨지만, 무엇보다 축제장을 가득 메운 엄청난 인파에 놀라고 말았다. 무려 100만 관람객이라니, 태백이 언제 이렇게 관광도시로 성장한 거지? 쓸쓸하고 황량했던 탄광 도시의 깊은 겨울이 스쳐갔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마다 새어 나오던 연탄 타는 냄새도 스쳐갔다. 언제고 그렇게 멈춰 있을 줄 알았던 시간. 모르는 새 눈 더미처럼 쌓인 시간의 부피를 확인하는 듯 아주 생경하고 복잡한 기분이었다. 백두대간에 눈이 쌓였다 녹기를 반복하던 12월, 나는 기어이 태백으로 향했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tour.taebaek.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