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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마을

  

강경젓갈타운

김장철이면 강경젓갈타운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젓갈백반

14가지 종류의 젓갈 반찬이 나오는 젓갈백반.

 

“일본식 건물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강경읍으로 들어서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골목을 채운 건물은 1층은 점포,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이뤄진 이층집으로 옛 일본 건물처럼 이중 처마를 지녔다. 한국전쟁 때 70퍼센트 이상이 파괴돼 1950년대에 새로 지은 건물인데도 소재만 바꾸었을 뿐 옛 일본식 건축양식을 그대로 따랐다. 금강 하구에 자리한 강경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평양, 대구에 이어 3대 상업 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강변에는 큰 시장이 2개나 섰고 도시엔 돈과 물자가 넘쳐났다. 1930년대 이후 육상 교통의 발달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지금의 고요한 마을이 되었다. “김장철인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는 그나마 번화해요. 논산 강경젓갈축제도 10월 말에 열리죠.” 옛 시장인 상시장과 하시장 사이에 자리한 강경젓갈타운엔 아주머니들을 잔뜩 태운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쿰쿰한 젓갈 냄새 가득 한 시장 안엔 김장을 위해 좋은 재료를 찾아온 이들로 소란스러웠다. “사실 강경에서 재료가 나는 건 아니에요. 해산물은 서해안에서, 소금은 신안에서 오죠. 좋은 물자가 이곳으로 모이고 이를 오래 저장하는 방식이 발달한 거죠.” 명란, 오징어, 조개 등 다양한 젓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김장의 주요 재료인 새우젓이다. 그 자리에서 시식을 했는데 짠맛이 강하지 않고 살이 오동 통하게 살아 있다. 연중 10~15도를 유지하는 토굴에서 저온 숙성한 덕이다. 그래서 강경 젓갈은 요리에 넣을 뿐만 아니라 반찬 삼아 먹기에도 좋다. 젓갈 타운 내에는 14가지 종류의 젓갈을 내는 젓갈 백반집이 2곳 있는데, 그중 하나인 달봉가든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가미젓, 토하젓, 청양고추를 넣어 버무린 조개젓 등으로 채워진 한상차림을 받고는 소복하게 담긴 밥 한 그릇을 싹 비웠다. 그중 조기젓이 인상적이었는데 작은 조기를 통째 소금에 절인 것으로, 첫맛은 비릿하나 끝에 남는 감칠맛이 오래 맴돌았다.

 

 

강경의 옛 건물

강경의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근대문화의 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배

과거 군산항과 강경포구를 오갔던 배가 묶여 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곤 젓갈타운에서 멀지 않은 옛 한일은행 강경지점으로 향했다. 1913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로 서양 고전 건축 중 테라스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준다. 당시엔 강경에 7개의 금융기관이 있었는데 대부분 한국 전쟁 당시 파괴됐다. 등록문화재 제324호로 지정된 건물은 현재 강경근대역 사관으로 사용 중이다. “1911년에 충청남도에서 가장 먼저 강경에 전기가 들어왔어요.” 근대 생활용품이 전시된 전시실에는 강경의 역사가 담겨 있다. 건물 뒤뜰로 나서자 오래된 건물 내외부를 리모델링해 말끔하게 단장한 건물이 골목을 이뤘다. 내년쯤 완성될 강경 근대문화의 거리로 숙박 시설과 복고풍 레스토랑, 카페, 가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직은 공사가 진행 중이라 모든 집이 비어 있는데,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했다.

 

 

노동조합사무실

1925년에 만들어진 노동조합사무실로 당시 번성했던 강경포구를 짐작할 수 있다.

 

골목 끝에 자리한 1925년에 지어진 강경노동조합 사무실을 지나 강경포구로 향했다. “새우젓이 풀릴 때는 오륙십 척의 배가 몰려들어 화장들이 내뿜는 연기로 포구와 하늘은 암회색 바다였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는 한창 번성했던 강경포구를 이렇게 묘사했는데, 지금은 과거에 사용되던 배 몇 척을 걸어 놓았을 뿐이었다. 당시에 번성했던 흔적을 보니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지금의 거리가 더없이 쓸쓸했다.

 

 

 

<2018년 12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논산시청 www.nons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