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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기억, 양산 봄꽃 여행

산천에 봄기운이 가득하다는 소식에 남쪽으로 향했다. 양산에 핀 매화꽃을 구경하며 다시 찾아온 봄을 만끽했다. 

 

양산

봄기운이 간질대는 4월을 열두 달 중 가장 좋아했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봄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건 나이 앞자리가 달라지면서부터다. 다시 또 봄이고, 벌써 한 해도 이만큼이나 지났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마음이 헛헛해 일이 손이 잡히지 않는다. 멍하니 사진을 뒤적이다 지난봄의 흔적을 발견했다. 결국 늘 빈 마음을 채워준 건 오래갈 추억이었다. 그러니 이 봄, 가장 먼저 봄 마중을 나가 꽃이나 실컷 보고 오자. 옷장 깊은 곳에 묵혀둔 얇은 옷을 꺼내고 남쪽으로 눈을 돌렸다. 산수유, 동백, 매화까지 그곳엔 이미 꽃이 만발이란다. 부산이 고향인 후배는 학창시절 봄이면 양산으로 꽃구경을 떠났다 했다. 양산을 잘 아는 이가 없어 곧장 양산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꽃은 좀 폈느냐는 물음에 수화기 너머 남자는 이미 매화 구경을 다녀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여차하면 바로 갈 생각으로 지도를 찍어봤다. 서울에서 양산까지는 차로 5시간, 왕복이면 이동에만 도합 10시간이다. 드라이브는 포기하고 이튿날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3월 중순의 아침, 오전 6시는 예상보다 더 추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도리와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길 잘했다 생각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떠나는 기차 여행에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기차가 역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행선지는 양산과 가까운 울산역이다. 봄꽃 보러 남쪽으로 가는 길,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맑다.

 

 

<2019년 4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