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OMESTIC TRAVEL
DOMESTIC - SEOUL FINDINGS
대학로의 달라진 풍경들
혜화동, 동숭동, 명륜동…. 대학로의 정다운 이름들을 불러본다. 골목길이 오밀조밀한 이 동네들을 걷다보면 전에 없던 새로운 가게들을 만난다.

대학로의 달라진 풍경들
지하철 종로5가역부터 혜화동로터리에 이르는 긴 도로와 그 샛길에는 오래도록 서울의 문화와 인문학적 낭만을 축적해온 공간들이 늘어선다. 학림다방, LP 바 도어즈, 극단 학전…. 지적이면서도 분방한 자유가 골목마다 스며 있다. 그 이름마저 ‘대학로’다. 대학로는 언제부터 대학로라 불렸을까? ‘대학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명명된 것은 1985년 문화거리로 지정되면서부터다. 명칭의 연원은 동숭동에 서울대학교의 법대와 문리대 건물이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거기 있던 개천은 ‘센 강’, 건물로 연결되는 다리는 ‘미라보 다리’라는 별칭이 있었다는데, 이런 일화를 들을 때마다 불문과 60학번 동기인 김현, 김치수 그리고 김승옥의 학창 시절을 상상하게 된다. 학림다방에 모여 앉아 서로의 글을 돌려 읽었던 그들의 젊은 날. ‘미드나잇 인 서울’이 가능하다면 그때의 동숭동으로 돌아가고 싶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현재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남은 자리에는 1978년 문예회관대극장이 들어섰다. 아르코예술극장의 전신이다. 이때부터 연극의 대학로 시대가 펼쳐졌다. 이곳을 중심으로 작은 소극장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1980~90년대에는 그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여기에 술집, 밥집, 카페 등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모습과 흡사한 유흥 거리가 형성됐다.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리는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서울대 독문과 60학번이었던 한 시인은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노래하기도 했다. 기실 수백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조선시대에도 이곳은 젊은이들의 거리였다. 이름하여 반촌. 도살업을 독점했던 백정(반민)들이 모여 살던 동네로 주점과 식당, 여관이 밀집했기 때문에 성균관의 유생들이 즐겨 찾았다. 게다가 성균관 내에서 금기 사항이었던 유학 외의 학문-천주교 등 이국 학문-에 대한 담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몇 해 전 방영했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도 이 반촌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다시 오늘의 대학로로 돌아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로의 메인 거리는 마로니에공원에서 이어지는 큰길이었다. 2007년 여름, 혜화역 4번 출구 앞 먹자골목에 CGV 대학로점이 생기자 상권의 중심축이 분산됐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주점들이 늘어선 한편, 곁골목에는 흥미로운 작은 가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부와 요리사의 도시 장터 ‘마르쉐@혜화’의 정신을 공유하는 유기농 채식 레스토랑과 카페들, 홍대나 가로수길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괴짜들의 펍과 칵테일 바가 그 주인공이다.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 오는데.”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의 가사처럼 정다운 벗과 함께 6월의 밤을 대학로의 작은 골목길에서 소요하고 싶다. 한옥의 중정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인디 음악에 몸을 들썩이고, 꽃 무더기 속에서 차를 마시며 일기를 끄적이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어느 여름밤, 로맨틱, 대학로.

카페 기와
카페 기와
카페 기와
카페 기와
카페 기와
오래된 동네인 대학로만이 가진 매력을 옹골차게 담은 카페 기와는 인근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는 카페다. 이곳에서 대학을 다닌 미대생 2명이 합심해 만든 카페로, 학생 시절 꿈꿔온 공간을 구현했다. 작은 한옥집을 개조해 지붕의 기와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내부는 철재와 원목을 사용해 친숙하게 꾸몄다. 플라워 디자인과 주얼리 디자인을 해온 두 주인장의 특기를 살려 마당에서는 작은 꽃다발과 화분을, 내부에서는 은으로 만든 주얼리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티코스터, 향초 등 소품도 함께 진열해두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청포도에이드. 시럽 없이 과일과 탄산수만을 갈아 마시면 입안 가득 상큼함이 느껴진다. 오레오를 좋아하는 이를 위한 ‘리얼 오레오’는 파우더 없이 오레오만으로 맛을 냈다.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음에도 이 모든 메뉴가 5천원을 넘지 않는다. 더치 커피 원액이 들어간 더치맥주, 자몽청을 넣은 자몽맥주 등 가볍게 낮술을 즐기기에도 딱 좋다. 근처에 있는 가게들과 함께 종종 플리마켓을 연다.

LOCATION 종로구 창경궁로29길 35
TEL 02-766-1013

해마 티룸
해마 티룸
해마 티룸
“대학로의 편안한 공간으로 오랫동안 남고 싶어요.” 임재혁(‘해마 티룸’ 대표)

해마 티룸
북적북적한 대학로 메인에서 다소 떨어진 혜화동 로터리 부근 골목에 자리한 해마 티룸Hema Tearoom. 여느 홍차 가게와 달리 원목과 패브릭을 사용한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며 남자들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오직 해마 티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블렌딩 티 3종. 그중 기관지에 주효한 엘더플라워로 우린 ‘A.M.D 티’는 아이스로 마셔도 좋다. 또한 여자들에게 좋은 비타민이 들어간 ‘F.D 티’는 은은한 라즈베리 향이 느껴지는 허브 티로 카페인이 없어 임산부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다. 스리랑카 홍차 브랜드 딜마, 프랑스 브랜드 테오도르, 인도에서 공수한 밀크티 등도 마련되어 있다.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가토 쇼콜라, 쿠키, 브라우니 등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맛이 풍부하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전시, 작은 공연 등을 하는 문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 신메뉴나 공연, 전시에 대한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LOCATION 종로구 창경궁로 283-1
TEL 02-742-7222

독일주택
독일주택
독일주택
독일주택
독일주택
이국적인 이름 독일주택은 ‘홀로 한잔 술을 마시다’라는 뜻의 한자를 조어한 것. 혜화역 4번 출구에서부터 뻗어가는 먹자골목의 작은 샛길에 꽁꽁 숨어 있는 이 맥줏집은 혼자만 단골 삼고 싶은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1930년대식 전통 주택에 들어서면 마당이며 사랑채며 구석구석에 앉아 한낮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이들을 만난다. 취향이 까다로운 맥주 애호가라면 이곳의 보틀 리스트를 눈여겨보는 게 좋다. 미켈러를 비롯한 인기 브루어리의 10여 가지 병맥주를 만날 수 있기 때문. 생맥주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4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그중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것은 단연 코에도 시로. 화이트 비어의 부드러운 첫맛과 상큼한 목 넘김을 가진 대표 메뉴다. 툇마루에 앉아 개다리소반에 팔 걸치고 홀짝이기 좋겠다.

LOCATION 종로구 대명1길 16-4
TEL 02-742-1933

혜화동 다이닝
혜화동 다이닝
혜화동 다이닝
혜화동 다이닝
대학로에서 연인과 기념일을 보낼 공간 또는 존경하는 어른과 함께할 식사 장소를 찾는다면 혜화동 다이닝을 추천한다. 복잡한 메인 도로에서 빗겨나 골목에 자리한 한옥 레스토랑인 이곳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근사한 한 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프랑스 음식을 전공한 셰프가 보다 많은 이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이탈리아 요리에 프랑스 요리법을 접목했다.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파스타, 리소토 등 낯설지 않은 음식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요리는 도미 스테이크. 도미의 표면에 허브와 빵가루를 입혀 구워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함께 나온 짭조름한 먹물크림리소토에 도미살을 얹어 먹으면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스페인 화이트 와인인 세쿨로Seculo를 곁들이면 완벽한 식사가 완성된다. 마트에서 흔히 판매하는 와인 대신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라벨이 독특한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메뉴에 제공되는 후식인 이탤리언 판나코타는 이곳의 자랑이다. 둘만을 위한 아늑한 2인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LOCATION 종로구 창경궁로26길 37-4
TEL 02-741-3288

뿌리 온 더 플레이트
뿌리 온 더 플레이트
뿌리 온 더 플레이트
“유기농, 무농약 재료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킵니다.” 이윤서 & 강대웅(‘뿌리 온 더 플레이트’ 대표)

뿌리 온 더 플레이트
마르쉐는 농부와 요리사들이 한데 모여 착한 먹거리를 궁리하는 곳으로 혜화동이 그 본거지 역할을 한다. 뿌리 온 더 플레이트Ppuri on The Plate는 마르쉐@혜화의 주요 참가자이자 뿌리채소에 기반한 유기농, 친환경 팝업 레스토랑이다. ‘팝업’인 이유는 식사가 100퍼센트 예약제로 이뤄지기 때문. 메뉴는 2가지로 단출하다. ‘뿌리채소피자’와 ‘뿌리온더플레이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싱싱한 뿌리채소를 토핑한 피자와 한 접시에 다양한 뿌리채소를 담아내는 것. 고소한 향과 독특한 식감이 일품인 현미케이크와 부드러운 차는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상시 즐길 수 있는 메뉴다. 계절마다 요리 강좌를 여는데 밥을 함께 지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1일 모임을 비정기적으로 갖는다. 6월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식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니 @ppuriontheplate를 팔로해보길.

LOCATION 종로구 창경궁로26길 31
TEL 070-4133-8126

내일의 커피
내일의 커피
내일의 커피
내일의 커피
“아프리카 사람들의 매력을 보여주는 카페입니다.” 문준석 & 프란신 (‘내일의 커피’ 대표 & 바리스타)

내일의 커피
대학로 쇳대박물관 뒤편에 자리한 내일의 커피에서는 아프리카 사람이 내려주는 아프리카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녕하세요”라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콩고 바리스타가 반긴다. 아프리카 난민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곳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이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카페다.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패턴의 방석, 머그잔 역시 그들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산 원두를 사용한 핸드 드립 커피를 주로 제공하며 원두에서 단맛을 최대한 추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표적인 원두인 ‘에티오피아 로미타샤’는 ‘레몬차’란 별칭이 붙을 만큼 적당한 산미와 단맛이 고루 조화를 이뤄 커피라는 과실이 가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원두를 별도로 판매한다. “쓰지 않을 거야 인생도 커피도”라는 슬로건처럼 커피 한 잔에 모두를 위하는 마음을 담았다.

LOCATION 종로구 동숭1길 4
TEL 02-6289-9189

명륜 건강원
명륜 건강원
명륜 건강원
명륜 건강원
명륜 건강원
흑염소와 미꾸라지 대신 건강 음료와 요리를 선보이는 카페. 꽃과 액자를 곳곳에 두어 아기자기하게 꾸민 공간에서 주스, 수프, 샐러드, 샌드위치와 파스타를 판다. 건강원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대표 메뉴는 ‘건강한 즙’. 100도 이하의 저온에서 착즙해 베보자기로 여과한 과즙을 판매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과, 포도, 배, 호박, 천혜향, 블루베리가 주재료다. 최근 유행인 디톡스 주스도 있다. 비트, 당근, 셀러리, 레몬, 포도 등을 마이크로 필터로 착즙한 다섯 색깔 메뉴가 고루 인기다. 즙과 주스 모두 팩과 병 단위로 판매하며 개별 주문이 가능하다. 음료에 어울리는 요리로는 무항생제 흑돼지 소시지를 사용한 샌드위치와 ‘병아리콩 & 브로콜리 크림 스프’. 이들과 함께라면 가볍고 건강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겠다.

LOCATION 종로구 혜화로3길 5 아남아파트 301동 103호
TEL 02-741-2344
WEB www.myeongnyun.com

인생의 단맛
인생의 단맛
인생의 단맛
인생의 단맛
인생의 단맛
최근 1~2년 사이 성균관대학교 앞 골목은 청춘들의 젊은 상상력이 만든 독특한 가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인생의 단맛은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곳. 칵테일, 맥주, 포도주, 만화책, 그리고 ‘사색과 낭만’을 판다고 써 붙인 입구를 지나면 칵테일 모양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지하 공간이 이어진다. 문을 열자 오묘한 인상의 사진 액자, 아트 포스터, 만화책, 인디 밴드의 음반들로 장식한 공간이 펼쳐진다. 주메뉴인 칵테일 리스트의 면면은 분위기만큼이나 기이하다. ‘애인의 애인’, ‘미도리와 샤워’, ‘버낄라(버드와이저+데낄라)’ 등 에로틱한 이름들, ‘모슬포 블루’, ‘여름밤’, ‘새마음’처럼 서정적인 단어들로 조합한 칵테일 40여 종이 적혀 있다. 선택지 앞에 마음이 어지러운 이들이라면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에디터에게는 남국의 코코넛 향을 떠올리게 하는 ‘코코모’와 아몬드 리큐어를 첨가한 ‘우주비누거품’을 내어줬다. 참고로 맥주를 파는 독일주택과는 자매 가게다.

LOCATION 종로구 성균관로5가길 1
TEL 02-743-1933


<2015년 6월호>


에디터 강은주
인턴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