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ESTINATIONS > 중동
DESTINATIONS - 중동
광막한 사막, 팀나국립공원

그 자체로 이스라엘, 자연 탐험②

 

팀나국립공원
팀나국립공원

바위 절벽 3개가 나란히 선 솔로몬의 기둥. 이곳에서 영화 <마션> 같은 풍경을 발견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위산이 끝없이 펼쳐진다. 온 세상에 베이지색 페인트를 끼얹은 듯하다. 네게브사막Negev Desert은 이스라엘 국토의 55퍼센트를 차지한다. 오랫동안 침식과 풍화를 거쳐 만들어진 마른 언덕은 마치 붓으로 결을 그린 것 같다. 차를 타고 에일라트를 빠져나와 달리는 30분 동안 차창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달려 차가 멈춰선 곳은 팀나국립공원Timna National Park. 연한 갈색빛을 내던 사막지대와 달리 이곳의 흙은 온통 붉은빛이다. “석회암이 많아 적포도주 같은 붉은색이 돌아요.” 방문자센터에서 입장권과 지도를 받아온 가이드 모셰가 모는 차를 그대로 탄 채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약 6000제곱킬로미터 넓이의 광활한 지대이기에 타던 차를 그대로 몰고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좀 더 모험심 있는 여행자라면 방문자센터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다닐 수도 있다.

 

 

팀나국립공원

팀나 오아시스는 이름 그대로 공원의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팀나국립공원

고대 이집트 문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팀나국립공원.

 

팀나국립공원

위태로운 절벽으로 이뤄진 마크테쉬라몬. 그곳엔 방문자센터가 있다.

 

팀나국립공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위산이 끝없이 펼쳐진다. 네게브사막은 이스라엘 국토의 55퍼센트를 차지한다. 오랫동안 침식과 풍화를 거쳐 만들어진 마른 언덕은 마치 붓으로 결을 그린 것 같다.

 

“세계 최초의 구리 광산이 팀나밸리에 있었죠. 1980년까지도 광산 사업을 했어요.” 기원전 5세기경 고대 이집트인이 구리를 채굴했던 갱도와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갔던 그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모형으로 만든 팻말 앞에 차가 멈춰 섰다. 팻말 앞으로는 다시 3개의 거대한 바위 절벽이 우뚝 서 있다. 솔로몬의 기둥Solomon’s Pillars이다. 이곳의 구리 광산을 솔로몬왕이 만들었다는 잘못된 연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자연이 빚은 절벽의 모습은 이름과 제법 잘 어울렸다. 3개의 기둥 옆에는 길이 나 있다. 오랫동안 풍화를 거쳐 부드러워진 암벽 위를 걸어가니 절벽 뒤편에 다다른다. 그곳엔 고대 이집트인이 사랑과 미의 신인 하토르Hathor에게 제사를 지냈던 터가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그 오래된 흔적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이 무덥고 황막한 사막을 걸어와 제사를 지냈을 고대 사람들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절벽을 돌아 나와 다시 차를 타고 움직였다. 버섯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 누군가 만든 것처럼 뚜렷하게 아치 모양을 한 절벽 등을 차례로 돈 뒤에야 공원 중심의 휴식 공간인 ‘팀나 오아시스’로 향했다.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점이 있었다. “여기선 캠핑도 할 수 있어요. 빛이 없어 별이 정말 잘 보이죠.” 캠핑을 할 경우엔 나이트 투어도 한다니, 기회가 된다면 밤에 다시 찾고 싶었다. 팀나국립공원에서 북쪽으로 1시간쯤 차를 타고 이동하면, 네게브사막의 지질학적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분화구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계곡인 마크테쉬라몬Makhtesh Ramon이다. 절벽에 자리한 방문자센터에선 영상을 활용해 이곳의 역사와 생태를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이 지형을 닮은 모래언덕을 스크린 삼아 보여준 영상이다. 1억 1000년 전 바다로 둘러싸여 있던 이 지역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준 영상은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었다. 영상 세 편을 내리 본 뒤 밖으로 나서자 넓은 광야가 펼쳐진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그런 황량한 풍경은 빙하기의 차가움을 기억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 차가움을 다시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은 인간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깊이 500미터로 움푹 파여 있는 타원형의 계곡을 보는 순간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가 쓴 <시간의 창공>의 구절이 떠올랐다. 융기와 풍화를 거치며 만들어진 이 땅의 옛 모습을 떠올리려 했지만, 끝내 머릿속에 그려내지 못했다. 한자리에 오래 서서 지금의 풍경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2019년 6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강신환
취재 협조 이스라엘관광청 israel.trave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