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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하마 빈집 프로젝트

 

 

미쓰하마의 구 하마다 의원

미쓰하마의 구 하마다 의원.

 

갈까 말까 고민했다가 우연히 들른 곳이 의외로 그 여행에서 가장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때가 있다. 항구 마을 미쓰하마三津浜가 그런 곳이었다. 마쓰야마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과거의 어딘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항구 마을에 닿았다. 과거 어업으로 큰 부를 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현재는 작은 나룻배만 띄엄띄엄 오가고 있다. 항구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면 100년 전의 오래된 민가와 돌바닥 길이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런 시골 마을에 뭐 볼 게 있을까 싶었는데, 골목에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최근 1~2년 전부터 미쓰하마에는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하나 둘 터를 잡으면서 버려진 폐가와 건물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가장 먼저 미쓰하마루ミツハマル에 들른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계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래된 민가와 인근 가게 정보가 담긴 지도를 챙긴 채 구 하마다 의원旧濱田医院으로 향했다. 1920년대 다이쇼시대에 문을 연 산부인과 건물이다.

 

다나카도의 먹음직스러운 빙수

다나카도의 먹음직스러운 빙수.

 

미쓰하마 항구

미쓰하마 항구.

 

당시 쉽게 볼 수 없던 서양식 건축물이라 사람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다. 1972년 영업을 중단한 후 방치되었다가 4년 전 레노베이션 공사로 옛 모습을 찾았다. 오래된 창틀과 조명, 스위치 등 구식인테리어가 빈티지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지역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방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잡화점과 웨딩 사진 스튜디오가 들어와 있다. 미쓰우쓰와みつうつわ는 웹 디자이너 출신의 안목 높은 주인장이 고른 그릇으로 꽉 채워진 도자기 편집 숍이다. 100년 된 쌀가게를 개조한 곳으로 인테리어가 멋스럽다.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골목을 걷다 만난 또 하나의 가게 리테라 백Reterra Bag은 도쿄에서 이주해온 부부가 운영하는 가죽 공방. 가방과 신발 등 각종 가죽 제품을 수선하는 것은 물론 내 손으로 원하는 디자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가죽 공방에서 대각선 방향에 자리 잡은 다나카도田中戸는 미쓰하마의 터줏대감 같은 카페다. 외부인의 발길이 뜸하던 8년 전 문을 열었다. 포도나무 잎이 드리워진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책상과 걸상, 장식장 등이 정겨움을 더한다. 핸드 드립 커피도 맛있지만 더 유명한 것은 빙수다. 하귤, 딸기, 망고, 멜론 등을 수북이 얹은 빙수는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빙수 중 최고였다. 아마 영화 <빙수>를 찍는다면 이곳에서 찍지 않을까.

 

 

 

<2018년 9월호>

 

에디터 여하연

사진 이현준(프리랜서)

취재 협조 에히메현, 인페인터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