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ESTINATIONS > %uC544%uC2DC%uC544
DESTINATIONS - 아시아
치앙라이의 관문 도시, 파야오에서 보낸 하루

치앙라이에서 차로 2시간이면 평온하고 고즈넉한 호숫가 마을에 닿는다.

완벽한 휴식을 위한 도시, 파야오다.

 

파야오 호숫가의 전경
파야오 호숫가의 전경

파야오 호숫가의 전경.

 

파야오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절반쯤 기운 뒤였다. 바다처럼 거대한 호수가 불길에 휩싸인 듯 뜨겁게 일렁이고 있었다. 바람이 제법 불어선지 부둣가에 정박해 있던 배들이 조금씩 좌우로 흔들렸다. 타이에서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파야오가 내게 남긴 첫인상이었다. 치앙라이 바로 아래 위치한 파야오주의 주도이자 타이 북부에서 가장 큰 담수호가 있는 곳. 파야오는 치앙라이와 람빵 혹은 치앙마이 사이를 오갈 때 하루쯤 머물다 가기 좋은 소도시다. 적당히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마을, 소박한 현지인의 삶, 무엇보다 잔잔하게 물결 치는 호숫가의 풍광이 긴 여정에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꽌 파야오란 이름의 호수에는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50여 종의 물고기 떼가 노닐고, 나이 든 사공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룻배의 노를 젓는다.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이 하나 떠 있는데, 그곳이 바로 파야오 최고의 명소인 왓띠록아람Wat Tilok Aram. 오직 배를 타야만 들어설 수 있는 사원이다.

 

이른 아침의 탁발 행렬

이른 아침의 탁발 행렬.

 

보시 중인 시민

보시 중인 시민.

 

호숫가 주변을 잠시 산책하고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타이식 만찬을 즐긴 뒤 곧장 호텔로 돌아왔다. 사실 파야오처럼 한갓진 동네에선 해가 지고 나면 특별하게 할 일이 없다. 호숫가에 눌러앉아 밤새도록 낚싯대를 드리우거나(타이 북부에서 손꼽히는 낚시 스폿이다) 아니면 숙소로 돌아와 일찌감치 잠을 청하는 것뿐. 실제로 많은 여행자가 치앙라이로 가는 도중 이곳에 들러, 잘 먹고 잘 자고 온전히 풍경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한다. 밤새도록 흥성거리는 대도시의 야시장도 반갑지만, 때로는 작은 시골 마을의 완전한 어둠과 적요만이 주는 힐링의 시간도 필요한 법. 타이 북부, 특히 파야오에서의 시간이 내게 그랬다. 고요해서 더 아름다운, 낯선 호숫가의 밤이 흘러갔다.

 

호수를 지키는 바다뱀 두 마리

호수를 지키는 바다뱀 두 마리.

 

갓 낚은 생선들

갓 낚은 생선들.

 

다음 날 아침엔 조식당이 채 문을 열기도 전 호텔을 나섰다. 매일 오전 7시경 파야오 나루터를 지난다는 승려들의 탁발 행렬을 보기 위해서다. “탁발은 타이의 아침을 여는 가장 익숙한 풍경이에요. 어느 지역, 어느 도시든 마찬가지죠.” 현지인 가이드를 따라 나루터 맞은편 노점에서 갓 지은 찹쌀밥을 샀다.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주먹만 한 찹쌀밥 덩어리에서 뜨거운 김이 연신 피어올랐다. 나루터 앞에는 공양하는 시민들을 위한 붉은 천이 길게 깔려 있었는데, 6시 30분쯤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금세 두 줄을 가득 채웠다. 얼마쯤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을까, 멀찍이서 주홍빛 승복 차림의 승려 열댓 명이 호숫가를 끼고 천천히 걸어왔다. 곁눈질로 양옆을 살피며 찹쌀밥을 조금씩 떼어 승려들의 공양함에 넣는 사이, 호숫가의 꽃과 나무가 점점 진한 빛깔을 띠기 시작했다. 가이드의 말 그대로, 파야오의 아침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호수 위 사원
호수 위 사원

호수 위 사원.

 

후안 스태추 오브 세라믹의 제품들

후안 스태추 오브 세라믹의 제품들.

 

왓시콤캄의 거대한 불상

왓시콤캄의 거대한 불상.

 

생애 첫 보시를 (나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이번엔 호수를 가로지르는 나룻배에 올랐다. 왓띠록아람까지는 배로 약 5분. 언뜻 보면 무서워도 웃는 얼굴만큼은 해맑은 뱃사공이 달인 같은 자세로 이 여정을 책임졌는데, 노가 하나라 한쪽 방향으로만 젓는데도 어떻게 배가 똑바로 나아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꽌 파야오는 1939년 관개 공사때 생성된 인공 호수예요. 본래 왓띠록아람은 500여 년 전에 지어진 사원인데, 호수가 생성되며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지금은 이 섬만큼의 크기만 남은 거죠. 음력으로 3월, 6월, 8월 보름이 되면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제물을 바치곤 해요.” 1년에 3일, 정확히 그 시기를 제외하면 왓띠록아람 안은 지나치게 붐비는 법이 없다. 승려가 거주하지 않는 사원인 데다 관람객 역시 배 시간과 정원에 따라 자연스레 그 수가 통제되기 때문이란다. 호수 한가운데 솟은 작고 고요한 사원은 집채만 한 불상이나 휘황찬란한 건축물 없이도 지극히 영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나는 재단 위에 연꽃과 초를 바치며, 앞으로의 여정이 지금처럼 평온하게 이어지기를 빌었다. 인근의 왓시콤캄Wat Si Khom Kham에서 란나 왕국 최대 규모라는 16미터 높이의 불상을 감상한 뒤 가족 경영 도자기 공방인 후안 스태추 오브 세라믹Huan Statue of Ceramic에 들렀다.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한 찻잔과 찻주전자를 감상하다가 근래 들어 가장 맹렬한 쇼핑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고요하고도 뜨거웠던 이 호숫가 마을을 떠나며, 파야오에 머무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느릿느릿 지나온 매 순간이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2018년 11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태국정부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