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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 PEOPLE
청년 농부들의 성장 드라마

일면식도 없던 6명의 청년이 우공의딸기정원에서 같은 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꿈을 꾼다. 

 

우공의 딸기정원
우공의 딸기정원

경상북도 상주에 자리한 우공의딸기정원에서 만난 6명의 청년, 문상원, 조영진, 강의화, 김대주, 김창섭, 남경우 농부는 이곳에서 길게는 1년 6개월, 짧게는 2개월을 지낸, 제 각각의 개성을 지닌 청년들이다.
“우리를 설명하는 단어를 떠올리라면 단연 팀워크일 거예요.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청년 농부가 모인 농장은 어디에도 없을 거 같아요. 동시에 이렇게 잘 맞는 사람들도 없을 거예요.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해요. 각자 다른 곳에서 왔고 나이도 성격도 다르지만, 기저에 깔린 자연을 사랑하고 느긋한 성격이 비슷해요. 그리고 같은 꿈을 안고 있어요.”
과거 스키 선수를 하다 대학 4학년을 마치기 전 귀농한 스물일곱 살 남경우 농부부터 행정 사업과 ISO 심사 활동을 한 서른아홉 살 문상원 농부까지, 다양한 이력을 지닌 청년들이 이곳에 온 계기는 같다. 바로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열정이다.

 

 

약 8926제곱미터(2700평) 크기의 우공의딸기정원.

약 8926제곱미터(2700평) 크기의 우공의딸기정원. 

 

농장의 규모는 1600평이다.

농장의 규모는 1600평이다.

 

딸기 체험 공간. 2월 말부터 진행한다. 을 넣어주세요

딸기 체험 공간. 2월 말부터 진행한다. 

 

스물여덟 살 김창섭 농부는 지난 2018년 스마트팜 혁신밸리 1기 교육생으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자 직접 발로 뛰어 이곳을 찾았다. 20년간 대기업을 다니다 귀농한 뒤 바닥부터 시작해 이곳을 이룬 박홍희 대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선도 농가이자 멘토링 농장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는 김창섭 농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른셋 김대주 농부가 이곳에 합류한 계기는 조금 더 특별했다. “참외 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어릴 적부터 봐오면서 농사는 싫었어요. 부모님도 반대하셨고요. 하지만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농사보다 도시 생활이 더 힘들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어요. 참외 농장에서는 아침과 밤에 일해야 하는데 딸기 농장에서는 낮에 일을 합니다. 그래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농사 품목으로 딸기를 선택했어요. 딸기 농장을 찾던 와중에 이곳을 발견했고요. 그런 다음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2기생이죠.”


스스럼없고 추진력 강한 김창섭 농부와 김대주 농부가 구심점이 되어 스마트팜 혁신밸리 2기생이던 조영진 농부를 비롯해 문상원, 강의화, 남경우 농부가 이곳에 오게 됐다. 우공의딸기정원은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따온 이름이다. 끊임없는 정직한 노력으로 최고의 딸기를 만들겠다는 우직한 농부의 철학을 담았다.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싱싱하고 품질 좋은 최상의 딸기를 생산한다. 
“3월에 모종 심기를 시작해 여름, 가을 내내 가꿔 11월에 첫 수확을 했죠. 처음으로 공판장에 나가던 새벽이 아직도 생생해요. 신기한 마음과 팽팽한 긴장감, 공판장의 시끄러운 분위기가 뒤섞여 있었죠. 그날 우리 딸기가 20여 팀 가운데 1위를 했어요. 가슴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울컥했어요. 이 친구들과 전우애 같은 것이 저절로 생기더라고요.” 


뛰어난 딸기의 비법은 말 그대로 청년들의 땀과 노력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교육 과정에선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농가는 부부가 운영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한 명 정도 더 두는 게 전부예요. 그들이 운영을 못한다기보다는 일손이 부족하죠. 하지만 우공의딸기정원의 딸기는 우리들의 수많은 발자국 소리를 들었어요. 사람 수도 많고 나이대도 젊다 보니 더 많이 들여다보고 관리할 수 있죠. 어느 날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밤 11시에 우리끼리 이곳을 찾았어요. 힘들게 가꾼곳이 바람에 날릴까 비라도 맞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어서죠. 딸기가 맛있게 익으면 행복하고 하나라도 떨어지면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더 많이 신경 쓰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작물의 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남경우 농부가 수확한 딸기를 보여줬다.

남경우 농부가 수확한 딸기를 보여줬다.

 

우공의딸기정원의 곳곳에는 젊은 농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우공의딸기정원의 곳곳에는 젊은 농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부드럽게 쥐듯 딸기를 따야 상하지 않는다.

부드럽게 쥐듯 딸기를 따야 상하지 않는다.

 

상주에 자리한 우공의딸기정원을 하늘에서 촬영했다.

상주에 자리한 우공의딸기정원을 하늘에서 촬영했다.

 

우공의딸기정원에선 2월까지는 딸기 판매를 주로 하고 5월까지는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냉동딸기가 아닌 생딸기만 사용해 천천히 농축시켜 만든 생딸기잼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600그램 한 병에 생딸기 650그램 이상을 농축시켜 설탕 함량이 적으면서도 맛있다. 모두 다른 생활을 하다 이곳에 와서 모였고 이제는 비슷한 꿈을 꾼다. 가장 처음 들어온 김창섭 농부는 곧 이곳을 떠나 창농을 앞두고 있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던 김창섭 농부는 부모님의 딸기 농장을 조금 더 젊게 변화시켜볼 예정이다. 이곳이 우공의 딸기 ‘농장’이 아닌 ‘정원’인 것처럼 사람들이 상생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체험에서 끝나는 곳이 아닌 구경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구상 중이다. 문상원 농부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전문직으로 오랜 시간 일하며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본인 같은 사람들을 위해 농촌 한가운데에서 농사를 짓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돕는 치유농업을 꿈꾼다. 김대주 농부의 포부는 이곳을 인수한 다음 박홍희 대표처럼 기술교육에 조금 더 힘을 쏟는 것이다. 12월에 합류한 강의화 농부는 시골에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며 때때로 친구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하는 모습을 꿈꾼다. 막내 남경우 농부는 형들을 따라 더 많은 농사일을 배워 본인의 꿈을 찾아갈 예정이다. 목수,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조영진 농부는 이 농장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거의 다 배울 수 있었죠. 그건 매우 희박한 확률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제각각 꿈을 꾸며 나아가고 있지만 그 모두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고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죠. 물량이 많아야 힘을 받는 농사의 특성상 우리가 뭉쳐 딸기 농사를 함께 지어볼 생각도 있고요. 한국에서 농업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처럼 젊은 농부가 농업에 합류해 기술력이나 아이디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블루오션이 될 거예요. 우리가 바로 블루오션인 거죠.”   

 


<2020년 2월호>


에디터 이지혜 
포토그래퍼 강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