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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을 따라 찬란한 역사를 더듬다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땅 이집트 ③

 

나일강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해 6690킬로미터를 흐르며 이집트를 적시는 나일강. 신이 내린 이 장대한 물길은 범람을 거듭해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온 이집트인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곡물을 키워낸다. 그리고 이 풍요로움이 찬란한 이집트문명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나일강에 대한 이집트인의 경배는 고대 파피루스에서도 확인된다. “그대는 왕이며, 그대는 모든 율법, 언제나 목마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함 없는 그대 은총에 찬란한 눈길을 보낸다.” 물론 ‘그대’는 나일강을 말한다.


나일강을 따라 이어지는 룩소르와 아스완 등의 도시에는 이집트 유적이 산재해 있다. 여행자들은 나일강을 따라가는 크루즈를 타고 이집트 역사를 더듬는다.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호루스 신전, 콤옴보 신전, 왕들의 계곡, 아부심벨 등이 나일강을 따라 이어진다. 나일 크루즈는 이집트 유적을 돌아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집트문명이 남긴 문화유산 중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고왕국시대에 만들어진 피라미드들이지만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시기는 신왕국시대였다. 룩소르는 ‘테베’라고 불렸던 상이집트 신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지금은 소도시가 되었지만 한때 인구가 100만 명에 달했을 정도로 번성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람세스 2세도 당시의 파라오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룩소르를 “100개의 문이 있는 호화찬란한 고도”라고 칭송했고, 나폴레옹의 군대 역시 이집트 원정에 실패하고 돌아가면서도 룩소르의 매력에 한동안 퇴진을 멈췄다고 한다. 

 

 

만두의 일종인 사모사.

만두의 일종인 사모사. 
 

카이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화려한 무늬의 스카프.

카이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화려한 무늬의 스카프.

 

룩소르의 전통시장.

룩소르의 전통시장.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의 거대한 기둥.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의 거대한 기둥. 

 

룩소르에는 멤논의 거상, 핫셉수트 제전, 왕들의 계곡, 카르나크 신전 등이 유명하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동서 540미터, 남북 600미터 규모로 세계 최대 신전으로 손꼽히는 카르나크 신전이다. 이집트 역대 왕들이 2000여 년에 걸쳐 조금씩 증축해온 것으로 룩소르에서도 가장 오래됐다. 신전의 주인은 아문Amun신으로, 신왕국시대가 숭앙한 최고신이자 테베의 조물주다. 영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배경이기도 한 카르나크 신전은 룩소르 신전으로 이어진다. 룩소르 신전은 신왕국시대 초기 아멘호테프 3세 때 테베의 통치자였던 아몬신과 그 아내 무트, 아들 코스를 위해 건축됐다.


룩소르 신전은 저녁 무렵이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을 받고 나일강을 굽어보며 서 있는 룩소르 신전은 절로 경외심이 들게 한다. 신전 가운데에는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좌상과 입상이 있다. 30세에 파라오에 즉위한 그는 이집트를 67년간 지배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었다. 람세스 석상에서 나오다 보면 신전 정면 왼쪽에 오벨리스크 하나가 서 있는데, 이것과 똑같은 오벨리스크가 파리 콩코르드광장에 서 있다.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챙겨간 것이다. 

 

 

람세스 2세가 묻힌 룩소르 신전.

람세스 2세가 묻힌 룩소르 신전.

 

룩소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왕들의 계곡이다. 이곳에 투트모세 1세부터 람세스 11세에 이르는 제18, 19, 20왕조의 왕들이 묻혀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무덤만 60여 기에 이른다. 왕들의 무덤은 꼭꼭 감춰놓았지만 숱한 도굴에 시달려야 했다.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고 발굴된 무덤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굴했다. 이 무덤이 원형 그대로 발견된 이유는 그가 어린 나이에 죽어 초라한 곳에 묻힌 불우한 왕이어서 도굴꾼이 그의 존재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곳이 왕들의 계곡으로 알려지기 전 계곡 아래에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 주민은 전부 도굴꾼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왕들의 계곡에서 나온 유물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룩소르를 나와 나일강 서편으로 건너가면 들판에 거대한 석상 2개가 서 있다. 멤논의 거상이라 부르는 것으로 아멘호테프 3세가 세운 신전 입구에 세워져 있던 것이다. 지금은 신전은 사라지고 석상만 남았다. 높이가 20미터에 달하는 이 석상은 새벽이면 울음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사실은 석상의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진동 소리라고 한다. 

 


<2020년 2월호>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에디터 여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