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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바다도 즐거움도 끝이 없는 곳, 울진

바다 위에 흐르는 울진의 시간 ③

 

백암온천에서 피톤치드 가득한 금강송 숲을 만났다.

백암온천에서 피톤치드 가득한 금강송 숲을 만났다.

 

 

대게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딱지 비빔밥.

대게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딱지 비빔밥.

 

해안도로인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울진 남부 후포면이 나온다. 이 일대는 대게를 비롯해 각종 생선 등 지역 해산물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그중 울진대게는 옛날 궁중에 진상하던 귀한 해산물로, 지금도 신선한 대게를 원 없이 맛보기 위해서는 이렇게 산지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후포면의 한 횟집에 가니 수족관에 대게가 한가득, 옆에선 김이 펄펄 나는 찜통에 게를 쉼 없이 쪄내고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풍경. 통통하고 신선한 게살은 쫄깃쫄깃한 식감에 특유의 담백함과 단맛이 잘 어우러져 연이어 젓가락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시마나 과메기, 명이나물 등 바다의 찬을 곁들이면 그 맛이 배가된다. 특히 게살 한 점과 짭조름한 명이나물 장아찌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여기에 껍데기가 수북이 쌓여갈 때쯤 나오는 게딱지 비빔밥도 빠트려선 안 된다. 보통 울진대게라고 하면 황금빛을 내는 참대게(박달대게)를 말하는데, 산지에서는 이보다 크기는 조금 작아도 맛에선 뒤지지 않는 붉은대게(홍게) 역시 높이 쳐준다고 한다. 지금부터 3~4월까지는 대게가 가장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시기로, 매년 3월이면 지역에서 가장 큰 축제인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이때가 연중 가장 많은 사람이 울진을 찾는 때라고 한다.

 

입이 마음껏 호사를 누렸으니, 드디어 온천이 기다리는 숙소로 향할 차례. 울진에는 백암과 덕구, 2곳의 온천관광특구가 있다. 둘 다 유명하지만, 동선상 후포와 가까운 온정면의 백암온천을 선택했다. 이곳에선 pH9.43으로 국내에서 수소이온농도가 가장 높은 알칼리성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신라시대에 처음 발견돼 고려에 이르러서는 이곳 현령이 탕을 짓고 백성의 병을 고치게 했다는데 그 유래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온천특구 안에 각종 편의 시설과 숙소가 자리해 여행객이 머물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1층 대욕장도 물론 좋았지만, 객실 내에도 온천수가 나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겨우내 잔뜩 쌓인 피로와 찬 기운을 매끈매끈한 물에 말끔히 씻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곳 온천수는 특히 관절염과 피부염에 좋다는데, 직접 해보니 숙면에도 특효약이었다.

 

 

 

사람이 많아도 스카이 워크의 아찔함은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이 많아도 스카이 워크의 아찔함은 줄어들지 않는다.

 

바다와 등대, 예술이 어우러진 후포등기산공원.

바다와 등대, 예술이 어우러진 후포등기산공원.

 

등기산 꼭대기,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후포등대가 있다.

등기산 꼭대기,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후포등대가 있다.

 

내려오는 길, 아기자기한 벽화마을이 손을 흔든다.

내려오는 길, 아기자기한 벽화마을이 손을 흔든다.

 

다음 날, 여유롭게 숙소 주변을 둘러보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찍 눈이 떠진 차에 짧은 산책 코스가 떠올라 나선 길이었다. 바스락바스락하는 발소리와 새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맑은 공기가 심호흡을 부르는 금강송 숲길. 떠올려보니 하루 사이에 바다와 산, 음식까지 울진의 많은 모습을 만났다. 여기에서 시간은 다른 곳보다 조금 느리게 흐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남은 일정에 기대를 더해본다. 이후 온천에서 한 번 더 몸을 데우고 숙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후포등기산공원으로 스카이 워크, 등대공원, 갓바위, 후포항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모여 있는 곳이다. 동해안 트레킹 코스인 ‘해파랑길’의 23~24번째 구간에 모두 이어지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서 둘러볼 예정이다.

 

먼저, 바다 위에 지은 아찔한 스카이 워크로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체험을 하러 간다. 아파트 5~6층 높이에 길이는 135미터이고, 이 중 강화유리로 만든 27미터 구간이 고난도 코스이다. 혹시 모를 유리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입구부터 무조건 덧신을 착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덩달아 긴장감도 높아진다. 마침내 완전히 투명한 유리 구간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걸음이 현저히 느려졌다. 그러나 아찔함도 잠시, 차츰 눈을 뗄 수 없는 풍경이 다가온다. 경계가 모호한 수평선과 투명한 물빛 가운데 사방으로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반짝이는 해수면, 거대한 갓바위에 부서지는 흰 파도와 속이 훤히 비치는 코발트빛 바닷속까지. 한동안 그 위에 서서 모든 바다를 눈에 담았다. 다시 아쉬운 발길을 돌려본다. 스카이 워크 출구로 나가면 길은 등기산 꼭대기의 등대공원으로 이어진다. 해발 64미터의 이 야트막한 산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많다. 국내 최대 규모인 신석기시대 집단 매장 유적이 발견된 곳이며, 울릉도와 가장 가까운 후포등대도 자리하고 있다. 등대가 생기기 전에는 꼭대기에서 깃발이나 봉화로 어선들의 지표 역할을 해왔다니 이 산 자체가 거대한 등대였던 셈이다. 공원에선 바다 조망과 함께 프랑스, 영국, 이집트 등 세계의 유명 등대 조형물과 다양한 조각 작품, 신석기 유적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 아기자기한 바닷마을 벽화가 손을 흔드는 곳. 따뜻한 날씨에 걷기 제격인 코스였다.

 


<2020년 2월호>


에디터 황은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경북도청 관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