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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고래불

청정 바다를 품은 블루시티, 영덕 ①

 

병곡 방파제 주변의 벽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들

병곡 방파제 주변의 벽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들.

 

대부분의 사람은 ‘영덕’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대게’를 떠올린다. 커다랗고 싱싱한 대게의 부드러운 속살은 언제나 감칠맛으로 기억에 남는다. 반대로 대게를 제외하면 영덕엔 뭐가 있을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서울에서 4시간 30분을 꼬박 달려 도착한 영덕의 입구에는 ‘블루시티 영덕’이란 전광판이 크게 붙어 있다. “그린 시티도 아니고 왜 블루시티일까요?” 나의 단순한 물음에 박문태 문화해설사는 명쾌하게 답했다. “푸른 바다를 품었으니까요.”

 

 

목은 이색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의 전경

목은 이색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의 전경.

 

봉송정 해변

봉송정 해변에서 바라본 푸른 영덕 바다. 

 

박문태 문화해설사와의 만남은 고래불 해변에 자리한 봉송정에서 이뤄졌다. 한학을 전공하고 자유자재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1박 2일 동안 영덕의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봉송정은 보석 같은 해안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블루시티 영덕을 한눈에 품어주는 곳입니다. 앞에 보이는 고래불 해변은 과거 고래가 보일 만큼 깨끗하고 너른 바다를 품고 있다는 의미의 이름입니다. 저 위로 보이는 상대산 꼭대기에는 바다를 내려다보면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뜻의 관어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고래가 종종 목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의 바다는 해수면의 경사가 완만하고 오염원이 없어 폐수로 인한 환경 파괴도 없다. 덕분에 지금도 먼바다에서 고래가 목격되기도 하고 방어, 청어, 명태, 대게, 꽁치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 


고래불 해변은 총길이 4킬로미터로 덕천, 대진, 영리, 고래불 해수욕장으로 이어져 있다. 영덕은 동해 바다를 세로로 지르는 770킬로미터의 해파랑길 49개 구간 중 4개 구간인 63킬로미터를 지나치는 도시다. 블루시티 해파랑길의 중심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마다 갯매꽃과 동백이 만발한다는 백사장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이 왜 201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되었는지 이해된다. 겨울의 찬바람도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의 색을 지울 순 없었다. 해변에서는 고래불 해수욕장과 병곡방파제의 돌고래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추운 날씨에도 방파제 벽에 아름답게 헤엄치는 고래를 그려 넣는 화가를 한참 구경했다. 

 

 

송천강 재첩을 듬뿍 넣은 재첩전

송천강 재첩을 듬뿍 넣은 재첩전.

 

고래불 해수욕장에 설치된 커다란 고래 조형물

1970년대 12만 명의 인구가 살던 영덕은 산업화로 인해 포항, 울산 등의 도시로 사람들이 떠났고 현재 인구가 4만 명까지 줄었다. 동해안의 3대 곡창지대인 영해평야를 끼고 벼농사가 발달했고 송이버섯은 전국 생산량 1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우연히 송천강 재첩국 식당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재첩이 난다는 사실을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다. 맑고 진한 재첩이 들어간 재첩국과 재첩을 풍성하게 올린 재첩전을 먹으며 초겨울의 추위를 녹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고려 말 성리학자이며 길재, 정몽주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던 목은 이색의 외가이자 고향입니다.” 괴시리 전통마을 앞에서 문화해설사는 말했다. 함창 김씨가 터를 잡으며 시작된 이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목은 이색 기념관과 생가 터가 있다. 원래 ‘호지촌’이라 불렸던 이곳은 중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목은이 중국의 넓고 아름다운 괴시마을 풍경과 닮았다 하여 괴시로 부르면서 그대로 이름이 굳어졌다. 300년 전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에는 영덕천전댁(경북도지정문화재자료378), 물소와고택(경북도지정문화재자료198), 대남댁(경북도지정문화재자료197), 해촌고택(경북도지정문화재자료199), 영양남씨괴시파종택(경북도지정문화재자료75) 등이 남아 있다. 

 

 

<2020년 1월호>


에디터 이지혜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영덕군 홍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