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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아프리카
세이셸의 심장, 마헤 빅토리아 탐방
에덴 아일랜드

에덴 아일랜드는 마헤에서 가장 세이셸 같지 않은 분위기다.

 

토요일 오전 11시. 길가에는 처음 마헤에 도착한 5일 전보다 2배쯤 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폐업으로 추측되던 상점들은 모두 영업 중이었고, 꽉 막힌 도로에서 차는 도무지 앞으로 나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드라이버에 의하면 마헤에서 토요일 오전은 도시가 가장 활기를 띠는 시간이지만,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싹 빠진다 했다. 주 수입원이 관광인 나라인데도 주요 관광지조차 문을 닫는다는 말에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혹시라도 가는 곳마다 ‘CLOSE’ 간판을 마주하고 인적 드문 번화가를 거닐다 쓸쓸한 마음으로 떠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드라이버는 시계탑 앞에 차를 멈추고는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향해 웃었다. “걱정 마요. 수도 빅토리아만큼은 느릿느릿 둘러봐도 2시간이면 충분할 테니까. ‘세계에서 제일 작은 수도’라는 수식어가 아주 정확하다니까요.”

 

 

서 셀윈 클라크 마켓의 풍경

서 셀윈 클라크 마켓의 풍경.

 

힌두교 사원

힌두교 사원은 빅토리아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육지거북 모양의 간판

육지거북 모양의 간판.

 

크레올 하우스

알록달록한 크레올 하우스.

 

전체 면적 20제곱킬로미터. 마헤섬의 중심지인 빅토리아는 느리고 여유로운 이 땅에서 쉼 없이 꿈틀대는 심장 같은 곳이다. 국제공항, 시장, 도서관, 대학, 영화관, 식물원을 비롯한 문화 시설과 각종 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이곳은 세이셸 역사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어엿한 수도이다. 길은 심각한 길치라도 헤맬 수 없을 만큼 단순하지만, 이정표로 삼을 만한 곳이 필요하다면 시계탑The Clock Tower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1903년 4월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추모하며 세워진 이 시계탑은 빅토리아의 랜드마크이자 산책의 출발점이다. 시계탑을 바라보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니 서 셀윈 클라크 마켓Sir Selwyn Clarke Market 주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길은 주말 동안 먹거리를 사러 나왔거나 미루었던 쇼핑을 하려는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온통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열대 섬에서 자라는 각종 과일, 인도양의 특산품인 타마린드, 계피, 바닐라, 코코넛 오일 등을 하나씩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시장에 버금가는 명소인 힌두교 사원은 빼놓을 수 없었다. 내부도 볼만하지만, 형형색색의 조각상으로 장식한 외부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빠른 속도로 프렌치 콜로니얼 양식의 켄윈 하우스Kenwyn House와 길가에 늘어선 기념품 상점을 구경하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시간이 빠듯한 여행자가 도시를 한눈에 보려면 어느 곳에서든 전망대가 답이다. 그래서 마지막 코스인 미션 로지Mission Lodge에서는 약간의 여유를 즐겼다. 수풀이 우거진 삼림, 산호초가 깔린 바다, 럭셔리 아파트가 모인 인공 섬 에덴 아일랜드Eden Island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짧은 산책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숙소로 가는 길. 이대로 도심을 떠나는 게 아쉬워 다시 빅토리아를 찾았다. 상점가는 무정하리만큼 굳게 문을 닫았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주변을 줄지어 다니던 사람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시곗바늘은 정확히 오후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020년 1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세이셸관광청 www.visitseychell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