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ESTINATIONS - 아프리카
프랄린에서 발견한 원시의 세계
퐁 페르디앙의 원시적인 숲길

퐁 페르디앙의 원시적인 숲길.

 

코코 드 메르 열매

여자의 골반을 닮은 코코 드 메르 열매.

 

때는 19세기 후반. 영국의 찰스 고든 장군은 프랄린의 고대 야자 숲, 오늘날의 발레 드 메Vallée de Mai가 성서에 나오는 ‘에덴의 정원’이라 확신했다. 그의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한 것은 희귀 야자나무인 코코 드 메르Coco de Mer였다. 그는 암나무의 열매는 여성의 골반, 수나무의 열매는 남성의 성기와 닮은 이 열매를 ‘금단의 열매’라 칭했다. 당연지사, 세간에서는 그의 이론을 기괴하고 불합리하다며 혹평했다. 비록 고든 이후 지금껏 같은 이론을 펼친 이는 없지만, 오직 프랄린과 큐리어스Curieuse섬에서만 자연적으로 자라는 이 진귀한 식물을 보면 적어도 프랄린이 여전히 원시적이고 신비로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그리하여 프랄린에서의 첫 여정은 코코 드 메르가 자생하는 퐁 페르디앙Fond Ferdinand이다. 인지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발레 드 메 쪽이 높지만, 그보다 규모가 6배 이상 넓고, 결정적으로 그만큼 동식물 종류가 더 풍부하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비도 거뜬히 막아줄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 그늘 아래,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바라보고 나면 인간은 겸손해지기 마련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도마뱀이나 새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이 순간 가장 낯선 것은 인간일 테니, 에덴의 정원이라는 고든의 표현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의 주인공은 코코 드 메르 열매다. 25년을 기다려야 수나무와 암나무를 구별할 수 있고, 암나무의 열매가 평균 25~30킬로그램이라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최소 200유로에서 많게는 600유로에 달하는 코코 드 메르 열매의 가치를 더한다.

 

 

큐리어스섬의 슈퍼스타는 육지거북이다

큐리어스섬의 슈퍼스타는 육지거북이다.

 

큐리어스의 맹그로브 숲

큐리어스의 맹그로브 숲.

 

섬 호핑 중인 여행자

섬 호핑 중인 여행자.

 

현란한 ‘핸드 피싱’을 선보인 가이드

현란한 ‘핸드 피싱’을 선보인 가이드.

 

이튿날에는 좀 더 원시적인 모습을 찾아 바다로 떠났다. 프랄린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갈 수 있는 큐리어스섬은 데이 트립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길을 빼앗은 건 알다브라Aldabra 육지거북이었다. “이 섬에만 약 300여 마리의 육지거북이 살고 있어요. 평균 나이는 80세 정도이고요. 수영을 못해 육지에서만 살고 성격이 매우 온순하죠.” 가이드는 육지거북에 대한 짧은 설명을 마친 뒤 섬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나무 덱 주변으로 펼쳐진 맹그로브 숲은 게, 도마뱀, 소라를 비롯한 각종 희귀 동식물의 터전이었다. 섬 호핑의 꽃인 바비큐로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는 무위의 시간을 보냈다. 1시간 남짓의 휴식 후, 다시 보트를 타고 스노클링 포인트를 향해 맹렬히 달렸다. 기대와 달리, 눈앞에 보이는 건 백화된 산호초와 먹이를 찾아 헤매는 열대어 몇 마리가 전부였다.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때문이에요. 이 근방의 산호 90퍼센트가 죽었죠.” 가이드는 다음번엔 스쿠버다이빙으로 15~20미터 아래 물속을 탐험해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글쎄, 그는 과연 알까. 형형색색의 산호가 없을지라도, 결국엔 인도양의 찬란한 물결이 우리를 완벽히 압도하리란 것을.

 


<2020년 1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세이셸관광청 www.visitseychell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