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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자연 속 치유의 도시, 대전

대전이라는 도시는 매우 익숙하지만 정작 “대전에서 뭘 해?”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대전의 힐링 포인트를 찾아보고 왔다.

 

대전

얼마 전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전을 ‘유잼 도시’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이 역설적으로 느껴질 만큼 대전은 지금껏 많은 사람에게 ‘재미없는 도시’로 인식되어왔다. 알고 보면 서울과 부산 어디에서든 접근하기 쉬운 지리적 위치로 인해 부족함 없이 성장한 도시, 대전이 궁금해 대전으로 떠났다.

 

 

유등천

유등천이 뿌리공원 사이로 한적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첫 방문지는 뿌리공원이다. 생소하고 신기한 이름의 이곳은 자신의 성姓을 통해 뿌리를 알 수 있게 조성한 곳으로 대전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공원이다. 만성산 자락 침산동에 위치한 뿌리공원은 유등천 건너편으로 얕은 절벽과 풍성하고 묵직한 녹음을 끼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성씨별 조형물과 사신도 그리고 12지지를 형상화한 뿌리깊은샘물,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수변무대, 잔디광장과 공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팔각정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뿌리공원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이용 가능한 미니 모터카 30대와 교통 표지판, 보행자 신호등이 있는 교통안전교육장뿐만 아니라 자연관찰로, 수목원, 산림욕장, 야생초화류단지가 있는 자연관찰원을 조성해 아이들의 학습 공원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족보박물관

족보의 편찬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한국족보박물관.

 

한국족보박물관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된 기록물.

 

뿌리공원

뿌리공원에는 136점의 성씨 조형물이 있다.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가니 뿌리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입구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한국족보박물관이 있는데 5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족보가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대종회의 의결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족보 책을 편찬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전시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족보 문화의 정수인 왕실 족보를 왕의 계보표와 함께 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독립운동가의 성씨와 족보 등 매년 새로운 주제로 한국인의 족보와 성씨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실을 지나 올라가면 뿌리공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씨 조형물 136점이 웅장하게 서 있고 각 성씨별 유래 등 읽을 거리가 풍성하게 새겨져 있다. 조형물들을 해치며 보물을 찾듯 길을 걷다 보면 나의 성씨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나의 뿌리를 찾아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유성온천으로 넘어가기 전, 유성에서 유명하다는 배 과수원에 들러 꿀배즙과 선한 인상의 주인장이 직접 수확한 벚꿀로 만든 꿀차를 마셨다. “100퍼센트 순수한 토종꿀을 생산하는 곳은 의외로 많지 않죠.” 자랑스러워하는 주인장의 말처럼 달콤한 향이 아찔할 만큼 짙다. 마침 입동을 맞아 겨울이 성큼 다가온 날씨에 몸이 아려온 것도 잠시, 달콤하고 따뜻한 꿀차 한잔으로 온몸에 온기가 돌았다.

 

 

유성 온천거리

유성 온천거리에 설치된 작품.

 

유성온천거리

온천수의 부존량과 사용량이 전국 최대인 유성온천거리에 설치된 조형물.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빽빽이 심겨져 있는 유성온천거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족욕 삼매경이다. 유성온천은 국내 116개 온천지구 가운데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 태조가 새 왕도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하여 계룡산에 들렀다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였다. 이후 태종은 물론이고 계룡산의 절을 오가는 승려들도 유성온천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방치되었던 온천은 1907년에 와서야 처음 개발되기 시작했다. 유성에 정착한 일본인 스즈키 마쓰요시가 봉명동 유성천 남쪽에 있는 온천탕 부근을 개발하고 1910년에는 대전온천주식회사를 창설함과 동시에 목조 건물을 건축해 1913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당시 매우 한적한 전원지역의 온천지대로 출발한 유성온천은 신설된 대전역 덕분에 서서히 이름을 알려나갔다. 특히 유성온천이 개업한 1913년에 호남선이 함께 개통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가운 샘에서 솟아나는 찬물을 선호했지만, 일본인들은 뜨거운 온천을 좋아해서 유성온천의 처음 손님들은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1919년 일본인 학자에 의해 이곳이 우수한 라듐 온천임이 알려졌고, 이후 유성온천장이 세워지면서 1920년부터 근대적 온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족욕 체험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족욕 체험을 즐기고 있다.

 

유성온천은 온천수의 부존량과 사용량이 전국 최대 규모다. 약알칼리성 단순천으로 양이온, 아연, 철 등 미네랄성 금속류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피부병과 위장병, 관절염, 신경통 등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온천수로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온천테마공원 안의 족욕체험장에 많은 관광객이 추위를 피해 찾는 덕분에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섭씨 41~43도를 유지하는 100퍼센트 온천수에 80명이 발을 담글 수 있는 2개의 족욕탕과 수로 시설을 갖춘 족욕체험장은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한방족욕장은 사상체질에 따른 4개의 탕으로 이뤄져 각자 체질에 맞는 탕을 찾아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1, 2인 테이블은 주말에는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실제로 수질이 매우 부드러워 발을 한동안 담가보니 마치 비눗기가 씻기지 않은 것처럼 매끄러웠다. 수로 시설은 물론 족욕 후 발을 말릴 수 있는 윈드 건, 화장실 등의 편의 시설도 잘 조성되어 있다.

 


<2019년 12월호>


에디터 이지혜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대전광역시청 관광마케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