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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낙양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

상상 이상의 상주①

 

문화관광해설사와의 만남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앞에서 이뤄졌다. 이전까지 상상하지 못한 규모의 큰 건물이었다. 해설사는 “상주가 생각보다 크죠?”라며 내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담수 생물 전문 연구기관인 이곳은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고 국내 생물을 조사, 발굴, 보존하기 위한 장소다. 이를 이용해 산업적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을 위한 전시관을 함께 운영한다.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전시와 연구를 같이 하는 공간인 만큼 표본 제작실을 만들어 연구 기능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관광도 관광이지만 연구와  관련된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알찬 매력을 어필하는 곳이다. 현재 국내에서 담수 생물 표본을 연구하는 곳은 상주와 인천이 유일하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로비 모습.

 

입구에서부터 다이내믹하게 전시한 낙동강 호랑이와 고라니의 실물 표본이 눈길을 빼앗는다. 제1전시실에는 지구와 한반도의 다양한 생물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2015년 개관한 이곳에는 5800여 점의 동식물 표본이 박제로 전시되어 있어 그 어떤 동물원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고라니와 노루의 차이를 아세요? 수컷 고라니는 송곳니가 나와 있고 노루는 머리에 뿔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 동물은 무엇일까요?” 안내자의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가 이어진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끼고 사는 나는 치타와 표범 그리고 재규어를 구별하며 견학 온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천장에 걸린 이 커다란 상어 역시 국내에서 잡힌 백상아리의 실물 표본이죠. 주변의 물고기도 물론이고요.”
별천지 같은 제1전시실을 지나면 낙동강의 환경과 생물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제2전시실이 나타난다. 낙동강 유역의 다양한 조류와 어류, 식물 그리고 낙동강에서만 사는 물고기도 볼 수 있다. 한편에는 독도의 생태계만을 따로 전시해놓았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멸종 조류도 실물에 가깝게 전시돼 있다. 전시 온실을 지나 너른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여유 있게 걸었다. 약 12만 5620제곱미터 규모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상주에서 처음 가는 곳으로 정한다면 장담컨대 그동안 상상했던 이 도시의 규모와 잠재력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온종일 이곳에서 신비로운 동물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낙동강의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경천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유아들이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 강바람길

낙동강 강바람길을 걸어보았다.

 

경천대

낙동강을 바라보며 쉬기에 좋은 경천대.

 

상주는 과거 낙상 또는 낙양이라고 불렀다. 낙동강은 이 도시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낙동강 칠백리’ 표지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천대는 낙동강 강바람길의 일부 코스다. 여유롭게 산책하며 드라마 세트장이나 과거 약을 짓던 약분, 돌을 파내 만든 세숫대야 등이 남아 있는 유적지, 출렁다리와 조각공원을 돌아볼 수 있다. 경천대에 도착하니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늘을 받든다는 뜻인 경천대의 원래 이름은 ‘자천대自天臺’로 하늘이 스스로 만든 경치라는 의미를 가졌어요. 병자호란 후 청나라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볼모로 잡아갔을 때 함께 따라갔던 우담 채득기 선생이 훗날 모든 관직을 마다하고 이곳에 내려와 은거하며 학문을 닦은 곳이죠. 이곳 ‘무우정’은 우담이 마음을 다스린 정자고요.”
무우정에 앉아 유유히 움직이는 낙동강을 보고 있으니 시간이 멈춘 듯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강과 나 사이에 한 그루 소나무가 길게 목을 늘어트리고 있다.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던 그 옛날, 이곳에 퇴적암 중에서도 역암이 지각운동으로 솟구쳐 올랐는데 그 사이로 소나무 두 그루가 자랐더랬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자랐던 소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가 몇 년 전에 상해버렸는데, 남은 한 그루도 얼마 전부터 명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해설사는 사람들이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를 살려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상주

상주는 자전거박물관이 있을 만큼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다.

 

경천섬

경천섬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다리.

 

학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천섬

학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천섬의 풍경.

 

자리를 조금 옮겨 인공 섬인 경천섬을 바라보기 위해 학 전망대로 올랐다. 경천섬은 사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섬을 공원화한 산책 코스로 춘천의 남이섬을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더 한적하다. 자전거를 형상화한 다리를 도보로 건너 접근할 수 있다. 학 전망대에서 보이는 경천섬은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낙동강의 한가운데 고요히 떠 있다. 한갓지게 산책을 하거나 돗자리를 펴놓고 낮잠을 잔다면 그보다 여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고 주말에는 푸드 트럭이 흥겨운 분위기를 더하는 곳이다.

 


<2019년 11월호>


에디터 이지혜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상주시청 관광진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