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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북미
헐리우드로 가는 길, 멀홀랜드 드라이브

LA 여행의 시작, 멀홀랜드 드라이브①

 

멀홀랜드 드라이브

“샌타모니카로 향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vie 도로에서 바라보는 할리우드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반짝이는 도시는 마치 몽롱한 꿈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할리우드가 지닌 환상과 현실을 그린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만든 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이 도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샌타모니카산맥Santa Monica Mts. 동쪽 부근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할리우드 힐Hollywood Hill이 개발될 때인 1924년에 만들어져, 할리우드의 역사와 쭉 함께했다. 약 34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를 따라 산을 오르면 LA 다운타운의 상징인 할리우드 사인이 모두 보인다. LA를 넘어 미국 내에서도 가장 근사한 전망을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LA 여행 첫날 이곳으로 향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데이비드 린치는 영화를 통해 이 도로에서 펼쳐지는 혼란스럽고 잔혹한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이른 아침 출근 행렬로 꽉 막힌 국도 101번을 벗어나 한적한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오르자 숨통이 트였다. 2차선으로 이뤄진 구불구불한 도로를 매끄럽게 올라가며, 길가에 줄지어선 고급 주택들을 보았다. 마돈나, 잭 니컬슨, 말런 브랜도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한때 살았던 지역으로, 여전히 비싼 집값으로 도시의 부호나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산다고 한다. 제한속도에 맞춰 느릿하게 도로를 오르면서 울창하게 우거져 집들의 담을 이룬 나무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도심에서 많이 보았던 키 큰 야자수와 달리 키 작은 나무가 많았는데, 그중 꽃망울을 맺은 미인수Ceiba Speciosa가 눈에 들어왔다. ‘명주솜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분홍색 꽃이 진 자리에 목화솜 3배만 한 솜뭉치가 달린다. 아열대기후를 지닌 LA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로 가지에 가시가 돋아 있지만 꽃이 아름다워 가로수로도 흔히 볼 수 있다. 5~6월에는 캘리포니아 풍경화 속에 곧잘 등장하는 보랏빛 꽃나무 자카란다Jacaranda가 길가를 장식한다. 우리가 벚꽃으로 봄을 맞이하듯, 이곳은 자카란다로 새 계절을 맞이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만나는 고급주택 단지

한적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시원하게 달리게 좋다.

 

멀홀랜드 시닉 전망대

도시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러니언캐니언 공원 트레킹 코스에 군락을 이룬 선인장

러니언캐니언 공원 트레킹 코스에 군락을 이룬 선인장.

 

이국적인 나무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내비게이션에선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알린다. 할리우드 힐 주민의 조깅 코스가 되어주는 러니언캐니언 공원Runyon Canyon Park의 북쪽 입구다. 샌타모니카 산자락에 65만 제곱미터 넓이로 형성된 공원은 총 5개의 트레일이 있는데, 그중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이어지는 북쪽 구간이 약 1.4킬로미터로 가장 짧고 쉬운 편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공원에 형성된 트레일 중 무료 주차장을 갖춘 유일한 코스라는 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트레킹 코스처럼 숲이 우거지지는 않아, 햇빛이 그대로 피부에 닿았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반려견과 함께 나온 이들은 땀범벅이 되어 흙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길은 평탄하게 이어지다 곳곳에 꼭대기로 향하는 가파른 샛길이 보였다. 강수량이 적은 지역이라 발에 밟히는 흙이 건조해 다소 미끄럽지만 트레킹화까지는 필요 없을 정도다. 입구를 출발한 지 30여 분이 지났을 때 정상에 도착했다. 나무 벤치 두어 개가 놓여 있는 정상은 소박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도시 풍경이며 멀리 보이는 할리우드 사인만으로도 이 공간이 풍성하게 느껴졌다. 옅은 안개가 껴 가시거리가 좋지 않았지만, 도심의 스카이라인도 어렴풋이 보였다. 정상을 내려온 뒤 다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따라 도심으로 향했다. 달리는 동안 여러 전망대를 만났는데 그중 하나인 멀홀랜드 시닉 전망대Mulholland Scenic Overlook에 멈춰섰다. 이곳은 러니언캐니언 공원을 오르지 않더라도 도시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낮은 돌담으로 이뤄진 전망대에서 잠시 서 있는 사이 안개가 걷히더니 아침에 타고 왔던 국도 101번이 보였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떨어져 나왔단 기분이 들자, 마음이 가뿐했다.

 


<2019년 11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로스앤젤레스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