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ESTINATIONS - 북미
천사들의 길 위에서, LA 로드 트립

히피와 보헤미안, 서핑 등 다양한 문화의 발생지였던 LA의 구석구석을 자동차로 달렸다. 도시와 바다, 산을 오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길을 찾았다.

 

LA 로드 트립
LA 로드 트립

도시는 지금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도시의 버려진 창고와 공장으로, 과거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던 우범지대로 젊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꿈을 품고 들어와 새로운 일을 벌인다.

 

LA 로드 트립

LA 여행의 마지막 날 멜로즈 애비뉴Melrose Ave.에서 마주친 벽화 하나가 이 도시를 단번에 설명했다. “Made in LA”라 쓰인 문구에서 ‘in’에는 분홍색으로 ‘×’표를 치고, ‘Made’ 위엔 ‘Immigrants’를 썼다. 다시 고쳐 쓴 문장은 즉, “이민자가 LA를 만들었다Immigrants Made LA”란 뜻이다. 미국 역사를 말할 때 이민자를 빼놓을 순 없겠지만, 특히 LA는 뉴욕과 더불어 문화의 멜팅 포트로 불리는 도시다. 태평양과 맞닿아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필리핀, 타이 등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고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온 이민자도 많다. 또한 과거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 이후 멕시코 영토가 되었고 1848년이 되어서야 다시 미국 영토에 속하게 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히스패닉도 많은 편이다. 이렇게 터를 잡은 1세대 이민자의 자손이 자라며 새로운 세대를 거듭했고 이제는 온전히 LA에 기반을 둔 그들의 후손들이 사회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 세대는 또 다른 문화권과 섞이기도 했다. 음식은 이런 흐름을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제 부모님 중 한 분은 멕시칸, 한 분은 일본인이에요. 전공은 이탈리아 요리지만, 집에서 먹던 두 나라의 요리도 사랑하죠.” 에이스 호텔 다운타운 LA의 레스토랑 베스트 걸Best Girl에서 만난 셰프 호세 브리세노Jose Briseno는 이탈리아 요리를 베이스 삼고 동양적인 소스나 식재료를 사용해 색다른 음식을 만든다. 베스트 걸 외에도 최근 LA의 뜨는 동네인 실버레이크와 에코파크에는 타이완이나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권 요리를 미국식 다이닝으로 재해석한 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멜로즈 애비뉴의 빈티지 숍 제프의 주인.

멜로즈 애비뉴의 빈티지 숍 제프의 주인.

 

에코파크

지금 LA의 뜨는 동네인 에코파크는 선셋 대로에 자리했다.

 

그리피스 공원의 전망대

그리피스 공원의 전망대에서 본 보랏빛 노을.

 

서프라이더 비치

LA 서핑 문화의 발상지 말리부의 서프라이더 비치.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트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트의 어느 펍. 개성 있는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푸드 마켓 스모가스버그

DTLA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푸드 마켓 스모가스버그에서 먹은 성게.

 

애보 키니 대로

베니스 비치 인근의 번화가인 애보 키니 대로의 밤 풍경.

 

이러한 경향은 예술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운타운의 아트 디스트릭트에 가면 한복을 입은 3명의 여성을 그린 대형 그래피티가 있다. 한국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의 작품으로, 고운 한복을 입은 여성 모두 인종이 다르다. 이는 이제 LA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여기에 미국 타 지역에서 이사를 오는 젊은이들도 합세했다. “이곳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 집세가 저렴하면서도 여유로우니까요.” 로스앤젤레스관광청 홍보 담당자 린다도 몇 해 전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 LA로 터전을 옮긴 이 중 하나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도심에서 멀지 않은 자연, 탄탄한 문화적 기반까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면서도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사람들을 이 도시로 불러 모으고 있다.
LA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찾아온 도시다. 골드러시 때 부자를 꿈꾸며 모여든 사람들은 금광산업이 시들해지자 다시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다. 이후 LA에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인 ‘할리우드’가 조성되면서 영화의 꿈을 꾸는 이들이 다시 이 도시로 모여들었다. 최근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그 당시 할리우드의 화려한 풍경을 담았다. 아직도 할리우드 대로에는 그때 인기를 끌었던 이집트풍, 중국풍의 영화관이 남아 있다. 이제 영화산업은 미국 내 다른 도시로 분산되었지만, 그 영향으로 이 도시는 지금까지도 ‘꿈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부흥과 쇠락을 번복한 도시는 지금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도시의 버려진 창고와 공장으로, 과거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던 우범지대로 젊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꿈을 품고 들어와 새로운 일을 벌인다.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해 편견이 없는 도시의 분위기가 이들을 북돋고 있다.
이제 다시 활기를 띠는 도시의 길을 따라 구석구석을 차로 누비었다. 흔히 생각하는 로드 트립과 달리 LA 로드 트립에선 역동적인 모험 따위는 없다. 도심의 길 위에서, 건물보다 높이 치솟은 야자수를 따라 느긋하게 달리며 지금 LA의 분위기를 둘러보았다. 한때 LA를 중심으로 부흥했던 히피나 보헤미안의 여유롭고도 자유로운 시선으로, 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LA 로드 트립 안내서  보러가기


<2019년 11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로스앤젤레스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