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HOTELS - THEME HOTELS
비엔나, 베를린의 감각적인 호텔

그 도시의 정체성과 감각이 담긴 호텔에서 머무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호사다. 비엔나와 베를린에서 만난 전망 좋은 두 호텔.

 

소/비엔나
소/비엔나
소/비엔나

소/비엔나
비엔나의 ‘불금’은 화려하다. 늦여름, 짧아지는 해를 아쉬워하는 청춘들은 오후 6시쯤부터 시내 곳곳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슈테판 대성당이 있는 케른트너 거리에서 멀지 않은 도나우 운하 근처. 폭은 그리 넓지 않지만 수심이 깊어 큰 유람선이 다니는 곳이다. 파리의 센 강변처럼 바닥에 모래를 깔아 제법 해변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에는 분위기 좋은 바와 함께 조그만 간이 무대까지 마련돼 있다. 밤 12시 넘어 바들이 문을 닫을 때 강변에서 놀던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운하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소/비엔나SO Vienna 호텔이다. 이 호텔 18층에 자리 잡은 바가 새벽 3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바에서 바라보는 비엔나 구도심의 풍경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했던 낭만을 그대로 재현한다. 18세기 중엽, 거대한 이슬람 세력이 유럽을 점령했을 때 유일하게 점령당하지 않았던 슈테판 대성당의 뾰족한 첨탑과 바로크시대의 우아한 건물들이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이 호텔의 구경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겉에서 보면 요즘 흔한 통유리 건물 형태지만 현관 입구는 물론 바의 천장까지 형형색색 색을 입힌 아방가르드풍 벽화가 눈길을 끈다. 또 호텔 3층부터 5층까지를 사선의 철강과 유리로 덮어놨을 뿐 통째로 비워 시원한 공간미를 연출한다. 스타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2010년 설계한 건물에 비엔나 출신의 유명 건축가 그레고리 아이힝거Gregory Eichinger가 2018년 밝고 격렬한 컬러 콘셉트를 더해 어디서나 눈에 띄는 건물을 완성했다.  아이힝거는 한때 프랑스와 함께 유럽을 지배했던 왕조의 영광과 제1, 2차세계대전 후 소용돌이 친 비엔나 역사의 흥망을 천장화에 담았다고 한다. 소피텔 계열이지만 야무지게 ‘SO’라는 글자만 크게 박아놓은 이 호텔은 여행객이 이용하기에 꽤 편리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그리 길지 않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관광객이 몰리는 구도심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주변에 지하철역과 전차역이 인접해 있다. 흰색, 검은색, 회색 등으로 각각 콘셉트가 나뉜 모던한 느낌의 객실은 모두 대성당이 위치한 구도심을 바라보도록 설계돼 운치를 더한다. 모든 객실은 욕실과 침대가 개방형이어서 문을 여닫는 불편이 없지만 원한다면 창문과 벽을 덮은 모자이크식 여닫개로 혼자만의 아늑함을 누릴 수 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전망 좋은 18층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조식. 다양한 종류의 유기농 빵과 잼, 햄은 물론이고  달걀 요리 하나도 손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해주는 셰프들의 솜씨 덕분에 2019년 <미쉐린 가이드> 1스타로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평일 점심 때는 문을 닫는 이 다스 로프트Das Loft 레스토랑은 일요일에 인기 DJ와 함께하는 언플러그드 브런치를 운영해 비엔나의 멋쟁이들이 모이는 사교 장소가 되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호텔에 머무는 동안 그 유명한 스파를 못 가봤다는 것. 3~5층을 뻥 뚫어 만든 ‘소 스파So Spa 말이다. 아쉬운 대로 호텔 안내 책자를 펼쳐보니 유리와 철강을 사선으로 엮어놓은 사이로 고풍스러운 건물, 강 풍경 등을 바라보며 즐기는 목욕, 스파가 바쁜 여행자를 유혹한다. 750제곱미터에 달하는 호사스러운 스파는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미리 서둘러야 한단다. 호텔 측이 자신 있게 내건 “소So만 불러주세요!Just Say So!”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역사적인 도시 풍경에 힙한 비트와 트렌드가 잘 어우러진 흥미로운 호텔이다.
LOCATION Praterstraβe 1, 1020 Wien, Austria
TEL +43-1-906-16-8110
WEB dassloftwien.at

 

 

 소피텔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소피텔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소피텔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소피텔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소피텔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호텔의 외관이나 서비스도 그 나라 국민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같은 소피텔 계열이지만 비엔나와 베를린의 호텔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소/비엔나가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면 베를린의 소피텔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Sofitel Berlin Kurfürstendamm은 네모반듯한 건물 모양이 소박한 첫인상을 풍긴다. 인테리어도 비교적 간결한 편이어서 실용적인 목제 가구와 널찍한 공간 등이 호텔의 편리함을 강조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일 국민의 품성을 그대로 닮은 고지식한 룸서비스였다. 소/비엔나 호텔은 종업원이 매일 저녁 직접 객실 문을 두드리며 뭐 필요한 게 없는지 묻고, 마실 물을 배달했는데 베를린의 호텔은 부르지 않으면 문을 두들기는 법이 없다. 대신 마실 물과 과일은 큰 병이나 바구니에 담아 한꺼번에 주는 식이다. 덕분에 방해받을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 호텔의  가장 큰 덕목이었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혁명이 이 호텔의 운영 방침에도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보다 간결하게, 모던하면서도 실용적으로’란 개념이 호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모던 프렌치의 ‘예술적인 삶(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선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프런트 데스크 뒤의 액자가 그러하다. 베를린을 대표하는 11명의 유명 인사들 얼굴이 은으로 만든 액자 안에 걸려 있다. <릴리 마를렌> 등의 영화로 유명한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와 20세기 연극계의 흐름을 바꾼 시인 겸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등이 선글라스를 낀 모던한 표정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베를린의 상징인 흰곰 크누트Knut가 유명 인사들과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은 독일식 무표정한 유머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수많은 예술 작품들-주니어 토스카넬리Junior Toscanellii와 카트린 캠프만Katrin Kampmann의 놀라운 그림과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upertz의 청동 조각상 등-을 감상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샬로텐부르크에 위치한 소피텔 쿠르퓌르스텐담은 번화가인 쿠담 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주위에 볼거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폭격 맞은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는 카이저 빌헬름 교회(이 교회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IS의 차량 테러로 수십 명 시민이 희생당한 곳이기도 하다)도 100미터 거리 안에 있고, 판다가 있는 베를린 동물원, 샬로텐부르크 궁전과 도이치 오페라극장과도 꽤 가까운 편이다. 주변에 쇼핑몰, 백화점, 명품 타운 덕분에 쇼핑 만족도도 높다.
이곳에서 빼먹지 말고 경험해야 할 것이 바로 미식이다. 바우하우스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레스토랑 르 포부르Le Faubourg에서는 셰프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프렌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16개의 스타일리시한 미팅 룸이 구비되어 있어 비즈니스 고객도 많이 찾는다는 이 호텔에 투숙하는 동안 몇몇 아시아 국가가 베를린 여행 포럼을 열고 있어 반가운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호텔은 또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펫 웰컴 서비스도 유료로 운영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혁신을 추구하는 이 호텔만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무뚝뚝한 첫인상과는 달리 한번 정이 들면 변치 않는다는 독일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오래 묵을수록 편안해지는 호텔이었다.
LOCATION Augsburger Straβe 41, 10789 Berlin, Germany
TEL +49-30-800-999-0
WEB www.sofitel.com H9387@sofitel.com

 


<2019년 10월호>


이형옥(<더 트래블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