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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아시아
방콕의 시간을 걷다

신성한 활기를 머금은 차이나타운①

 

방콕 차이나타운
방콕 차이나타운

세상에서 가장 큰 황금 불상을 모신 화려한 사원, 왓 뜨라이밋Wat Traimit이 고고히 자리 잡고 있는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 중 한 곳이다. 약 250년 전 타이의 네 번째 왕국이자 가장 큰 타이 왕국을 일군 라따나꼬신 왕국Rattanakosin Kingdom이 설립될 당시 만들어져 현재까지 중국인들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과거 16세기 중국 무역상들이 타이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타이의 수도는 방콕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아유타야였다. 차오처우 지역에서 온 중국인들은 당시 핍박과 기근에 시달리다가 여러 번에 걸쳐 이주를 반복했다. 그러다 1782년 수도가 방콕으로 이동한 후 그랜드 팰리스가 세워지자 지금의 차이나타운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방콕에 세워진 수백 개의 고층 건물, 화려한 루프톱과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쇼핑몰에 ‘방콕이 이국적인 매력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곳 차이나타운으로 와야 한다. 번화하는 방콕 한가운데서 차이나타운은 시간이 멈춘 듯, 신성한 활기를 머금고 있다. 마치 과거의 방콕으로 가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와 정체성의 집합체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차이나타운은 화려하게 발전하는 방콕의 로컬 문화를 새롭게 주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방콕 차이나타운

라마 1세가 중국인을 위해 세운 차이나타운.

 

방콕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에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했다.

 

북적이는 시장과 상점 거리를 빼놓는다면 차이나타운을 설명할 수 없다. 중국의 희귀한 보석과 골동품, 각종 약재를 파는 노점상이 즐비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의 삶과 건물은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지속됐다. 1층에선 장사를, 위층에선 주거를 했던 중국식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바쁜 무역상들을 위해 발달한 길거리 음식은 지금 차이나타운의 상징이 되었다. 1933년 지어진 살라 찰르름끄룽 왕립극장Sala Chalermkrung Royal Theatre은 방콕의 가장 오래된 영화관으로 현재까지 타이의 고전무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금은방인 땅또깡Tang To Kang과 역시 가장 오래된 한의원인 차오 끄롬 포Chao Krom Pho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손님을 받는다. 악어 사원으로 유명한 왓 차끄라왓Wat Chakrawat의 승려들은 20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사원에서 악어를 기르고 있다.
복잡한 길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나콘 까셈Nakhon Kasem, 견과류, 허브, 향신료 등 건조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잇사라팝 레인Itsaraphap Lane, 온갖 중고품을 구경할 수 있는 클롱 톰Khlong Thom, 직물, 의류, 잡화나 보석류를 취급하는 삼펭 레인Sampheng Lane, 차이나타운의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알려진 딸랏 까오Talat Kao 등 너무나 많은 시장이 이곳에 분포돼 있다.

 

 

방콕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인근 나나 거리에 트렌디한 바들이 생겨난다.

 

방콕 나나 거리

나나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방콕 차이나타운

인근에 문화예술 관련 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방콕 차이나타운

타이의 스트리트 푸드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차이나타운만 한 곳이 없다.

 

동시에 차이나타운은 방콕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중국식 디저트 카페에는 드레스업하고 한껏 꾸민 젊은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밤이 되면 인근 나나 거리에 새롭게 생겨나는 바 문화를 즐기러 몰려갈 것이다. 나나에는 타이의 전통 술이나 음식,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바, 타이 각지의 신선한 꿀을 넣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 낮에는 플라워 카페였던 아름다운 바, 그리고 음악과 춤에 몸을 맡길 수 있는 마초적인 바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다. <미쉐린 가이드>가 선택한 음식점들을 찾아 미식 투어를 하러 오는 관광객도 많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는 방콕 지하철 MRT가 차이나타운까지 연장돼 끔찍한 교통 체증을 겪지 않고도 관광이 가능해졌다. 역은 용이라는 뜻을 지닌 사원 왓 망꼰Wat Mangkorn의 이름을 따왔다. 차이나타운의 빨간색을 듬뿍 담아 용을 형상화한 역내는 아름답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또 하나의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방콕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을 걷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으로 떠나자.

 


<2019년 10월호>


에디터 이지혜
포토그래퍼 강신환
취재 협조 태국관광청 visitthai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