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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서핑

언제부턴가 고유명사가 된 ‘양양서핑’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다. 양양의 바다를 사랑하는 서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속 가능한 서핑

서핑에 미쳐 양양을 찾는 이들을 만나다 보면 “서핑은 종교”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지속 가능한 서핑

몇 년 새 양양은 국내 서핑의 중심지가 됐다.

 

지속 가능한 서핑

이제 양양은 그저 바다를 보러 오는 사람보다는 서핑이라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지속 가능한 서핑

 

Q “서핑하러 양양 간다”는 말이 흔해졌을 만큼 양양과 서핑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어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이승대(이하 ‘이’) 양양 죽도해변은 2013년경까지 여름철 캠핑 문화가 부흥했어요. 해변에 텐트를 쳐놓고 해수욕을 하거나 바비큐를 굽는 식이었죠. 그러던 관광객들이 바다 앞에서 튜브를 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핑이라는 액티비티를 접목하기 시작했어요. 마침 스노보드 인구가 서핑에 눈을 돌리던 시기와 겹치기도 했고요. 2014년경부터는 죽도해변을 중심으로 서핑 인구가 늘기 시작했어요. 과거엔 “서핑하러 간다”고 하면 대부분 윈드서핑을 생각했어요. 저희는 “돛 없이 파도를 타는 서핑”이라고 설명해야 했죠. 다들 “한국 바다에서 그걸 탄다고?” 하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서핑이란 스포츠를 알아요. 김진수(이하 ‘김’) 양양의 서핑 신은 현재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요. 본격적인 성장기는 약 2년 전부터라고 분석돼요. 저희가 게스트하우스와 서핑 숍을 오픈했던 2014년엔 6곳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죽도해변뿐만 아니라 양양 바다 전체에 서핑 숍이 있죠. 이처럼 서핑 숍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니 소비자들은 휴가와 서핑을 함께 즐기기 위해 양양을 찾아요. 유입 인구가 늘어나며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어요.
Q 서핑은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매력 있는 스포츠 같아요.  
채화경(이하 ‘채’) 서핑은 파도를 타는 목적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아요. 스노보드나 스케이트보드처럼 언더 신의 재미가 있죠. 예를 들면 음악 페스티벌과 서핑 대회를 접목시킨다든지, 오랜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가 함께 참여한다든지. 이런 요인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요. 우창우(이하 ‘우’) 서핑은 단순 체험이 아닌 무브먼트나 문화적인 요소가 결합하는 스포츠인 만큼 하면 할수록 매력이 더해지죠. 한번 여기에 빠지면 서핑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만큼 지속성은 서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고요. 저희처럼 오래 양양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은 서핑 신의 지속성을 위해 특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양양의 서퍼로서 발전 이면의 것들도 보일 텐데요.
지속성 면에서 봤을 때 안타까운 점들이 있죠. 저희 같은 1세대 서퍼들은 조금 더 정통성 있게 서핑 문화를 가져가길 바라요. 다시 말해 서핑은 무브먼트가 주가 되어 서핑 신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파티나 바비큐, 유흥 문화가 주가 되고 그 안에 서핑이 끼여가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 서핑을 접하는 분들에게 그것이 곧 서핑처럼 보일까봐 우려돼요. 쏠림 현상이 큰 요인이라고 봐요. 8월 한 달이 가장 성수기고 해변을 많이 찾는 시기다 보니 놀러 와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분들이 그때 특히 많을 수밖에 없죠. 서핑이 오랜 기간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핑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들이 파티나 서핑을 비즈니스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먹고 마시며 서핑하는 것도 한국 서핑 문화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겠지만, 안정적 서핑 문화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양양 1세대 서퍼들이 제대로 된 서핑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신다고 들었어요.
‘비치클린’이라는 연안 정비는 너무 당연해서 말하기도 민망해요. 해돋이를 보러 많은 사람이 모이는 1월 1일에는 바다에서 ‘Save Our Seas’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어요. 관내 청소년의 인식 개선을 위한 자원봉사는 물론 해경 서핑 교육도 진행했죠. 최근에는 서프레스큐 자격증 발급을 시작했어요. 서프레스큐는 말 그대로 서퍼가 서프보드로 익수자를 구출해내는 수상 인명 구조 방법이에요. 누구보다 바다에 오래 있고 파도를 잘 알기 때문에 바다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죠. 
Q 양양의 바다와 서핑을 정말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곳 중에 양양이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동해안의 바다는 참 특이해요. 하루 종일 조수 간만 차가 커봤자 30센티미터 정도예요. 인도네시아 발리와 비슷한 조건이죠. 그날 파도의 수준이 본인과 맞기만 한다면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서핑을 할 수 있어요. 서울을 기준으로 가장 가깝기도 하고 서핑 숍이 양양 바다 전체에 상당히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죠. 특히 죽도해변은 지자체나 상업지구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서퍼들끼리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를 가진 타운을 형성하고 있어요. 이러한 문화가 경제적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주 독특한 곳이죠. 즉 서핑으로 시작된 양양 해변의 모든 문화가 곧 서핑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양양 서핑 문화의 다음 스텝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죠.

 

2편 바다를 위한 서퍼의 움직임 보러가기


<2019년 9월호>


에디터 이지혜,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강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