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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S - 유럽
알프스 로드 트립

케른텐 로맨틱 홀리데이①

 

알프스 로드 트립
파스테르체 빙하

호흐알펜슈트라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파스테르체 빙하.
 

호흐알펜슈트라세

잘츠부르커란트와 케른텐을 잇는 호흐알펜슈트라세는 라이더와 자전거 여행자들의 꿈의 코스다.

 

고백하자면 나는 로드 트립에 대해 편파적인 애정을 갖고 있다. 몇 년간 반복되는 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은 화려한 왕궁이나 물 좋은 바다보다 내게는 길이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로스글로크너 호흐알펜슈트라세Großglockner Hochalpenstraße 도로 위를 달리는 날,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일어나 아침을 맞이했다. 잘츠부르커란트와 케른텐주에 걸친 산을 관통하는 이 드라이브 코스에는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파노라마 길’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꽤나 주관적인 것 같지만, 이미 여러 자동차 광고에 등장한 호흐알펜슈트라세의 풍경을 보면 이보다 더 명확한 표현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전 9시, 호텔 앞에서 4시간가량의 여정을 함께할 드라이버를 만났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며 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냈다. 길이 48킬로미터에, 연간 90만 명이 방문하는 오스트리아의 3대 관광지이고, 눈이 오지 않는 5월부터 11월까지만 운영한다는 것과 같은 중요한 정보들 사이에서 정작 마음에 와 닿은 말은 따로 있었다. “오스트리아인에게 산은 정복하기 위한 곳이 아니에요. 딱 하나, 이 길을 제외하고 말이죠. 한마디로 모험을 즐기는 유럽 라이더에게는 상징적인 길이자 꿈의 코스지요.”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알프스 길 개척이라는 목표는 1930년부터 5년간 이어진 도로 건설의 중요한 동기가 돼주었다.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너비 6미터의 자갈길을 만들기 위해 4000여 명의 인부가 투입됐으며, 1935년 8월 3일 완성된 도로의 개방과 동시에 길은 남과 북을 잇는 통로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1981년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환상적인 알파인 로드는 사람들을 자연보호구역의 심장부로 인도하고 있다.

 

 

알프스 로드 트립

야생의 알프스 마멋을 보고 싶다면 이 표지판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할 것.

 

알프스 로드 트립

강아지와 산책 나온 여행자.

 

알름두들러

오스트리아의 국민 음료 알름두들러.

알프스 로드 트립

만카이빌트의 주인과 그가 키우는 알프스 마멋.

 

알프스 로드 트립

바이커들의 쉼터, 에델바이스슈피체에서 바라본 환상적인 전망.

 

첼암제에서 출발한 차는 적당한 속력을 유지하며 케른텐을 향해 달렸다. 최초의 목적지는 해발 2571미터에 위치한 에델바이스슈피체Edelweißspitze. 모터바이커의 쉼터이자 코스 중 가장 높은 전망 포인트다. 그동안 수많은 공간에서 알프스를 감상했지만, 이곳처럼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봉 30여 개가 한 곳을 병풍처럼 둘러싼 걸 본 적은 없었다. 전망대를 벗어난 후에는 카페 만카이빌트에서 애완용 마멋을 조우했고, 글로크너하우스 식당에서 해발 3798높이의 그로스글로크너 봉우리를 바라보며 케른텐의 현지 음식을 맛봤다. 차는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카이저-프란츠-요제프스-회에Kaiser-Franz-Josefs-Höhe에 완전히 멈춰 섰다. 길게 뻗은 산책로를 걷는 동안 동알프스에서 가장 긴 빙하인 파스테르체와 그로스글로크너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비로소 거대한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산맥 앞에서 사람들은 순수한 알프스의 공기를 들이쉬고 온몸의 감각을 정화했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사이, 압도적인 풍광을 마주한 것에 대한 기쁨, 초원을 뛰어노는 알프스 마멋과 진귀한 고산 식물을 만난 희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차 녹아가는 빙하에 대한 안타까움과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이 해발 2000미터 위로 겹쳐졌다. 하산 후의 시간은 예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케른텐의 소박한 민가들이 하나둘 등장했을 때 이미 호흐알펜슈트라세의 여정은 끝이 나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가도 가도 이어질 것 같은 길, 반복된 풍경에 수없이 감탄하면서 이 길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도 같다.

 

 

<2019년 8월호>


에디터 김수현
사진 김병준(프리랜서)
취재 협조 오스트리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austria.info/kr 터키항공 turkishairlines.com/ko-kr, 02-6022-4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