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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거제의 푸른 바다를 따라

푸른 섬 거제③

 

거제 바람의 언덕

네덜란드식 풍차가 있는 바람의 언덕.

 

거제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은 반려견과 함께 오기에도 좋다.

 

거제

과거 도자기를 실어 나르던 도장포의 마을. 

 

시야가 탁 트여 멀리까지 내려다보였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거제는 온통 푸른빛을 냈다. 이른 아침, 바람의 언덕에 오르자 쪽빛 바다가 펼쳐졌다.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낮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도장포 마을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전날까진 검푸른 빛을 내며 거칠게 요동치던 바다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바람의 언덕은 해안가에 형성된 자연 언덕으로 예로부터 해풍이 많이 불었는데, 이곳 꼭대기에 네덜란드식 풍차가 세워지고부터 관광명소가 되었다. 나무로 만든 산책로가 난 언덕에서는 연인과 가족 단위의 여행객, 반려견과 함께 온 이들이 아침부터 청명한 바람을 즐겼다.


언덕을 내려와 유람선과 작은 보트가 오가는 항구를 걷는데, 앞이 뾰족하게 생긴 빨간 보트가 보였다. 해금강 십자동굴을 통과하는 제트보트였다. 독특한 형태를 지닌 돌섬이 모인 해금강의 십자동굴은 그 폭이 워낙 좁아 유람선으로는 운이 따라야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빠른 속도를 이용해 순식간에 통과하는 제트보트는 기암괴석이 만든 풍경을 감상하며 아찔함까지 느낄 수 있는 엑티비티다. 다음을 기약하며 해금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신선대로 향했다. 도장포 마을을 빠져나오자마자 자리한 신선대는 수려한 전망으로 거제 8경에 꼽힌다. 바다를 따라 난 산책길을 걸어 내려가면 자리한 절벽 전망대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거제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오랫동안 풍화하며 형성된 기암괴석의 문양은 마치 누군가 부러 만들어놓은 것만 같았다. 며칠 동안 내린 비에 한층 맑아진 하늘과 수평선까지 그러데이션처럼 퍼지는 바다의 푸른빛을 보고 있자니 감탄사조차 나오지 않았다. 


“밤바람소리 하나에도 나는 흔들리어 /세상 둘 바를 모르거니 /밤뒤에 날이 옴의 오직 하나 미쁨이여” 전날 청마기념관 입구 비석에서 본 유치환의 시구가 떠올랐다. 비가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보았음에도 늦은 밤까지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에 앞서 걱정하느라 잠을 설쳤다. 밤이 지나면 날이 밝듯, 장마가 지나고 자연스럽게 마주할 청명한 풍경이었다. 한참을 신선대에 앉아 이 풍경을 오래 기억하려 애썼다.

 

 

거제 신선대

바다로 둘러싸인 기암괴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신선대.

 

거제

저구항의 식당에서 맛본 멍게비빔밥.

 

거제 여차마을

몽돌해수욕장이 자리한 여차마을의 전경.

 

거제

20년 동안 주민들이 키우고 가꾼 저구항의 수국.

 

신선대에서 나와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전날 책방에서 만난 거제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여차마을로 향했다. 굽이진 도로를 따라 오르니 여차마을 표지판이 금세 나타났다. 몽돌해수욕장이 있는 마을로 찾아간 때는 해수욕장 오픈을 한 주 앞둔 때라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매끈한 몽돌이 깔린 해변 가까이로 다가가자, 바닷물이 밀려와 몽돌을 적시고 다시 물러가며 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잠시 해변에 누워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몽돌이 서로 몸을 부딪히며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가 머릿속을 오가는 복잡한 생각들을 휩쓸고 가 그저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인데 한숨 자고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넘어서, 허기가 졌다. 여차마을에서 빠져나와 저구항으로 향했다. 저구항은 6월 말 <거제 남부면 수국축제>가 열린 마을이다. 20년 동안 남부면 일대의 주민들이 해안도로와 저구항의 산책로를 따라 수국을 심고 가꾸어, 올해 2회째 축제를 열었다. 7월 중순까지 수국이 만개해 항구 주변이 싱그러웠다. 항구 주변의 부전회식당에서 멍게비빔밥을 맛보았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신선한 멍게의 진한 향 덕분에 간이 충분했다.

 

 

 

거제도 주변, 섬속의 섬으로 보러가기

 

 


<2019년 8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