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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해안도로 따라 섬 드라이브

바닷길 따라 남해 일주②

 

남해 독일마을

독일마을의 상징인 독일식 가옥. 실제로 교민들이 살고 있다.

 

지족구거리를 통과한 차는 이제 삼동면의 명소인 독일마을로 향한다. 마을 도착 전, 이곳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묻고 싶던 질문이 있었다. 왜 ‘남해’에 ‘독일마을’이 들어선 걸까. “남해군 군수가 독일에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이때 우연한 기회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고국에 정착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남해군에서는 같은 문화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군에서 이주 허가를 내린 3년 뒤, 교민들은 직접 남해에 와 4곳의 부지를 둘러보았고, 현재 독일마을이 있는 이 지역이 최종으로 낙점됐다. “이들이 한국을 떠나던 1960년대에는 물도 맑고 하늘도 청명했어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한국의 풍경과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여기였다고 하네요.” 이국적인 풍경 속을 거닐며 독일 땅에 도착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들이 독일에 도착했을 때 독일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나라에서 온 이방인을 구경했을 것이다. 광부와 간호사는 손에 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걸 바라보며 벌써부터 그리운 고국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때는 독일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전혀 몰랐어요. 한복을 입고 기차에서 내렸지만, 생김새 때문인지 우리를 일본인이라 생각했지.” 독일마을행동공동체영농조합 일원인 유길자 씨는 도이처플라츠 광장의 커피숍에 앉아 독일에서의 기억을 더듬었다. 1966년에 독일에 도착한 그녀는 간호사, 자연치유사로 일하다 2005년 남해에 왔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지만, 이곳에서 교민, 귀농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일상이 무척이나 즐겁다고 말했다.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여름철 남해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상주은모래비치.

 

멸치쌈밥

남해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은 단연 멸치쌈밥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금산 보리암에서 바라본 일출.

 

남해 금산 보리암

기도 효험이 좋기로 소문난 보리암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남해 가천마을

가천마을에는 집집마다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남해 가천마을

가천마을의 지겟길 아래로 바다가 바위를 삼킬 듯 포말을 일으킨다.

 

독일마을의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하얀 모래사장을 밟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여름의 초입, 미리 물 좋고 볕 잘 드는 해수욕장 하나쯤 알아놔도 좋을 테다. 독일마을을 나와 물미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차를 돌렸다. 어느새 창밖으로 한려해상이 품은 절경이 펼쳐진다. 지구가 만든 해안 비경 위에 인간이 만든 길. 자연과 인공의 놀랍도록 완벽한 조화다. 과연 ‘걷기 좋은 길’, ‘남해안 해안경관도로 15선’에 속하는 보석 같은 도로다. 단단한 산과 부드러운 해안선 사이를 달리는 동안 차의 속도는 자꾸만 느려졌다. 자그마한 반월형의 백사장이 등장했을 때 어느덧 속도계의 바늘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이 바로 해마다 여름철 100만 명에 가까운 여행객이 찾는다는 상주은모래비치겠다. 기복 없는 파도, 수심 얕은 해안. 바다 뒤로 펼쳐진 송림은 시원한 바람으로 여름의 열기를 식힌다. 한마디로 여름철 가족과 물놀이를 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시곗바늘이 6시를 가리킨다.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이다. 길게 고민하지 않겠다. 메뉴는 멸치쌈밥. 성인 손가락 크기의 통멸치에 고춧가루, 마늘, 양파, 버섯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인 찌개로 멸치와 각종 채소를 건져 쌈에 싸 먹는 향토 음식이다. 신선한 멸치가 있을 법한 항구와 죽방렴이 있는 지족 사이의 식당들을 한참 저울질하다 어디에서나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에 숙소 주변의 식당으로 향했다. 큼직한 멸치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했는데, 아삭한 채소 위에 밑반찬과 멸치를 포개 한 술 두 술 뜨다 보니 어느새 밥공기는 텅 비었다. 푸짐한 밥상으로 가득 채운 배를 만지는 사이 해는 서서히 저물어갔다.

 

 

<2019년 7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남해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