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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 PEOPLE
퇴사 후, 그들은 어디로 떠났을까?

우리는 늘 일상 너머의 삶을 꿈꾼다. 그래서 퇴사 후 여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왜, 어떻게, 어디로 떠났을까?

 

김민기 작가
연필로-여행

연필로-여행 | 김민기 작가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10년간 컴퓨터공학도로 살았고, 4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드로잉과 관련된 여러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창 시절에도 없었던 사춘기를 회사 다닐 때 겪은 것 같아요. 물론 일도 잘해내고 싶었죠. 그런데 그냥 사회의 일부분인 것 같은 공허함을 떨칠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Q 퇴사 이후의 불확실한 삶이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사실은 엄청 걱정했어요. 대학, 인턴, 취직까지 흔히 말하는 정석 코스로 살아왔거든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현실에 안주하게 될 것 같아 용기를 냈죠.
Q 첫 번째 책에서는 호주, 두 번째 책에서는 동남아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그 나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교 2학년 때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 골드코스트에 갔어요. 다국적의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드넓은 세상을 실감했죠. 덕분에 여행을 좋아하게 됐고요. 그래서 다시 가고 싶은 나라였어요. 동남아는 그냥 배낭 하나 덜렁 메고 떠나는 여행이 좋아서 선택했어요.
Q 여행 중 좋았던 순간을 꼽아주세요. 그림을 위해 한곳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모든 순간이 좋았어요. 특히 좋았던 곳은 호주의 태즈메이니아라는 섬이에요. 계획에도 없이 갔던 곳이에요. 자연 풍광이 얼마나 멋진지, 현지인이 추천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 감상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책 출간까지 결심하게 됐죠.
Q 총 일정과 경비는 얼마나 되나요? 호주 일정은 약 3주였는데, 시내는 숙박비가 비싸서 백패커스를 많이 이용했어요. 오히려 세계 각국에서 온 백패커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사용한 경비는 항공료를 포함해 총 3백만원 안팎이에요. 많이 절약한 편이죠. 동남아는 현지에서 추가로 사용한 돈이 많아서 정확히 파악은 안 되지만, 원체 물가가 저렴해서 부담은 적었어요. 사실 1년 정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여행 일정이 길지는 않았어요.

 

 

연필로-여행

컴퓨터공학도의 드로잉 에세이. 호주와 캄보디아, 타이, 라오스를 여행하며 그린 작품들을 짧은 글과 함께 실었다. 세상 어디든 흰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그의 그림 작업실이 된다.

 

연필로-여행

장소협조 카페 요호 02-336-0150

 

연필로-여행

Q 여행 이후의 삶은 어떤가요? 벌써 세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어요. 출판 시스템을 전혀 알지 못해 스스로 공부해가며 준비했어요. 드로잉 관련한 여러 가지 협업도 하고 있어요. 여행이며 그림 작가로서의 삶은 매일이 새롭고 신기합니다.
Q 지금도 계속 여행 중인가요? 네. 최근에는 몽골에 다녀왔어요. 차로 이동하는 중에 사슴 떼를 만났는데, 열심히 달리는 엉덩이들이 꼭 저 같은 거예요. 그동안 애써서 달리고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Q 그림을 그리고 계속 여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내가 나로 존재하고 있다는 확신? 즐거울 때는 즐거워서, 슬플 때는 슬퍼서 그려요. 순간의 감정을 좋아하는 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Q 새로운 삶 살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마음속에 간직한 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기가 다를 뿐, 언젠가는 할 수 있는 때가 오니까요.

 

김민기 작가는 <연필로-여행> 세 번째 시리즈 <초원과사막그리고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몽골 여행기를 담았다.

 

 

허소라 작가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 허소라 작가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직함 만들기를 좋아하는 허소라입니다. 지금은 여행자, 중남미 전문 인솔자, 작가 그리고 출판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평생 한 번일 거라 생각했던 남미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여행하고 있습니다.
Q 첫 직장, 게다가 대기업. 퇴사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회사에서 믿고 따르던 선배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요.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당시 제 생활은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의 반복이었어요. 삶이 이렇게 의미 없다면 그저 살아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왜 중남미를 선택했나요? 시작은 쿠바에 가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그때의 저는 ‘계획 없는 것이 계획인 상태’였거든요. 멕시코 칸쿤부터 쿠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까지 7개국을 여행했어요. 결국 2주만 있으려던 쿠바에서 2개월이나 머물렀고, 애초에 계획했던 총 2개월 일정은 6개월까지 늘어났죠. 덕분에 귀국 항공편을 두 번이나 변경해야 했어요.
Q 총 몇 번이나 중남미를 찾았나요? 몇 번이고 찾게 만든 매력은 무엇인가요? 총 열네 번이요.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이고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피츠로이 봉우리, 이구아수폭포도. 몇 번을 가도 지겨워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죠. 이렇게 새로운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일이 계속 떠올랐어요. 글도 더 쓰고 싶어졌고, 스페인어와 살사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졌죠. 한국에 돌아와서 살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Q 중남미 여행에 꼭 필요한 팁을 알려주세요. 기본적인 스페인어와 살사를 익혀두세요. 간단한 인사 정도만 알고 가도 여행이 훨씬 재미있어요. 다만 비싼 장신구나 전자기기는 조심해야 해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으니까요.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을 퇴사하고 남미로 떠난 이야기를 일기장처럼 엮었다. 남미와 어울리는 책, 음악, 영화와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함께 수록했다.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Q 여행 후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살사를 배우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을 통해 지금의 여행사를 소개받았고, 여행 인솔자로 활동하게 됐어요. 또 일기처럼 쓴 글을 온라인에 연재하다가 책까지 내게 됐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한번 해보는 거더라고요.
Q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는데, 어떤가요?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대기업에서 부품처럼 일했었다면 이제는 20명이 넘는 여행자를 책임지는 리더가 됐어요. 혼자서 글도 쓰고 회계 업무까지 하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죠.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삶에 확신이 생겼다는 거예요. 인생의 방향키를 내가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의 궤도를 벗어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더라고요.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고 감히 위로하고 싶어요. 하지만 퇴사 후의 삶도 당장은 일탈 같지만 결국 일상이 되는 때가 옵니다. 일상이든 여행이든 순간의 행복을 찾아 간직하면 다음을 살아가야 할 작은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허소라 작가는 올여름을 목표로 두 번째 책, <배낭자의 식탁-중남미 편> 출간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미라솔 캠퍼스의 스페인어 강사, 쏠과 함께한다.

 


<2019년 6월호>


에디터 송혜민
포토그래퍼 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