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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바다처럼 넓은 예당 저수지, 느린 산책길

봄꽃 따라 예산 옛 마을 산책④

 

예산 예당저수지

담수어가 많이 살아 낚시터로도 유명한 예당저수지. 버드나무 군락 사이에 좌대가 설치되어 있다.

 

예산

사과로 유명한 예산을 표현한 예당호 조각공원의 조각.

 

예산

의좋은 형제 설화가 내려오는 대흥 슬로시티.

 

예당호 출렁다리

압도적인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 출렁다리.

 

“예당저수지에서 보는 노을도 참 예뻐요.” 예산군을 찾기 전 문의했던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은 예당저수지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것을 권했다. 면적 9.9제곱킬로미터의 넓은 인공 저수지로 인근 평야지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낚시터로도 유명해 저수지에는 좌대가 배처럼 띄엄띄엄 떠 있었다. 좌대 사이에는 물속에서부터 자란 버드나무가 나뭇가지를 머리카락마냥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서정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부쩍 길어진 해에 일몰까진 시간이 남아, 예당저수지 인근의 대흥 슬로시티를 산책했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삶을 지향하는 마을이다.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마을에는 3개의 산책 코스가 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2층짜리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각 학년에 반이 하나씩뿐이었지만 아이들의 목소리가 높고 맑아 넓게 퍼졌다. 의좋은 형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마을에서는 매년 이를 활용한 축제와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서는 의좋은 형제 장터를 연다. 특별한 행사가 없더라도 생기가 감도는 마을을 거니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대흥 슬로시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예당호 조각공원이 있다. 넓은 부지의 공원을 조성하는 작업에는 국내 중견 작가와 공모 작가가 참여했는데, 잘 가꿔진 공원과 아름다운 조각상, 넓게 펼쳐진 저수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새로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가 새하얀 몸을 쭉 뻗고 서 있다. 내가 찾은 날이 마침 개통 전날이라 출렁다리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로 북적였다. 402미터 길이의 다리는 조각공원이 있는 예당국민관광지에서 저수지 북쪽으로 연결된다. 푸른 저수지 위로 누군가 하얀 선을 휙 그어둔 듯, 압도적인 길이의 다리가 한 마리 학처럼 느껴졌다. 공원 방송으로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예당호 출렁다리 개통과 함께 조각공원 인근으로는 ‘느린호수길’이 열릴 예정이다. 덱으로 이어지는 5.4킬로미터의 산책로로, 저수지를 따라 형성된다.  


방금까지도 푸르렀던 하늘에 먹빛이 끼기 시작할 즈음 조각공원에 있는 카페 스페이스 이앙의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조각공원과 잘 어우리지는 모던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홀짝이며 노을을 기다렸다. 뱃놀이를 즐기듯 벌써부터 카약을 즐기는 이들이 멀리로 보였다. 하늘엔서서히 주홍빛이 퍼지기 시작했지만 공원 곳곳에 피어난 분홍빛은 여전히 제 색을 뽐내고 있었다. 완연한 봄이었다.

 

 

<2019년 5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예산군청 www.yesan.go.kr/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