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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매화 길과 낙동강변을 걷는 시간

봄날의 기억, 양산 봄꽃 여행③

 

경남 양산
경남 양산
경남 양산

해마다 3월은 원동면이 가장 붐비는 시기다. 양산을 대표하는 두 축제 때문이다. 첫 번째는 원동미나리축제. 무공해 지역인 원동면에서 재배하고 배내골의 맑은 지하수로 키운 미나리를 맛볼 수 있는 축제로 원동 함포마을 인근에서 미나리 시식과 판매가 이루어진다. 사실 이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은 미나리가 아닌 미나리 삼겹살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자리를 대여하고, 가져온 고기와 이곳에서 구매한 미나리를 구워 먹는 것이다. 이렇게 비닐하우스에서 먹는 미나리 삼겹살은 축제 기간인 3월 한 달간만 맛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축제도 원동 일대에서 열린다. 원동을 찾은 날은 축제가 있기 3일 전. 그런데 예상보다 꽃이 없다.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지난주에 이미 절정을 이뤘단다. 개화 시기를 알기란 쉽지 않단 것을 알지만, 꽃이 만발한 풍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원동역에서 순매원으로 향하는 길의 나무는 아직 겨울 끝자락을 벗어나지 못한 듯, 이제 막 가지 끝에서 망울을 틔우는 참이다. “그래도 곧 벚꽃이 피겠네.” 지나가는 무리 중 하나가 나무를 매만지며 말한다. 그래, 아마 4월이면 분명 또 다른 풍경으로 원동의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다. 한참을 걸어 순매원에 도착하니 그제야 아쉬움이 가신다. 하늘을 향해 솟은 나뭇가지에 매화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천에 널린 꽃나무 사이를 걸으며 마음이 흐뭇해진다. 꽃에 눈길을 주는 동안 순매원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 위로 삼각대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한다. 낙동강과 순매원 사이로 지나는 기차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기차가 순매원 앞을 달리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린다. 성공한 이는 다음 사진가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이들은 같은 자리에서 렌즈를 만지작거린다. 어느새 낙동강 너머로 서서히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다.

 

 

경남 양산

해가 다 지기 전에 오봉산 임경대에 도착했다. 수려한 산천과 양산의 노을을 보기에는 임경대가 최고라는 말에 이곳을 마지막 코스로 정했다. 오봉산은 말 그대로 5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능선이다. 이 산 마루턱 절벽에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정자인 임경대가 있다. 임경대에 올라서니 낙동강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절경이 따로 없다. 고운 최치원은 이곳에 올라 산 아래의 경치를 즐기고 시를 남겼다. 임경대에 서서 봄바람 음미하며 그의 시를 나지막이 읊었다. 


“연기 낀 봉우리 빽빽하고 물은 넓고 넓은데 / 물속에 비친 인가 푸른 봉우리에 마주 섰네 / 어느 곳 외로운 돛대 바람 싣고 가노니 / 아득히 나는 저 새 날아간 자취 없네” – 최치원, <황산강 임경대>


시의 마지막 구절과 함께 양산 여행도 끝을 맺는다. 울산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고 바깥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까만 밤, 창에 비친 표정은 여행을 떠나올 때보다 한층 너그러웠다. 마음이 소란스러워 떠나온 여행길. 봄이 와서, 이 계절 양산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통도사와 원동에서 본 아름다웠던 매화, 시장을 메운 다정한 사람들, 노을로 발갛게 물든 낙동강과 임경대. 언젠가 오늘의 사진을 꺼낼 때면, 매화 향 가득했던 양산의 봄을 떠올리며 다시 이 계절 앞에서 가슴 뛸 수 있을 것 같다.

 

 

양산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봄이 아니더라도 양산은 가족, 친구, 연인과 언제든 방문하기 좋은 도시이다. 양산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렸다.

 

통도사

통도사
우리나라 3대 사찰이자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봉안한 불보 사찰이다. 천년 이상의 역사와 금강계단, 대웅전 등의 오랜 문화유산 덕에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템플스테이, 암자 순례길을 통해 자연과 불교문화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LOCATION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통도환타지아

통도환타지아
영축산 아래 위치한 경남권의 최대 테마파크로 20여 종의 놀이기구를 비롯해 아쿠아 환타지아, 자연호수 등의 다양한 즐길 거리와 각종 이벤트가 있는 곳이다. 통도환타지아 콘도 등 인근에는 숙박 시설이 많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 적극 권하는 곳이다.
LOCATION 양산시 하북면 통도7길 68

 

원동마을

원동마을
낙동강 옆에 자리한 작은 마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원동역에 내리면 곧장 원동마을에 도착한다. 곳곳에 음악과 패션, 만화 등을 주제로 한 아기자기한 벽화가 있어 사진 찍기 좋다. 3월 원동매화축제 기간에는 원동마을부터 순매원까지 아름다운 꽃길이 이어진다.
LOCATION 양산시 원동면

 

양산남부시장

양산남부시장
양산시에 위치한 종합시장. 생필품과 식재료 등을 판매하는 전통시장이다. 5일장이 서는 날에는 볼거리가 더 다채롭다. 시장 2층에 들어선
청년몰 흥청망청에는 의류 숍, 디저트 가게, 카페, 사진관, 서점을 비롯해 2030세대를 겨냥한 숍이 모여 있다.
LOCATION 양산시 중앙로 133

 

 

<2019년 4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