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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고난의 시간을 끝내고 봄으로

역사를 따라가는 길, 천안③

 

아라리오 광장

천안 최대의 번화가, 아라리오 광장과 갤러리.

 

아라리오 광장

아라리오 광장에서 가장 고가의 조형물.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다.

 

보리생명미술관

산사현대시100년관과 보리생명미술관은 천안이 숨겨놓은 보물이다.

 

천안시 불당동

천안시청에서 바라본 불당동의 해 질 녘 풍경.

 

그냥 발길을 돌리기가 아쉬워 천안 시내로 향했다. 천호지 주변과 천안 토박이의 말을 빌려 ‘요즘 뜨는 동네’라는 불당동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서울 근교의 신도시를 옮겨온 듯하다. 대학가 주변은 지금 방학이라 사람이 적지만, 3월 이후에는 백석대, 단국대, 상명대 등 천호지 인근에 자리한 대학교의 학생들이 식당과 카페를 가득 메운다 했다. 천안의 현재 인구는 약 68만 명. 서울 외 지역의 인구가 급감하는 데 비해 천안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며, 이들의 평균연령이 36.8세라는 사실은 천안의 자부심이다. 외지인이 학업을 위해 천안에 오고, 졸업 이후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산다고 한다. 그만큼 천안이 살기도 좋고 일자리도 많다는 말이다.


백석대에 있는 산사현대시100년관도 둘러본다. 1908년에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후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의 현대시 역사를 집대성한 전시관이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1관으로 한국 대표 시인의 초상화, 시, 당대 발간된 귀중한 시집들을 연대순으로 만날 수 있다. 2관부터 4관까지 차례로 등장하는 시와 어우러진 그림, 시인들의 육필 병풍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시인은 모른다고, 시는 문외한이라고 하던 내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시집이 읽고 싶어졌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사진에 담았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묵직한 감동을 느낀다. 같은 층에는 보리생명미술관도 있다. 풍요와 생명을 보리로 표현한 박영대 화백의 작품을 전시한 곳으로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하길 권한다.


이번 천안 여행의 종착지는 아라리오 광장이다. 독일의 한 예술 잡지는 아라리오 광장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았다. 억 단위를 호가하는 작품 수십 점을 길거리에 버젓이 내놓은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곳에 설치된 조각 작품은 28점. 일상에 예술이 살아 숨 쉰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걸을수록 다음 걸음에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감이 붙는다. 학생들의 하굣길과 직장인의 퇴근 시간이 맞물린 오후 6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사이 조용했던 백화점, 레스토랑, 카페들은 모두 손님맞이로 분주해진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아라리오 광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한다. 교차하는 인파 틈새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햇빛이 쏟아지던 자리를 대신해 휘황찬란한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또 한 번의 여행과 계절이 이렇게 지나간다.

 

 

<2019년 3월호>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천안시 문화관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