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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 DOMESTIC TRAVEL
한낮의 공주, 예술가를 찾아
공주제일교회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도왔던 공주제일교회.

 

산성시장의 떡집

콩 고물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산성시장의 떡집.

 

제민천 인근

제민천 인근에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가 있다.

 

산성시장

산성시장 천장을 시장 사람들이 꾸몄다.

 

제민천을 따라 걷다 보면 수원 이남에 최초로 세워진 교회인 공주제일교회를볼 수 있다. 낮고 오래된 주택 사이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근대의 벽돌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학교와 의료기관 등을 운영하며 독립운동을 돕기도 했던 곳으로, 이들이 만든 학교인 영명학원은 유관순 열사의 모교다. 교회까지 둘러보고 나니 허기가 졌다. “지금 제철을 맞은 밤과 이 밤을 먹여 키운 알밤한우가 공주의 대표 먹거리죠. 알밤육회비빔밥을 먹으면 이 2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어요.” 문화해설사는 원도심에 있는 정육식당인 ‘시장정육점식당’을 추천했다. 잘 깎은 날밤을 채 치고 육회에 버무려 비빔밥으로 만들어주는 집으로 현지인에게도 인기 있다. 날밤을 밥과 함께 먹어본 적이 없기에 반신반의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신선한 육회의 차진 질감과 아삭아삭 씹히는 밤의 식감,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에 금세 한 그릇을 싹 비웠다. “공주에 왔다면 인절미도 맛봐야죠.” 인절미의 기원에는 2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조선시대 때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에 왔을 때 임씨 성을 가진 사람이 준 떡을 먹고 “절미로다”라 감탄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 것이다. 공주에선 추석 무렵에 백제문화제가 열리는데, 그때 인절미를 만들거나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인절미 축제도 열린다. 식당 근처 재래시장인 ‘산성시장’에서 방금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 한 팩을 샀다. 고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날름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절로 절미란 말이 나왔다.

 

 

풀꽃문학관

풀꽃문학관에선 나태주 시인이 종종 풍금을 연주한다.

 

풀꽃문학관

옛 물건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풀꽃문학관.

 

배가 부르니 몸에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짧은 휴식을 취하려 제민천을 따라 천천히 걸어 풀꽃문학관에 닿았다. 공주를 대표하는 시인 나태주의 작품을 모아둔 문학관으로 그의 대표작인 <풀꽃>에서 이름을 따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에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최근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남자친구>에 이 시가 등장해, 부쩍 찾는 사람이 많아졌단다. 1930년대 일본 헌병대장의 관사로 쓰였던 건물을 개조한 공간에 들어서자, 다다미와 천장의 골조가 옛것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태주 시인은 이곳에서 문학 수업도 열어요. 그땐 풍금을 연주하며 동요도 부르세요.” 한때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은 ‘섬집아기’나 ‘엄마야 누나야’ 같은 동요를 풍금으로 연주하고, 시화를 그려 전시도 했다. 전시 공간에는 시인의 대표작을 모아 만든 병풍을 두었는데 소담한 글씨체와 그림이 눈에 쏙 들어온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그의 시는 이해하기 쉬워 마음에 빠르게 스몄다. 봄이 오면 문학관 정원에 꽃이 피어 더 아름다워진다 하니, 따뜻한 날 다시 찾고 싶다.

 

 

계룡산도예촌

계룡산도예촌에는 철화분청사기의 전통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있다.

계룡산도예촌

계룡산도예촌을 나오면 소담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있다.

 

공주에는 시인만 있는 게 아니다. 공주 시내에서 차로 40분 남짓 떨어진 곳엔 계룡산도예촌이 있다. 1993년에 형성된 곳으로 이름처럼 도예가가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동네다. 이 동네는 조선 초에서 중기까지 생산된 철화분청사기의 가마가 있었던 곳이다. 철화분청사기는 백자가 등장하기 전의 보편적인 도기 제작 양식이다. 도자에 철로 긁어내듯 그림을 그려 만드는 것으로, 이 동네에 모인 도예가들은 이를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예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거주하는 작가의 수는 줄었지만 작품으로 채운 작업실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서민적이고 해학적인 그림이 담긴 게 철화분청사기의 특징이에요.” 공방에선 판매도 하는데 그릇이나 화병 등 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도자기 제품이 많았다. 공방에선 점토를 치고 다듬는 작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은 일본의 도자 기술이 유명하지만 사실 이 기술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이삼평이 처음 전수한 것이다. 이삼평의 고향도 공주라 추측된다. 한겨울이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때, 고요한 공방에서 차가운 점토를 만지는 그들의 손놀림이 신기하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전에 신청하면 도자기 만드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마을 주변으로는 최근 카페도 많아져, 잠시 들어가 차 한잔을 마셨다.

 

 

<2019년 2월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취재 협조 공주시청 www.go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