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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자의 쉼터, 포시즌스 호텔 쿠알라룸푸르

도시와 자연을 넘나들며 말레이시아의 두 얼굴을 마주했다. 세련된 대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완벽한 휴양지의 하루가 매일 빈틈없이 이어졌다. 포시즌스 호텔 쿠알라룸푸르와 포시즌스 리조트 랑카위가 이 여정의 주역이었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광둥 요리 레스토랑 윤 하우스 내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골드 톤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계절을 가로지르는 여행에는 묘한 쾌감이 있다.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완벽한 낯섦을 향한 설렘과 늘 마주한 계절에서 도피하고 싶은 심리가 서로 손을 맞잡는다. 여름엔 겨울 나라로, 겨울엔 여름 나라로의 여정에 매년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유다. 막 혹한기에 접어든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7시간쯤 날아갔을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남국의 햇살이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 팔꿈치에 끼고 있던 패딩 점퍼가 무의미한 짐 꾸러미로 전락하는 순간. 여기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큐레이트 내 따로 마련된 프라이빗 룸.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KLCC 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디럭스 파크-뷰 룸.

 

사실 마감 중턱에서 돌연 짐을 꾸려 머나먼 남국 땅까지 날아온 건, 최근 오픈한 포시즌스 호텔 쿠알라룸푸르 때문이었다. 지난 8월, 쿠알라룸푸르 골든 트라이앵글에 말레이시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쌓아온 호기심은 그 빌딩에 ‘포시즌스’란 간판이 내걸린 걸 안 순간 극으로 치달았다. 랑카위에 이은 두 번째 말레이시아 포시즌스 호텔. 늘 현지 문화와 건축 스타일을 특유의 디자인 철학에 녹여내던 포시즌스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 중 하나인 쿠알라룸푸르에 어떤 모습으로 호텔을 완성했을지 궁금했다. 공항에서 픽업 차량을 타고 1시간쯤 달렸다. 듬성듬성 열대 숲의 자취가 남은 한갓진 벌판 너머로 조금씩 대도시다운 풍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시 전체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듯 사방으로 공사 중인 건물이 그득했다. 호텔이 위치한 65층 높이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빌딩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쿠알라룸푸르 시티 센터 등 도시의 주요 비즈니스 건물이 밀집한 골든 트라이앵글 한가운데서도 유난히 우뚝 솟아 있었다. 입구 쪽엔 KLCC 파크가 넓게 자리했고, 뒤편으로는 백화점이며 상점 건물이 즐비했다. 호텔 건물 저층 역시 ‘더 쇼퍼스 앳 포시즌스 플레이스The Shoppes at Four Seasons Place’란 이름의 대형 쇼핑센터.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와 부티크 숍은 물론 레스토랑과 카페, 고급 세탁 시설 등을 갖춰, 투숙객이 거주와 사무, 쇼핑, 미식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이색적이었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로비에 도착하자 골드와 레드 컬러로 장식된 대형 트리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짝거리는 트리 장식 너머, 차분한 색조의 널찍한 로비 공간이 펼쳐졌다. 절제된 선과 색감 사이로 말레이시아 로컬 장식품들이 절묘하게 자리했다. 이 호텔의 또 다른 특징은 스위트룸을 포함한 209개의 객실 외에 프라이빗 레지던스를 품고 있다는 것. 총 242개의 레지던스는 장기 투숙객들이 여행지에서 고급 아파트에 머무는 듯한 편안함과 쾌적함을 즐길 수 있도록 선보인 공간이다. 한국인 프런트 매니저를 만나 호텔 구석구석에 대해 소개받은 뒤 디럭스 파크-뷰 룸에 여정을 풀었다. 베이지 톤의 차분한 객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커다란 창문 너머로 KLCC 파크의 거대한 초록빛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공원을 거닐고 싶은 마음과 넓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마냥 뒹굴고 싶은 마음이 저녁 식사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충돌했다. 결국 승자는 포시즌스의 ‘신상’ 침대였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인터내셔널 뷔페 레스토랑인 큐레이트. 조식부터 디너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야외 인피니티 풀에 딸린 풀 바 & 그릴. 수영장에서 나와 와인이나 맥주를 즐기기에 좋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윤 하우스가 선보이는 중식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총괄 셰프 주니어스 디커슨이 이끄는 포시즌스 호텔 쿠알라룸푸르의 레스토랑은 크게 둘, ‘큐레이트Curate’와 ‘윤 하우스Yun House’다. 전자는 조식부터 디너까지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인터내셔널 뷔페, 후자는 지미 웡 셰프가 책임지는 최고급 광둥 요리 레스토랑이다. 여행 첫날이니 가볍게 뷔페 메뉴부터 정복하기로 마음먹고 큐레이트에 들어섰다. 활기 넘치는 오픈 키친 너머,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은 물론 스시와 커리, 즉석에서 주문받아 내놓는 면 요리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이 저마다 선명한 빛깔과 향으로 배고픈 여행자를 유혹했다. 마음은 가볍게, 배를 묵직하게 채우는 사이, 낯선 도시에서의 첫날 밤이 빠른 속도로 저물고 있었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장기 투숙객을 위한 프라이빗 레지던스 형태의 아파트.

 

사실 쿠알라룸푸르를 목적지로 삼은 여행자라면 온종일 호텔에만 머물기는 좀 아쉽다. 건물 밖으로 몇 발짝만 떼면 온갖 쇼핑 명소가 즐비하고, 조금만 산책 삼아 걸으면 88층 규모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전망대가 눈앞에서 대담한 위용을 드러낸다. 특히 KLCC 파크는 호텔 앞에서 바로 연결되는 산책로 덕분에 내 집 안마당 산책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저녁 공원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약 19만 8347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공원에 잔디밭과 정원, 수영장, 조깅 트랙 등이 잘 조성돼 있어 여행자는 물론 현지인들의 쉼터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다만, 남국의 습도 높은 더위 속을 헤매다 지치고 늘어질 무렵이면 호텔로 돌아와 이 작은 테마파크가 마련해둔 쉼터를 체험하는 것도 꽤 합리적인 여정이다. 이를테면 로비 옆 라운지 카페 ‘더 라운지The Lounge’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한다거나 프라이빗 카바나를 보유한 야외 인피니티 풀에서 시원하게 수영을 즐긴다거나, 무엇을 하든 여행자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퀄리티만큼은 포시즌스가 보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체험 중 하나는 스파 트리트먼트였다. 커플용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8개의 스파 룸을 보유한 포시즌스 호텔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말레이시아 전통 마사지와 최첨단 테라피가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트리트먼트를 선보인다. 특히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친환경 로컬 소재인 라탄 우드 스틱과 허브 등을 이용한 현지식 마사지. 직접 고른 오일 향과 전문가의 숙련된 마사지 솜씨가 장기간 누적된 피로를 단번에 씻어 내렸다. 덕분에 1시간가량의 마사지 도중 의식이 온전히 깨어 있었던 순간은 절반뿐. 예기치 못한 꿀잠 뒤 사우나까지 들르고 나니 팔다리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워져 있었다.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명성 높은 바텐더 아쉬쉬 샤르마가 이끄는 바 트리고나.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저녁 식사 전 칵테일 한 잔.

 

포시즌스 인 말레이시아

포시즌스 리조트 랑카위의 가든 뷰 파빌리온.

 

열심히 쇼핑하고, 산책하고, 틈틈이 호텔 내 여러 공간을 섭렵하며 도시 여행자의 본분을 지켰다. 윤 하우스에서 돼지고기를 넣지 않은 딤섬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단호한 육식주의자로서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바 트리고나Bar Trigona’에서 바텐더 아쉬쉬 샤르마가 개발한 시그니처 벌꿀 칵테일도 맛봤다. 이른 아침마다 공원을 달리는 현지인들 틈에서 홀로 꿋꿋이 산책을 즐기며 이 도시의 짙은 녹음과 밀집한 고층 빌딩 군락을 휘도는 청명한 공기에 감탄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마지막 밤, 야외 인피니티 풀에 딸린 ‘풀 바 & 그릴Pool Bar & Grill’에서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호텔을 둘러싼 고층 건물들이 일제히 노란 불빛을 토해내는 밤, 도시의 야경이 수영장 물에 반사된 채 반짝반짝 빛났다. 중동식 전채인 후무스와 양고기를 잔뜩 올린 피자, 랍스터구이에 트로피컬 칵테일 한 잔을 곁들인 뒤 야경과 함께 천천히 음미했다. 제법 선선해진 밤공기가 기분 좋게 살갗에 닿았고, 하늘이 어두워질수록 도시의 밤은 점점 더 깊고 농밀해졌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가 서로 뒤섞인 채 뿜어내는 맹렬하고 역동적인 에너지. 쿠알라룸푸르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버린 뒤였다.

 

 

<2019년 1월호>


에디터 류현경
취재 협조
포시즌스 호텔 쿠알라룸푸르 www.fourseasons.com/kualalumpur
포시즌스 리조트 랑카위 www.fourseasons.com/Langkawi
에어아시아 www.air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