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DESTINATIONS - 아시아
홍콩 로컬 푸드 & 레스토랑

먹고 마시며 즐거웠던 4일, 홍콩 미식 여행

 

린 흥 티 하우스

린 흥 티 하우스에서는 할머니들이 수레를 밀고 다니며 딤섬을 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린 흥 티 하우스Lin Heung Tea House다. 홍콩의 ‘얌차飮茶’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얌차는 ‘차를 마신다’는 뜻. 주로 아침과 점심 사이에 차와 함께 딤섬을 먹는 브런치인데 요즘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을 여는 곳이 많다. 홍콩 사람 대부분은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집이 좁아 주방을 들일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얌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매식買食하는’ 홍콩의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곳에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데 수레에는 각종 딤섬과 창펀(쌀로 만든 얇은 피 안에 고기, 새우, 관자 등을 넣고 쪄 간장을 부어 먹는 것)이 담겨 있다. 찹쌀과 양념한 고기를 연잎에 싸서 찐 노마이가이도 있고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슈마이도 있다. 수레마다 파는 딤섬이 다르니 먹고 싶은 딤섬을 실은 수레가 지나갈 때 사면 된다.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땐 그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수레로 갈 것. “모를 땐 현지인이 하는 대로 하라”는 말은 여행자가 새겨야 할 첫 번째 조언이다. 홍콩의 딤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작고 앙증맞은 딤섬과는 다르다. 때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오리 발이 든 딤섬도 있고 돼지 껍데기와 내장으로 가득 찬 딤섬도 있다. 물론 홍콩의 여느 식당이 그러하듯 딤섬 말고도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다. 고기냄비밥, 볶음국수, 송화단을 넣은 죽, 유채나물볶음, 포자만두, 홍콩식 카스텔라 등등 없는 게 없다. 주전자째 내오는 보이차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팀 초이 키

팀 초이 키의 콘지와 창펀.

 

아침에는 호텔 주변에 자리해 가까운 차찬팅茶餐廳으로 갔다. 차와 함께 토스트, 마카로니수프, 페이스트리, 중국풍 국수로 아침 식사를 했다. 차찬팅은 차와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인데 우리나라 김밥집이라고 보면 된다. 서민이 먹는 음식은 모두 팔고, 주로 세트 메뉴를 시켜 먹는다. 토스트와 고기라면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메뉴가 한 테이블에 오른다. 동서양의 문화가 뒤엉킨 홍콩의 모습을 음식으로 보여주는 차찬팅은 골목마다 들어서 있다. 오전 7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문을 여니 아침 식사를 하기에 좋다. 죽과 국수는 홍콩의 서민 음식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죽인데, 그중 죽은 우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보기엔 묽지만 향이 짙고 간이 세며 혀에 닿는 감촉은 확연히 부드럽다. 고명도 많이 들어간다. 가이드는 팀 초이 키Tim Choi Kee를 추천했다. 영화배우 주윤발의 단골이라고 했다. 1948년 처음 문을 열었고 지금은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콘지와 완탕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판매한다. 주윤발가 즐겨 먹는 요리는 ‘뎅짜이 콘지’와 ‘야오티우 창펀’이다. 뎅짜이 콘지는 ‘어부들의 죽’이라는 별명이 붙은 요리인데, 돼지 껍데기와 오징어, 쇠고기, 땅콩 등을 넣어 끓인 죽이다. 팀 초이 키의 콘지는 다른 식당들과 달리 새벽 3시부터 6시 30분까지 푹 끓여내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고 풍미가 진하다. 이곳에 가던 날, 놀랍게도 주윤발를 실제로 만났다. 주윤발가 자주 가는 단골집으로 가다가 주윤발를 만난 것이다. 자신을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행자를 위해 주윤발는 기꺼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찰칵, 찰칵, 찰칵. 3장을 찍고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성큼성큼 사라져갔다.

 

 

카우 키

카우 키에서는 소 힘줄과 도가니를 듬뿍 넣은 국수.

 

카우 키Kau Kee는 양조위의 단골 국숫집이다. 다이파이동(노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80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좁은 실내를 가득 채우는 집인데 합석은 기본이다. 대표 메뉴는 소 힘줄과 도가니를 넣은 수프, 그리고 고기국수다. 고기를 듬뿍 넣은 국물에 말아낸 독특한 식감의 국수를 한번 맛보면, 왜 이렇게 줄이 긴지 금방 이해가 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역은 삼수이포다. 주룽반도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판자촌으로 가득한 이곳은 지금까지는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미치지 않은 지역이었는데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수이포

삼수이포의 두붓집 컹 와 빈커드 팩토리.

 

서 웡 펀

서 웡 펀의 뱀탕. 뱀탕은 홍콩인의 보양식.

 

서 웡 펀

서 웡 펀 뱀탕뿐만 아니라 다양한 홍콩 요리.

 

삼수이포에서는 두부를 먹었다. 컹 와 빈커드 팩토리Kung Wa Beancurd Factory라는 곳으로, 4대째 운영하고 있는 두부 푸딩 가게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먹은 두부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했다. 60년 전 창업자가 만든 레시피 그대로, 지금도 맷돌로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든다. 밥공기만 한 두부 푸딩의 가격은 고작 10홍콩 달러, 우리 돈으로 1500원이다. 5000원이라도 기꺼이 먹을 수 있어, 함께한 셰프가 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두부 위에 얹은 생강 시럽이 달콤했다. 저녁에는 다이파이동에 갔다. 노점으로, 포장마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홍콩에서 파는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고기 뺀 탕수육도 만들어준다. “네 발 달린 것 가운데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곳이 중국 아닌가. 그런데 다이파이동에 가보면 책상도 먹을 것 같다. 다이파이동은 원래 퇴직한 공무원들의 생계 수단으로 정부가 마련해준 것. 전매가 되지 않아 그들이 죽으면 다이파이동도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래서 플라스틱 의자와 탁자, 허름한 식기로 대충 영업한다. 하지만 맛은 대충이 아니다. 여긴 홍콩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곳이니까. 커리에 볶은 게와 오리내장볶음, 개구리다리찜, 전어구이를 잔뜩 시켰다. 입술에 묻은 기름을 닦아가며 먹었다. 술은 옆의 가게에서 사오싱주를 사왔다. 아 참, 뱀고기도 먹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변, 소호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 서 웡 펀Ser Wong Fun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뱀탕집이다. 원래 뱀탕은 중국 남부지역에서 인기 높은 보양식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겨울의 으슬으슬한 추위를 버티기 위해 뱀탕을 먹었다고 한다. 이 집은 뱀뼈와 닭뼈, 돼지뼈에 진피와 생강을 함께 넣고 24시간 동안 끓여낸다. 뱀고기는 중국 저장성의 양식장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꼭 뱀탕을 먹지 않아도 된다. 파인애플 소스의 탕수육, 오리덮밥, 녹두죽 등 홍콩 전통 요리가 가득하다. 요리 실력이 상당해 9년째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 맛집으로 선정됐을 정도다. 뱀고기 맛은 치킨의 닭 목살과 똑같다. 약간 더 질기다.

 

 

<2019년 1월호>

 

글·사진 이누인(여행작가)

에디터 여하연